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의 기원은 18세기 에드워드 제너라는 영국 의사가 천연두 백신을 발견하면서 시작되었다. “호환마마보다 무섭다”는 조선시대의 말이 있을 정도로, 천연두의 명칭이었던 ‘마마’는 걸리면 사망률이 30%, 아이들에게는 80%까지 이르렀고 전 세계에 5억 명 가까이 사망자를 발생시킨, 그야말로 인류를 위협하는 질병이었다. 당시 세간에 떠도는 말에 의하면 소에게 옮는 질병인 우두를 앓은 사람들은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고 하였고, 실제로 소와 밀접하게 지내는 소 젖을 짜는 사람들은 우두를 앓고 나면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 것을 제너는 관찰했다. 우두가 천연두를 예방한다는 가설을 세운 그는 가족과 지인들에게 우두 환자의 고름을 피부에 주입했다. 그리고 우두로부터 회복되면 다시 천연두 환자의 고름을 주입하였는데, 그 사람들이 천연두가 걸리지 않는 것을 직접 확인하며 최초의 백신의 개념을 확립했다.
그 무서운 천연두의 고름을 사람에게 주입한다니, 얼마나 많은 비난과 반발이 있었을까? 실제로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격렬하게 반대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로부터 소아마비, 홍역, 풍진, 간염 등 수십 가지의 백신의 개발 및 전 세계적인 보급으로 인해 인류는 치사율이 높은 다양한 질병으로부터 해방된 지 벌써 몇 세대가 지났다. 다시 한번 코로나 19 백신으로 논란거리가 된 백신이지만, 질병을 오히려 유발한다는 측면에서는 천연두 때부터 안아키까지 지속되어온 해묵은 논쟁이다.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백신 접종만이 이 팬데믹을 종식시킬 수 있다. 더 정확하게는, 백신접종으로 강력하지만 좁은 방어력을 올리고, 그 후에는 일반 감기처럼 넓은 자연면역이 형성되는 것이다. 이것은 막연한 희망이 아니라 데이터와 연구를 통해서 계속 입증이 되고 있다.
델타 변이라는 새로운 국면은 우리를 모두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며칠 전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기존에 예방 효과가 90프로 이상이라고 알려진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가 새로운 델타 변이에 여전히 효과가 있으나, 그 효과는 ‘코로나 자연 감염 후 스스로 면역이 형성된 사람과 비슷한 정도’라고 밝혔다. 그리고, 코로나 19 자연 감염 후 면역이 생긴 사람이 다시 백신 접종을 하는 경우에는 델타 변이에 훨씬 강해진다고 한다. 또 다른 Nature지에 발표된 논문에서는 자연 감염 – 자연 면역이 형성된 사람들은 알파든 델타든 종류와 상관없이 비슷한 정도의 면역력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직접 읽어보고 싶다면 클릭)
https://www.ndm.ox.ac.uk/covid-19/covid-19-infection-survey/results/new-studies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1-01442-9
코로나 19 바이러스를 구성하는 단백질 중 인체 감염에 역할을 하는 것은 28개이며, 28개 중 가장 공격적인 부분은 이제 잘 알려진 ‘스파이크 단백질(Spike protein)’이다.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가 기존에 효과가 뛰어났던 이유는 이 스파이크 단백질 항체만을 선택적으로 대량 생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파이크 단백질에 변이가 생긴다면? 델타 변이에서 관찰되는 현상처럼, 예방 효과가 떨어지는 것이다. 반면에 자연면역이 형성된 사람들은 전체 28개(envelope protein, membrane protein 모두 포함)에 대한 항체가 있기 때문에 항체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스파이크 단백질에 어떤 변이가 생기더라도, 나머지 항체를 통해 넓게 싸울 수 있다. 다양하게,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면역이 더 강한 원칙 그대로다.
이것이 본래 면역의 원리다.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면 애들이 감기를 달고 산다는 이야기를 부모들에게 많이 듣게 되는데, 이것은 다양한 바이러스에 반복 노출을 통해 아이들의 면역체계가 훈련되는 과정이다. 아픈 만큼 우리는 더 강해지고, 감기에 걸리면 잠시 쉬었다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다. 만약 어떤 아이를 15세까지 무균 환경에서 키운다고 가정을 하면, 그 아이는 세상에 노출되는 순간 가벼운 감기 바이러스 때문에 입원까지 해야 할지도 모른다.
최근에 베트남에서 접종을 시작하여 논란이 되고 있는 시노팜 백신은 죽은 코로나 19 바이러스를 우리 몸에 주입을 하는 전통적인 사백신 방법을 사용하였다. 소아마비, B형 간염, 독감 등에 널리 쓰여온 방식이라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안전하다고 보여진다. 바이러스 전체를 사용하기 때문에 스파이크 단백질뿐 아니라 나머지 27개 단백질에 대한 항체도 생성한다. 그래서 공격 효과가 스파이크에 집중적이진 않지만, 앞으로 생길 여러 다른 변이를 생각한다면 나쁜 선택이 아닐 수도 있다. 다만 타 백신이나 자연감염에 비해서 효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항체가 감소하는 시기인 6개월 안으로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로 다시 접종하는 것이 좋겠고, 또 60세 이상인 경우는 항체 생성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추천하지 않는다.
이제 코로나 팬데믹의 종말 시나리오가 그려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예방접종을 받고, 그 후 다시 생활 속에서 가볍게 자연감염이 되는 것, 여러 번 노출이 되면서 일반 감기처럼 면역이 형성되는 것. 마지막 당부하고 싶은 것은 백신보다 더욱더 중요한 건강의 4가지 요소 - 영양, 운동, 수면, 그리고 스트레스의 적절한 해소임은 매 칼럼마다 강조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