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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상냥한 김선생님
Apr 02. 2022
토요일 아침
거실에 길게 누워있다.
나와 고양이 두 마리.
햇빛이
거실 안쪽을 파고들고,
일주일을 거침없이 살았으니 오늘 하루의 몇 시간 정도는 게을러도 된다고,
셋이 함께 널브러졌다.
고양이 골골 거리는 소리와 윗 집 아이가 두두두두 달리는 소리. 녀석, 여전히 참 튼튼하게 잘 자라고 있군.
시선이 창밖으로 향하면, 하늘이 파랗고 쨍하다. 봄이다.
어디라도 나가야 하나.
생각은 그러한데, 생각만 그러하다.
아 모르겠다. 봄인데 거실에 가져다 놓은 온수매트는 여전히 겨울이라 녹아 붙었다. 온수매트와 싱크로율 100.
창문이나 열어야겠다.
조금 있다 열어야겠다.
거실로 나온 큰 아들을 잡아서 피아노 앞에 앉혔다.
잔잔하고 경쾌한 곡을 부탁했다.
BGM이 흐르는 그림 같은 토요일 오전을 완성하려고 했으나
이 녀석이 갑자기 캐리비언 해적 ost를 페달까지 밟아가며 웅장하게 치고 있다. 학원 가기 싫은 토요일을 연주하는 거란다.
이제
일어나야겠다. 일어나서
등짝이라도
한 대 때려줘야겠다
.
"학원 가야지
이눔아. 대학은 가야 되지 않겠니?"
고양이들 자는 모습에 흐뭇해지는
토요일 오전. 시간을 부여잡고 싶다.
워~~얼, 화아, 수우우, 목오옥, 금, 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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