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것에 가장 많은 시간과 비용을 쓰시나요?

소소무물 | 두 번째 이야기

by 루아 미티


22년 9월 11일의 소소무물:


치타미티

올해 4월부터 서울살이를 하고 있어요. 신설동 작은 공간에 저만의 공간을 마련했죠. 혼자만의 시간이 꽤 만족스럽다가도 한껏 우울해질 때도 있어요. 이번 연휴에는 혼자 시간을 충분히 보내다가 슬그머니 본가로 내려와 추석 연휴를 보내고자 내려왔어요. 엄마는 제가 무슨 하루에 밥 한 끼도 못 먹고 지내보였는지 엄청난 음식을 만들고 있고(사실 맥주와 빵을 많이 먹었죠), 그 덕에 저는 하루 6끼+@쯤 먹으며 보내고 있어요.


배가 든든해지니 엄마에게 참 감사한데, 그만큼 잔소리도 플러스이니 상호 똔똔으로 할까 봐요. 정말 많은 잔소리를 들었는데 그중 가장 많이 듣고 고전적인 이야기는 이거였어요.


“한 번 살 때 좋은 것 좀 사. 그게 돈 아끼는 거야.”


제가 입고 온 옷과 가방 등이 엄마의 레이더 망에 걸린 거죠. 생각해 보니 정말로 그런 거 같아요. 한 번 살 때 좋은 걸 선택하면 되는데, 꼭 돈을 조금이라도 아끼겠다는 선택을 해요. 그만큼 후회를 얻지만요.

돈이 아까워서 안 가는 여행, 내년엔 내가 샀었는지 생각도 안나는 저렴한 티셔츠, 그리고 조금이라도 싼 걸 고르겠다 노력한 시간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제가 느끼는 건, 제대로 된 값의 제대로 된 경험이었어요. 고기도 먹어 본 놈이 잘 굽는다던 어른들의 농은 진짜였나 봐요 ��‍♀️ 돈을 아끼는 게 정답일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저만의 취향이 무엇인지, 거기서 무엇을 느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었어요. 딱 겉핥기 정도만이었죠. 그래서 이번 추석 연휴가 지나고선 저의 물건들을 찬찬히 돌아보려고요. 그리고 저만의 소비 기준을 잡아야겠어요.


(1) 돈을 아끼는 것보단 내가 돈을 쓰는 것이 무엇인지 지켜보기

(2) 거기서 나의 취향을 발견하기

(3) 다양한 취향을 만들어 나가기


요즘 들어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게 뭘까, 어떤 취향을 가진 사람일까 생각하고 있어요. 이번 오답으로 제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과정에 허들 하나가 치워졌으면 해요.


키티 언니는 어떤 것에 가장 많은 시간과 비용을 쓰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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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진심으로 돈을 쓰고 있어서 걱정인 치타미티..






키티언니

가장 많은 시간과 비용을 쓰는 건 아무래도 '먹는 것'이겠지요. 한 때 배달 어플을 SNS 수준으로 살피기도 했었고 많이 먹지는 못하지만, 식탐이 있습니다. 수많은 먹는 것 중에서도 가장 많은 시간과 비용을 쓰는 음식을 꼽으라면 단연코 '커피'입니다.

드는 돈으로 따지자면 커피가 1위 자리를 유지하기 어려우나, 시간까지 함께 따진다면 커피가 부동의 1위입니다. 동네에 새로운 카페가 생기면 가보고, 약속이 생기면 약속 장소 반경 1~2km 내 괜찮은 카페를 찾아보니까요.


나는 커피 마니아인가? 생각해보면..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커피에 진심인 분들은 바리스타와 로스터리, 원두를 중요한 기준으로 두잖아요. 저도 종종 그런 기준에 따라 커피를 마시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카페’가 어떤가입니다. 커피가 기가 막히지 않아도 카페가 제 기준에서 합격이면 자주 갑니다. 커피가 맛있어도 카페가 별로면 발길이 가지 않고요.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죠.)

다시, 답변하겠습니다.


저는 저의 가장 많은 시간과 비용을 괜찮은 카페를 찾고, 찾아가고, 경험하는 일에 씁니다. 돌이켜보니 괜찮은 카페를 물색하는 시간부터 꽤 많이 들어요. 괜찮은 카페란 대부분의 조건들이 만족스러운 카페입니다. 인테리어다 나름의 콘셉트를 충실히 표현하고, 기본인 아메리카노가 맛있으면서도 시그니처 커피 메뉴도 훌륭하고 디저트도 맛있어야 하며, 책을 읽거나 노트북을 하기해도 편리한 시설을 갖춰야 하죠.


이 조합들이 어우러진 카페에 있으면 별거하지 않아도 시간을 꽉 채워 누리는 느낌이 들어요. 동동거리며 사는 제게 한 켠의 여유를 주는 순간입니다. 멍하니 밖을 보기도 하고요. 머리가 비워지면 책도 읽습니다. 때때로는 누구에게도 못 보여줄 개똥철학을 일기장에 끄적이고 `유튜브 줄이기` 같은 허망한 다짐으로 나아가기도 합니다.


3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는 이 억지스럽고도 까탈스러운 여유를 위해 가장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네요. 까다롭게 알아본다고 해서 늘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서 아무리 좋아 보여도 확실한 건 가보고 마셔보는 수밖에 없더라고요. 다른 일들도 같은 이치겠지만.


키티언니최애_502로스터스.jpeg (키티언니 최애의 502 로스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