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초기의 나로 돌아간다면

14화. 빵잡이 남긴 것-1


내가 다시 사업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창업 초기로 돌아간다면 아래의 사항을 반드시 숙지하고 진행할 것이다.



사업은 예술이 아니다

기발하고 독창적이고 유일무이하다는 것은 예술의 중요한 가치다.

그와 유사한 단어로서 차별성, 최초 같은 말들은 마케팅에서 매우 중요하게 여겨진다. 나는 그것을 과도하게 맹신했다. ‘독창성, 유일성’과 ‘차별성, 최초‘라는 단어들이 갖는 미묘한 차이를 간과했고 혼동했다.


마케팅에서 ‘최초’라는 것은 승리의 결정적 요인이다. 최초가 된다는 것은 이미 승자의 깃발을 거머쥐었다는 것과 같다. 저명한 마케팅의 바이블, 고전 ‘포지셔닝’에서 명확히 강조되고 있는 세분화, 타게팅이라는 것은 결국 ‘최초’가 되라는 말로 수렴한다. 결국 마케팅은 ‘최초‘가 되기 위한 싸움이다. ‘블루오션’이라는 것도 결국은 자신의 가치 제안을 더 세분화시켜 ‘최초’가 될 수 있는 영역을 개발하고 도전하라는 설명에 다름 아니다.


나의 문제는 ’최초가 돼라’는 마케팅적 전략을 사업의 모든 과정의 최상위에 두었었다는 데 있다.

사업의 출발과 목적, 실행의 전 과정이 오로지 ’최초, 유일‘이 되어야 한다는 기치 아래 움직였다.

그러나 이미 말씀드렸듯이 기발한 아이디어나 서비스, 프로그램도 전체 사업영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차별화된 콘셉트, 아이디어, 제품 또는 서비스만 있으면 사업의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 생각했고 그것에 너무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여했다.

사업에 필요한 온갖 역량, 경험, 자금력, 운용력, 네트워크, 인적 역량, 타이밍 등 너무나 많은 것을 소홀히 여기고 키우지 않았던 것이다.

’최초’, 남이 안 하는 것, 적어도 남이 하고 있기는 하지만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세상에 없는 그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새로운 방식으로 제공만 하면 사업은 성공할 것이라는 생각은 사업을 예술과 혼동한 데서 기인한 우매한 목표였다.



작게 시작하는 것이 가장 큰 성공의 열쇠

그럼에도 ‘최초, 유일’한 무언가를 시장에 제공한다는 것은 여전히 중요한 요소다. 그럴 수만 있다면 그보다 좋은 무기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이렇게 빨리 변하고 작은 틈을 메꿔가는 이 시대에 ’최초, 유일’이 되는 방법은 옛날과는 다른 방식이어야 한다.


어떤 것이 ’최초, 유일’한 것인가?라는 답을 찾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어떻게 하면 ’최초, 유일’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해야 한다.

바로 ’작게 시작‘하는 것이다.

작으면 빠르고 포기하기도 쉽다. 변신도 쉽다. 즉 빠른 판단이 가능하다. 세상에서 어떤 것이 차별성을 갖는지는 세상에 던져보기 전까지는 모른다. 많이, 그리고 자주 공개하고 결과를 지켜보는 방법밖에는 없다.


작게 시작하는 것의 또 다른 장점은 콘셉트나 아이디어뿐만 아니라 사업에 필요한 다양한 역량을 조금씩 키워가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만약 실패하거나 포기하더라도 리스크가 작기 때문에 얼마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고 다시 시작할 시간을 벌 수 있으니 말이다.




골방에서 나와라

피드백! 피드백! 피드백만이 살 길이다. 작게 시작하는 것의 목적은 피드백을 받고 반영하기 위해서다. 생각난 것을 실행하는 데 최대한 시간을 줄이고 빨리 반응을 살펴야 한다. 그다음 과정은 반응을 반영하여 고쳐서 또 피드백을 받는 과정의 반복이다. 처음부터 완벽한 것은 없다. 아니 아이디어조차 완벽하지 않다. 머릿속에서만 이런저런 가설을 설정하고 그중 나름 가장 적합한 것을 선택해 완성하려 한다면 큰 오산이다. 아이디어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라. 주변 사람 말고 일반 대중에게. 타깃에게. 그러면서 고쳐가라.


그리고 도움받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라. 자금, 지혜, 지식, 교육, 조언 그 어떤 것이든 좋다. 무조건 배움과 사업 진행을 병행하면서 가야 한다. 혼자 모든 걸 다 안다고 절대 생각하면 안 된다. 해답은 바깥에 있다. 자신은 한참 모자라고 더 많이 알아야 하고 배워야 한다는 사실을 뼈 속 깊이 새겨라.



신속한 결단

동업자든, 상황이든 처음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는 것은 해보기 전까지는 모른다. 실수도 할 수 있고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다. 자신의 실수와 잘못을 바로잡을 기회를 '변덕, 포기' 등의 비난에 묻어 버리지 말라.

세상에는 그 길이 아니어도 길은 많다. 어느 길이 정답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니다 싶을 때 빠르게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이 훨씬 이익이다.




그래도 사업을 해보겠다고 오랜 세월 몸부림친 경험을 바탕으로 얻은 몇 가지가 내용을 공유드렸다.

말씀드린 내용들대로 나는 하지 않았다. 나는 완전히 이와 반대로 했다. 그래서 망했다. 그래서 너무 명확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 이렇게 안 하면 망한다.

많은 책들과 강연에서 비즈니스 전문가분들이 이미 이런 내용을 제시하고 계시지만 나의 세월과 열정을 쏟아 붇고서야 그 중요한 교훈들이 진리임을 깨달았다.

나보다는 훨씬 지혜롭고 현명하게 해 나가시는 분들 앞에서 제대로 사업을 진행하지도 않은 처지에 말할 입장은 아니겠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 있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