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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엔돌핀 Jul 26. 2021

알바가 직업병이 있다고?

4월 즈음 덕수궁 돌담길에서 ‘노동자 건강권’ 관련한 노동안전 사진전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반복적으로 팔을 사용하는 작업이 많은 학교 급식 조리 노동자는 손가락이 휘었고, 온종일 서서 일하는 판매 노동자의 발은 발가락이 굽고 멍이 가득했다. 한마디로 직업병이다.

또 다른 기사에서는 급식실 조리실무사가 폐암으로 사망했으며 그 원인으로는 튀김이나 볶음 및 구이 요리를 조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조리 흄이 폐암 발생 위험도를 높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때 기사를 볼 때만 해도 안타깝다, 다 먹고 살기 위해서 일을 하고 있는 건데 건강과 생명을 위협받는 노동 현실이 개선되지 않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에 화가 나기도 했다. 하지만 내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주 40시간 최저임금 노동을 하며 생계를 유지해 나가는 노동자들의 삶과 달리, 아르바이트 노동은 그만큼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기업의 이윤에 최적화된 아르바이트 시간으로 기업은 최소한의 인건비를 쓰며 매장의 수많은 업무를 최소한의 인원으로 다 감당하게 하고 있다. 내가 일하고 있는 패스트푸드 매장도 똑같다. 나름 대기업에 주휴수당을 비롯해 가산 수당을 꼬박꼬박 챙겨주는 후생 복지가 괜찮은 곳이지만, 코로나 시기에 일을 시작한 내가 일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이 많은 일을 이 인원으로 해야 한다고?' 라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런 질문에 점장을 비롯한 선배 노동자들은 당연한걸 왜 물어보냐는 듯 의아해했다.     


해야 할 일은 많고, 할 사람은 적고, 그러다 보면 당연히 조심조심 해야 할 일도 빨리빨리 해야 해서 뛰어다니게 되고, 곳곳에 부딪히게 되면서 자고 일어나면 몸 곳곳에 멍을 발견할 때가 많다. 언제 다치는지도 모르게 일을 하는 순간순간이 위험의 연속이다.

언제 생긴지도 모르게 틈만나면 몸에 생기는 멍자국들.

언제부터인가 손목이 아팠다. 왜지 싶어 일하다가 동료 몇 명에게 손목이 안 아픈지 물었더니 자기도 아프다고 했다. 한 동료는 손목 보호대를 차고 일을 할 정도였다. 한 동료는 자기도 너무 아파서 저주파치료기 같은 거랑 악력기를 사서 계속 관리를 해주고 있다며, 나에게도 추천을 해줬다.

방아쇠증후군이라는 증상으로 물리치료를 받았다

분초를 다투며 주문이 들어오는 일터에서 누군가는 계속 고온에 튀김을 튀기고, 고기를 굽고, 또 빨리 주문된 음식을 손님에게 제공하기 위해 뜨거움을 감수하고 꺼내 담기 바쁘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튀김기에 튀기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손목에 무리가 온 것이다. 아 이런 게 직업병인가 싶었다. 그런 생각과 함께 문득 그전에 봤던 학교 급식 노동자의 휜 손가락 기사가 떠올랐다. 알바가 무슨 직업병이 있겠냐 싶었는데 아니었다. 알바도 직업병이 있다. 주 40시간을 꽉 채워 일하지는 못하지만, 주 20~30시간 가깝게 일을 반복적으로 하다 보면 몸 일부에 무리가 오는 건 그 일의 강도가 줄어들지 않는 이상 당연한 일이다.


 기업의 높은 이윤은
노동자들의 건강과 맞바꾸는게 아닌가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일하는데 주방에서 같이 일하는 동료 한 명이 **님, 무릎 안 아파요? 하고 물었다. 아마 음식 만드는데 필요한 재료를 받는 상하차 업무량이 많았던 모양이다. 엘리베이터가 있긴 하지만, 많게는 20킬로 되는 자재들을 계속 들었다 내렸다 옮겼다 해야 하는 게 몸에 무리를 주기엔 충분하다. 어떤 날에는 그렇게 일을 하다 보면 몸이 찌릿찌릿 저릴 때도 있다. 우리는 일을 하면서 최저시급 받으면서 이렇게까지 일을 시키는 게 맞냐고 쌓였던 불만을 쏟아내기도 한다.      


왜 일을 하면서 아파야 할까? 아프면서까지 해야 하는 게 우리가 해야 하는 노동의 최선일까?

아프지 않고 일할 방법은 단순하다. 그만큼 일할 사람을 많이(아니 많이도 아니다. 필요한 최소한은) 채용하면 된다. 저임금 노동, ‘일당백’이 아니라 ‘일당일’, 아니 좀 더해서 ‘일당이’정도의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안전하게, 건강하게 일을 할 수 있다. 기업의 고용주들도 이 사실을 알 텐데, 쥐어짜서 더 많은 일을 시키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것 같다. 수많은 노동자는 각자의 일터에서 너무나 많은 일을 한 사람이 감당하고 있다. 이 환경을 바꾸는 것, 그것이 노동안전을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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