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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몽 Mar 05. 2023

호텔식과 맞춤식

10개월 만의 변화


네이버에 '수건 접는 법'을 검색하면 '호텔 수건 접는 법'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나온다. 나는 자취 경험이 없는 것도, 살림력이 없는 것도, 호텔에 가본 적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이런 방법이 있는 줄 몰랐다.


그녀와 동거하기 전까지는.







나는 어려서부터 대학생 때 4년 동안 자취할 때까지 수건을 두 번 접어서 직사각형 모양으로 보관했다. 어렸을 적에 어머니가 그렇게 접기도 하셨었고, 이 방법이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의 생각은 달랐다.


오빠, 봐봐 수건은 호텔 수건처럼 이렇게 접는 거야~

각 잡고 각 만든 날


사실 내가 왜, 그리고 어떻게 그녀의 말을 군말 없이 따라주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그냥 따라 했고, 따라 해왔다. 처음에는 귀찮은 마음에 그리 예쁘게 접지 못하여 그녀의 꾸중을 듣곤 했지만, 그 꾸중을 듣는 것이 더 성가시다는 걸 깨달은 후부터는 항상 진심을 다해 접어왔다. 그러나 평균 사흘에 한 번 빨래할 때마다 기본 열 장이 넘는 수건을 이런 식으로 접는 것은, 나의 '직사각형 수건 접는 법' 보다 시간적으로 효율적이지 않다고 느껴졌다. 그렇게 그녀의 '호텔식 수건 접는 법'에 대한 불만이 조금씩 쌓여갔다.






수건장 구조마저 똑같다


그렇게 10개월이 흘렀을 즈음, 나는 '오늘의 집' 노하우에서 무엇을 보게 됐다.

나는 이것을 보자마자 드디어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생각을 실천하여 변화를 이루어야 할 때라고 말이다. 10개월 동안 수많은 수건들을 그녀의 방법으로 접어왔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고,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눈을 옆으로 돌리자 마침 빨래 건조대에 다 마른 것 같은 수건들이 보였다. 그녀는 잠시 집을 비운 상태였고, 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기로 했다. 서둘러 수건 하나를 책상으로 가져와서 방금 보았던 방법으로 접어보았다. 기존 나의 '직사각형 방법'이 수건을 두 번 접는 방식이었다면, 이 방법은 세 번 접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화장실 수건장에 넣어보니 크기가 조금 맞지 않아 방법을 살짝 변경했다. 반 접고, 반의 반 접고, 반대쪽에서 반의 반 접고, 마지막으로 다시 반을 접는, 총 네 번을 접는 방식이었다.

그렇게 이 방법으로 열 장이 조금 넘는 나머지 수건들을 다 접어 수건장에 넣은 후 그녀가 집에 오기를 기다렸다. 그녀는 아무것도 모른 채 평소처럼 집에 들어와 평소의 나를 연기하고 있는 내게 무엇을 하고 있었냐며 물어보았다. 그때 그녀는 거실에 놓여있던 건조대가 치워져 있다는 걸 알아차렸고, 내게 혼자 수건을 다 갰냐며 걱정하는 동시에 화장실로 가서 수건장을 열어보았다.


추진력이 좋다는 소리를 종종 듣곤 한다


그녀는 순간 흠칫, 나도 흠칫, 하고 놀랐고 내게 어떻게 접은 것이냐며 물어보았다. 나는 태연하게 인터넷을 뒤지다가 우연히 발견하여 한번 해보았다고 답하였고 그녀는 순간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아마 그녀는 새로운 방식으로 접혀있는 수건들의 깔끔한 모습에 놀람과 동시에 그 새로운 모습을 받아들이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꽤나 오랫동안 지켜왔던 그녀의 방식이 나의 '한번 해본' 방식으로 바뀌어있는 모습을 보며, 내가 그녀에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일지 생각했을 것이다. 사실 그때 그녀가 내게 그 방법이 마음에 들지 않고 원래 접던 대로 접자고 말했다면 나는 그녀의 말을 따를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10개월 간 귀찮은 티를 내면서도 자신의 취향을 군말 없이 따라준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았다.


ㅋㅋ앞으로 이렇게 접자~






새로운 수건 접는 방법은 두 번만 접는 나의 예전 '직사각형 수건 접는 법' 보다 두 번의 과정이 많지만, '호텔 수건 접는 법' 보다는 내게 모든 방면에서 수월했다. 잘 접기만 한다면 수건 끄트머리가 삐져나올 일은 없었고, 시간 또한 반으로 줄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그녀의 '호텔 수건 접는 법' 도 아닌, 나의 '직사각형 수건 접는 법' 도 아닌, 우리만의  '맞춤 수건 접는 법'을 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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