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지’가 쓴 글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생각과 판단일 뿐 투자 권유가 아니며 투자의 결정과 책임은 각자의 몫입니다.)
테슬라 주식을 2016년부터 투자해 왔고 2017년 이후에는 내 대부분의 자산을 테슬라에 투자했으며 그 이유를 주변에 알려 왔기 때문인지 리비안의 IPO(Initial Public Offering) 후에 리비안에 투자하는 것은 어떤지 질문을 작년 말부터 많이 받고 있다.
질문에 대한 나의 답변은 “절대 투자하지 않는다”이다. 리비안을 포함한 다양한 전기차 스타트업과 기존 자동차 회사들의 전기차 전환을 오래전부터 지켜봐 왔다. 이번 글에서는 리비안에 왜 투자하지 않는지에 대해 리비안에서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먼저 리비안의 영업이익부터 보자(출처 1, 2). 아직 제품 판매를 안 해왔기 때문에 영업이익이 음수인 건 당연하다. 하지만 19년 Q3부터 21년 Q3까지 손실의 크기가 크게 증가한 걸 볼 수 있다. 분기 손실이 1000억 원 수준에서 1조 원에 가깝게 커졌다. 감소한 현금흐름(Free cash flow)은 영업 지출과 CapEx 투자를 합쳐 21년 Q3기준 1조 3천억 원이 넘는 수준이다. 즉 외부로부터의 자금 수혈을 받지 않고서는 분기당 1조 3천억 원 넘게 현금을 잃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CapEx: Capital expenditures. 회사가 미래의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장비, 토지, 건물 등의 물질 자산을 획득하는 데 지출한 비용.
여기까지만 봐도 리비안은 대량의 현금 확보를 위해 IPO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리비안이 IPO 전 보유하고 있던 현금이 대략 6조 원 정도였고 지금 현금흐름으로 봐서는 일 년 정도면 고갈 나게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리비안은 2021년 11월 10일 나스닥 상장을 통해 16조 원 정도, 그리고 채권 발행을 통해 1.5조 원 정도의 현금을 추가로 확보하였다. 이렇게 해서 약 3년의 시간을 번 것이다. 그렇지만 이건 다시 말해 리비안이 3년 내에 사업을 반드시 흑자로 전환해야만 생존이 가능하다는 걸 의미한다.
리비안이 아직 제대로 차를 팔지 못하고도 그동안 수십조 원의 엄청난 금액의 투자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1) 최근 시장에 많은 현금이 풀렸고 2) 테슬라가 전기차의 성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렇게 투자를 많이 받을 수 있는 상황은 기업에게는 매우 좋은 기회다.
하지만 리비안의 경우를 보면 투자를 쉽게 받아서 그런지 돈을 너무 쉽게 쓰고 경영 효율도 매우 낮아 보인다. 리비안은 21년 Q3 기준 영업 지출로 대략 8500억 원을 쓰면서 11대의 차를 판매하였다. 21년 Q4에는 1조 원 가까이 쓰면서 400~500대 차량을 판매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재 경영이 얼마나 비효율적으로 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지표다.
쉬운 이해를 위해 테슬라와 비교해보겠다. 지출 기준으로 비슷한 테슬라의 수치를 가져와봤다. 테슬라는 20년 Q2에 리비안 21년 Q3 지출의 35% 많은 영업비만을 쓰며 9만 대 차량 판매를 하였다(위 그래프).
차 판매량을 기준으로 보면, 리비안의 Q4 예상 판매량은 400~500대 정도인데, 테슬라는 12년 Q3, Q4에 각각 250, 2400대 정도의 차를 판매하는 동안 지출은 각각 1200억 원, 1370억 원으로 현재 리비안의 1/6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 (아래 그래프)
리비안에서는 2023년까지 일리노이주 노멀 팩토리(Normal Factory)에서 연간 20만 대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조지아 팩토리(Georgia Factory)는 2022년 중 착공을 시작해 2024년부터 차량 생산을 시작할 계획을 갖고 있다. 리비안의 계획대로 완벽하게 진행된다면 2024년 연간 생산량이 20~30만 대 수준이 되는데, 이렇다 하더라도 현재 리비안의 시가총액이 50~100조인 것은 너무나 과대평가이다. 현금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앞으로 매년 수조 원씩 지출하게 될 텐데, 생산 차질, 판매 부진 등으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고 주가가 하락하는 순간 자금줄이 마를 위험성도 높다.
리비안은 현재 너무나 살이 찐 상태라, 지출을 줄이기 위한 피나는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아직 차량 생산 및 판매가 극히 적은 상황에서 직원수는 벌써 만 명을 돌파하고 있다. 앞으로 직원수 조절, R&D 및 운영의 효율화를 하지 않고서는 주가는 물론이고 회사의 생존도 장담할 수 없다. 우선적으로 잉여 인력의 구조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임금 또한, 임직원의 현금성 임금을 삭감하고 실적에 따른 스톡옵션 보상을 강화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아직 매출이 없는 회사에서 2020년에 CEO, CFO, CGO가 현금(Salary+Bonus)으로 각각 130만 달러(약 16억 원), 45만 달러(약 5억 원), 70만 달러(약 8억 원)를 받아간 것도 효율적 경영에 대한 절실함이 부족한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나의 부정적인 의견은 현재의 지나치게 높은 주가와 경영의 비효율에 한해서이며, 리비안의 제품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리비안도 자동차의 전동화를 앞당기는 역할을 하고 있으니, 꼭 살아남길 바란다. 다만 단순히 트렌디한 전기차 회사라는 이유로 고평가를 받는 회사에 투자하는 것은 어렵다.
앞으로 리비안의 주가가 적정 수준(개인적으로는 10달러 이하)으로 떨어지거나, 대량 생산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피나는 노력을 통해 효율적인 경영이 이뤄진다면 그때 투자를 고려해 볼 예정이다. 리비안이 살이 빠지고 단단해지면 한번 더 글을 적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