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다 겪은 황당한 휴게시간
오후 5시부터 밤 11시까지 근무를 하는 날이었다. 5시에 출근해서 매장 내부 청소를 하고 있는데 30분쯤 지났을까 휴식을 다녀오라고 했다. 잘못 들었나 싶어 ‘벌써요’하고 물었는데 맞다고 했다. 그렇게 30분 휴식 시간을 보내고 5시간 동안 앉지도 못하고 쉼 없이 일을 했다.
너무 어이가 없어 같이 일하는 동료에게 이야기했더니 자신은 출근하자마자 휴식을 가는 더한 경우도 봤다며 도대체 누구를 위한 휴식이냐며 비인간적인 시스템에 대해 같이 분노를 쏟아냈다.
근로기준법 54조(휴게) ①항에는 ‘사용자는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에는 30분 이상, 8시간인 경우에는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도중에 주어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휴게시간을 법으로 정한 목적은 노동자에게 적절한 휴식을 부여함으로써 노동자의 건강 보호와 작업능률을 높이고 재해 방지 등을 위해서이다. 5시간 쉬지도 못하고 계속 일을 하면 허리와 다리가 너무 아프다. 주문이 쏟아지는 날이면 그야말로 죽음이다.
휴게시간을 언제 제공할지는 사용자가 결정한다. 당연히 노동자에게 필요한 시간에 휴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매출 이익을 중심에 두고 최대의 효율을 낼 수 있는 시간에 맞춰 휴식을 제공한다. 노동자의 건강 보호를 위한 휴식의 권리가 현실에서는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손님이 너무 많아 평소보다 더 바쁠 때는 근로기준법에 보장된 휴게시간 외에도 적절한 휴식을 더 보장해줘야 하는 게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데, 자본주의는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버티는 것은 노동자의 몫이고, 그러다 건강이 나빠져 일을 할 수 없게 되면 다른 사람으로 교체되면 끝이다. 그래서 매장에서 일하는 동료 노동자는 ‘우리는 일회용 소모품이다’라고 자조적으로 말하곤 한다.
노동자의 휴식권과 동떨어진 휴식 시간 제공도 문제지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휴게공간의 문제도 있다.
작년 알바몬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매장관리·판매, 편의점·피시방 알바의 경우 휴식 시간조차 없다는 답변이 많았다. 안정적으로 쉴 휴식공간도 마련되어 있지 않은 곳이 많다.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장소가 있는지 묻는 설문에 20.5%만이 ‘휴식만을 위한 장소가 있다’라고 답했다. 48.8%는 ‘휴식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지만 휴식 장소가 있다’라고 답했고, 29.6%는 ‘휴식할 수 있는 장소가 없다’라고 응답했다.
‘휴식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휴식 장소’는 다름 아닌 손님이 없는 물류 보관 창고 같은 곳이다.
청소, 경비노동자들의 열악한 휴게시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많은 국민이 분노했다. 비좁은 공간, 환기 시설도 갖춰지지 않아 곰팡이 가득한 공간은 건강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반인권적이다. 알바노동자들이 일하는 일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는 노동자들의 휴식권을 대하는 사용자, 자본의 입장이 어떤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사업장 내 휴게공간 설치를 의무화하는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어 올해 8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여기도 단서가 붙는다. 일정한 조건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5인 미만, 영세한 사업장의 경우는 휴게공간 설치 의무화의 법적 보호에서도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
누구나 안전하게 일하고 또 적절한 휴식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되는 노동을 할 권리가 있다. 일하는 노동자의 필요에 따른 휴게시간, 또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안정적인 휴게공간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매출 이익이 중요하듯 그 매출 이익을 내기 위해 애쓰는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도 같이 생각하는 노동 존중의 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사회 구성원들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한 가지 더 생각해 볼 문제는 휴게시간은
왜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가이다.
통상 휴게시간은 근로시간으로 보지 않아 노동자들이 사용자의 지휘, 감독하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시간이다. 그래서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하지만 휴게시간의 기본 목적인 적당한 휴식을 통해 노동자의 건강 보호와 작업능률을 높이기 위한 취지에 비춰볼 때 휴식 시간도 노동의 연속과정으로 봐야 한다. 주휴수당과 연차 유급휴가도 노동자들의 휴식을 임금 지급을 통해 보장해주는 것처럼 근무 시간 중간의 휴게시간도 같은 의미로 적용해야 한다.
경제성장과 기업의 이윤만을 쫓으며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권리들은 뒷전인 우리 사회의 노동 현실이 조금 더 노동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노동자들을 귀하게 여기는 사회로 발전할 수 있도록, 부당한 현실을 어쩔 수 없다고 인정하고 침묵하지 말고 변화와 발전을 이뤄낼 수 있도록 노동자들의 행동과 사회적 관심이 더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