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했던 사람들과 함께 했던 기억이 깃든 울진의 바다, 아니면 내 애인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통영의 어느 바다.
통영의 바다는 밀물과 썰물이 있는 곳이었다.
나는 그곳에서 애인과 사랑을 나누면서도, 동시에 썰물일 때 최대한 해와 가까이 걷다가 밀물일 때 밀려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밀려오는 어쩔 수 없는 파도와 함께 숨이 막혀 죽는 상상을 얼마나 했는지 세어볼 수도 없을 만큼. 밀려오는 물은 내 폐부까지 들이닥쳐 내가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없을 만큼 나를 밀어붙이겠지. 그럼 나는 윤회에 대한 생각과 천국과 지옥에 대한 죄책감을 덜어낸 채 편히 죽을 수 있을 것이다.
나를 소멸시킬 수 있는 곳, 울진의 바다.
울진의 바다에서 죽는다면 나는 전형적이게 신발을 벗을 것이다. 신발을 벗고 그 안에 내 유서를 넣어놓겠지. 이 세상을 떠나고 싶으면서 역설적이게 나는 신발과 내 발목에 끈을 묶을 것이다. 누군가가 나의 시체라도 발견할 수 있게. 그렇지만 그가 나를 발견했을 때쯤이면 나는 이미 바다의 품의 안겨 엉엉 울고 있을 것이다.
바다를 유영하는 나를 데려와서 따뜻한 곳에 눕혀줘요. 내가 바라던 바였으니 아무도 울지 말아 줘요.
노래는 누자베스 노래가 좋겠어요. 장례식장에는 누자베스 노래를 틀어줘요. 내가 좋아했던 노래를 다 같이 들어줘요. 나를 한 번만 생각해 줘요. 그리고 살면서는 아주 가끔만. 그냥 아주 가끔만 날 떠올려줘요,.
그거면 좋겠어요.
바다를 좋아했고, 우주를 좋아했고, 동성을 좋아했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 주고 싶지 않아서 죽는 것 대신 사라지고 싶었던. 그런 나를 아주 가끔만 생각해 줘요.
그거면 좋겠어요.
내가 바다에서 살아있을 것이라고 가끔씩만 떠올려줘요. 바다 어디 저 멀리서 더 이상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자유롭게 유영하고 있을 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