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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반인의 테슬라 Apr 12. 2023

전기차 화재가 엔진차 화재보다 위험한가?

※ ‘더지’가 쓴 글입니다.


"대전 현대아웃렛 화재..."

"화재 초기 지하주차장에서 충전 중이던 전기차가 폭발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작년 9월 대전의 한 아웃렛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가 났다. 7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상을 입은 매우 큰 화재였다. 하지만 사고가 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화재의 원인으로 전기차를 지목하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뉴스를 접한 사람들은 지하주차장, 전기차, 충전소 등의 몇몇 키워드를 추측하며 역시 전기차는 위험하다는 댓글이나 포스팅을 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는 전기차와 전혀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전 현대아웃렛 지하주차장 사고의 원인을 일단 전기차로 지목하는 언론사 보도 (출처: 네이버뉴스)


전기차 판매는 급격히 늘고 있지만 전기차를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그들 대다수는 미디어를 통해 간접적으로 전기차에 대해 접하게 되는데, 알다시피 뉴스 보도 등 미디어는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끌기 위해 자극적으로 내용을 전달하는 경우가 잦다. 


특히 최근 들어 전기차 화재에 관한 뉴스가 그렇다. 배터리가 발화하는 전기차 화재의 양상이 엔진차와 다르다 보니 뉴스거리가 된다고 판단하는 모양이다. 그 결과 전기차가 엔진차에 비해 화재에 많이 취약하고 훨씬 위험한 것으로 인식된다. 그래서인지 앞서 소개한 아웃렛 지하주차장 사고처럼 황당한 사례도 등장한다. 


자동차 충돌 사고로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화재 사고는 전기차든 엔진차든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데 마치 전기차이기 때문에 화재가 발생하는 것처럼 보도가 되기도 한다. (아래)


충돌 후 전기차에 화재가 나자 여러 언론사에서 보도한 장면 (출처: 네이버뉴스)


전기차를 시한폭탄으로 여기는 사람도 꽤 있다. 


전기차를 타고 다니다 보니 주변 사람들에게 종종 화재의 위험 때문에 무섭지 않냐는 말을 많이 듣는다. 전기차 화재의 위험이 실제보다 많이 부풀려져 있다고 느껴진다. 사실은 어떠할까. 


먼저 각각의 화재 발생 비율이다. 국내의 경우 엔진차와 전기차의 화재 건수를 등록 차량 수로 나누어, 1만 대 당 화재 발생 비율을 비교해 본 2020년의 통계자료가 있는데, 내연 기관은 1만 대 당 1.88대, 전기차는 1.63대로, 전기차의 화재 발생 비율이 엔진차보다 적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아래 표)


2020년에 발생한 국내 내연기관차 전기차 화재 숫자 비교 통계  (출처: 한국화재보험협회 웹진 102호)


2020년의 자료를 조금 더 자세히 분석해 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 배터리 발화가 된 화재 건수가 7건이 있는데 7건이 모두 코나EV 모델에서 발생한 것을 알 수 있다. 즉, 특정 모델의 결함으로 배터리 발화에 의한 전기차 화재 수가 커진 것이다. 


 2021년 7월 기준 국내 발생한 배터리 발화 화재 현황 (출처: 한국화재보험협회 웹진 102호)


엔진차도 마찬가지다. 자동차 브랜드와 차종에 따라 화재 발생 비율이 달라진다. (아래 표)


2010년 1월에서 2015년 12월 사이에 발생한 자동차 브랜드 및 차종별 화재 발생 통계 (출처: 오토데일리)


테슬라와 같이 전기차 경험이 많고 성능이 뛰어난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을 탑재하는 브랜드의 경우는 화재 발생 비율이 엔진차에 비해 현저히 작다. 


2012년부터 2021년까지 미국에서 발생한 화재를 비교해 보면 테슬라 차량은 2억 1천만 마일당 1대 꼴로 화재가 발생한 반면, 미국 전체 자동차 화재 평균은 1천9백만 마일당 1대이다. (출처: 테슬라 홈페이지) 즉, 테슬라의 차량이 미국의 평균보다 10배 정도 화재에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전기차와 엔진차에는 왜 화재가 발생하는 걸까? 


우선 공통적으로 두 종류의 차 모두 충돌 시 충격에 의해 발화가 시작되는 경우가 있다. 차를 움직일 수 있는 에너지원을 배터리 또는 휘발유나 디젤 등 연료의 형태로 갖고 있기 때문에 외부 충격에 의해 에너지원에 불이 붙는 것이다. 


충돌로 인한 경우를 제외하면 전기차와 엔진차는 저장되어 있는 에너지의 형태가 달라 화재 발생하는 원인과 양상도 다르다. 


전기차는 아주 큰 용량의 배터리가 전기에너지를 저장하고 있다. 배터리는 아주 많은, 작은 배터리 셀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셀 내의 어떤 불량이 원인이 되어 온도가 올라가면서 발화가 되고 다른 셀로 퍼져나간다. 이렇게 배터리에 불이 붙는 과정을 ‘열폭주'라고 부르는데 열폭주가 시작되면 아주 높은 온도의 불꽃이 발생하고 배터리 내의 물질들이 독성 가스형태로 배출된다.


반면, 엔진차는 액체의 휘발유나 디젤을 에너지원으로 삼는다. 그래서 차량 내의 전선이 합선되거나 연료가 새어 나와 불이 붙는다. 기름에 한 번 불이 붙으면 순식간에 퍼져나가는 것처럼 엔진차에서는 불꽃이 한 번 시작되면 아주 빠르게 퍼져나가게 된다. 하지만 불꽃의 온도는 전기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 진화가 쉬운 편이다.


전기차는 충돌로 불이 붙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아무런 징조 없이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리고 보통 화재가 발생하기 전에 여러 소음과 함께 증기가 발생하기 때문에 빠르게 불길이 퍼지는 엔진차에 비해 미리 피할 수 있는 시간이 더 길게 주어진다. 차량에 따라서는 배터리나 차량 시스템에 이상이 있다고 사전에 경고를 하여 대피할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한다.


엔진차는 130년의 긴 역사가 있고, 그동안 무수히 많은 화재를 경험한 탓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그리고 다량의 화재 데이터를 바탕으로 안전 시스템을 개발하여, 아주 쉽게 불이 붙는 연료를 가지고 다님에도 화재의 위험을 많이 줄일 수 있게 되었다. 미국화재예방협회(NFPA)의 데이터에 따르면 1980년부터 2013년까지 33년간 미국 고속도로에서의 화재발생률이 대략 80% 감소했다. (아래 그래프) 2013년 이후로 화재발생률 감소는 거의 없지만 말이다.


미국의 고속도로에서 10억 마일 당 발생하는 자동차 화재 발생 건수의 연도별 차트 (출처: NFPA)


반면 전기차는 본격적으로 개발된 지 10년이 채 안 되었기 때문에 화재 원인이나 화재의 양상이 덜 알려진 측면이 있다. 이미 엔진차에 비해 안전하지만, 앞으로 데이터가 쌓이고 미래 차량의 안전 시스템에 반영이 된다면 화재로부터 더욱 안전하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테슬라 차량의 경우는 발생하는 화재를 분석하여 안전 시스템에 반영하고 있으며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차량이 화재로부터 점점 안전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아래 그림)


테슬라 차량의 화재 1건 발생 시까지 주행거리. 2012년부터 해당 연도까지의 누적 주행거리를 나타내므로 막대가 길수록 안전하다는 뜻이다. (출처: Tesla)


화재 발생률을 0으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대신 전기차 화재 진압을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소방 시스템을 마련하고, 전기차 및 충전기 제조사도 화재 발생 원인을 바탕으로 점점 더 안전한 시스템을 만들어 화재 발생률을 줄여가는 게 중요하다. 


전기차 화재 위험에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그리고 전기차 화재가 두려워 전기차 구매를 꺼려하는 분들에게 이 글이 도움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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