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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윽고 슬픈 독서가 Jun 28. 2024

휘발성 에세이 #88. 라임 끌림


멕시코시티에서 숨을 쉬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공기가 좋지 않아서 조금만 걸어도 목은 먼지가 잔뜩 낀 것처럼 칼칼했고, 날씨는 왜 그리 더운지 가만히 있어도 이마로 땀방울이 흘러내렸습니다. 그런 더위와 갈증을 달래려 하루에 5리터 넘게 물을 마셨지만, 시원한 감은 목을 축이는 순간이 전부였습니다.


그렇게 하루에도 몇 번이나 가게에 들러 물을 사다 보니 숙소 앞 물장수 아저씨와 친해지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날도 그랬습니다. 나는 삐질삐질 땀을 흘리며 커다란 물을 손에 들었습니다. 그러자 물장수 아저씨는 웃으며 말했죠.


“더위에 아직 익숙해지지 않았나 보군? 이걸 넣어보면 좋을 거야.”


아저씨가 건넨 것은 라임이었습니다. 나는 라임값도 더해 지급하려 했지만, 아저씨는 별것 아니라는 듯 웃으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숙소로 돌아온 나는 라임을 잘게 썰어 물컵에 담았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벌컥벌컥 물을 마셨습니다. 이제껏 먹어온 물과는 달리 라임의 향과 새콤한 맛이 컵에 가득하였습니다. 그 상큼함은 입과 목을 축이고, 몸속 곳곳을 퍼져 나가는 듯싶었습니다. 그러자 이제야 살 것 같았습니다. 더위를 쫓는데 라임은 그야말로 특효 음식이었던 것입니다.


물장수 아저씨의 마음과 지혜가 고마워 그날 바로 시장에 가서 라임 한 봉지를 샀습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가게에 들러 아저씨에게 라임을 반 봉지 나눠드리려 하자,

아저씨는 “자네가 더위에 약하니 더 필요할 거야.”라는 표정을 지으며

두어 개의 라임만 받은 채 웃음 지었습니다.

그 웃음에 또 한 번 가슴이 시원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끌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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