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 쓰나미가 돈이라는 파도와 함께 몰려오다
불평을 그만두고 첫 이틀간은 별 어려움이 없었다.
일상에서의 사소한 투정 거리가 생겨서 불평이 입 밖으로 혼잣말하듯 나오기 전 알아차리기를 반복했다. 불평 그만두는 거 별것 없네 라는 생각이 들 때쯤인 삼일째 되는 날 장애물이 찾아왔다.
일상에서의 사소한 짜증은 작은 파도가 일듯 찾아와 관리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으나, 돈과 관련된 부분은 짜증과 불평이 1초 사이에 쓰나미처럼 몰려왔다.
7월의 한여름, 편안한 해변가에 누워 한 손에는 시원한 음료 한잔을 들고 노란 튜브 위에 둥둥 떠다니는 것 같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지난 이틀간을 보냈다. 너무 자만한 탓 일까, 삼일째 되는 날에는 돈과 관련해서 일이 터졌다. 친한 지인에게 전화가와 이유도 설명도 없이 그저 내일 중으로 갚겠다는 말만 하고 돈을 빌려달라고 요청하였다. 그 순간 짜증이 밀려오는 게 느껴졌다. 한두 번 있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곧 계좌번호를 메시지로 보내왔으나 중요한 "은행명"은 누락하였다. 그 순간 참고 있던 짜증이 쓰나미처럼 덮쳐와 겨우 겨우 붙잡고 있던 해변의 노란 튜브 위에서 속수무책으로 파도 속으로 빠지는 경험을 하였다.
돈 빌려달라는 사람이 은행명도 없이 계좌번호만 보내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허공에다 대고 날카로운 짜증을 한번 내고 난 뒤에야 내가 불평이라는 파도 속에 허우적거리고 있다는 것을 보게 되었다.
어쩐지 처음 시작이 너무 편안하다 했다. 역시 작심삼일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다 숨겨진 통계적인 이유가 있으리라.
마음을 가다듬고 상황을 살펴보니, 돈을 빌려주기 싫으면 싫다고 했으면 끝이다. 다만,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아 이도 저도 아니게 어정쩡하게 대응하다 발생한 일이다. 굳이 탓하자면 거절 못한 나의 잘 못이리라.
그래도 긍정적인 부분을 찾아본다면, 불평을 한 번만 하고 끝냈다는 점이다. 이전 같았으면 비슷한 상황에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여 불평을 짜증과 함께 한 바가지는 쏟아냈을 것이다.
글로 적어내어 내 감정을 객관적으로 시각화하는 점도 도움이 되었다. 불평 그만 두기 프로젝트 삼일째, 나와의 약속이지만 결과와 상관없이 지키기 위해 글로 담아내는 과정이 도움이 되고 있다고 본다.
이번에는 하나의 불평이 이중, 삼중으로 과장하지 않고, 순간 알아차리기에서 끝나다는 점에서 발전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다독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