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야 문제는 방향이야

15화. 빵잡이 남긴 것-2


이 시대에 특히 중요해진 '속도'

세상 모든 일이 결국 시간 싸움이 아닌가!

느리고 여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로하스족이라든지 묵묵히 자기만의 길을 걸어가는 분들에게 시간은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내가 말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이라는 것을 할 때의 문제를 말하는 것이다.

나 혼자 갈 때, 속도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트랙 위를 달리는 선수라면 옆에 달리는 선수와 트랙의 변화를 놓치면 안 될 것이다.

얼마나 빨리 세상이 변하는지는 다시 언급하지 않아도 모두들 잘 알 것이다.

빠르게 변하다 못해 우리는 1년 뒤를 예측할 수 없다. 5년 뒤에는 우리가 알고 있던 모든 것들이 전복되어 전혀 다른 세상이 되어 있을지 모른다.

개인이 10년이나 무언가를 만들고 있을 시간은 없으며 1년, 아니 6개월도 길다.

시장을 탐색하고 시장이 필요로 하는 핵심적인 기능을 빠른 시간에 공개하여 피드백을 받고 빠르게 개선하면서 진화해 나가야 한다.



더 중요한 건 방향

이 말을 하고 싶어서 빵잡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기로 한 것 같다. 빵잡이 내게 남긴 가장 큰 교훈이자 뜻밖의 보상이었던 깨우침은 다른 어떤 사업적 노하우나 조언보다도 값지고 중요한 것이다.


내 사례를 통해 회사를 차리는 것과 같은 중요한 문제에 개인의 특성, 습성, 신념, 취향, 믿음, 성향, 꿈같은 것들이 얼마나 크게 작용하는지 잘 보셨을 것이다.

실컷 달려왔는데 뒤돌아 보니 이 길이 아니었다고 뒤늦게 말씀하시는 분이 많다. 방향이 잘못되었다고 판단하는 데는 여러 가지 기준이 있을 것이다.

작게는 아이템이나 타깃 선정부터 어떤 분야의 사업을 할 것인가 어떤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할 것인가 등과 같은 것도 방향을 정하는 기준이겠고 크게는 사업을 할 것인가 직장 생활을 할 것인가라든지 혼자 하는 일이냐 남과 함께 하는 일이냐 등의 개인의 성향과 적성에 따른 진로에 관한 것일 수 있겠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 큰 의미에서의 방향이다.


그 많은 세월과 희생을 치르고서야 나는 내가 있을 곳이 이쪽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내가 사업, 그것도 온라인 플랫폼 사업을 하기에 적당하지 않은 인간이라는 것을 너무 늦게 자각했다. 애초에 내가 그러하였기에 그렇게 일은 더디고 성과는 얻지 못했던 것이다. 그 일을 하기에 어떤 자질이 필요한지도 잘 몰랐고 생각해 보지 않았다. 만약 알았다 하더라도 내가 가지지 못한 성격적, 내면적 자질을 하루아침에 그에 맞춰 변화시키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아무리 좋은 가르침도, 정답이 정해져 있는 성공의 길도 내가 죽어도 하기 싫으면 못 가는 것이고 내가 보고 싶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닌가.


또 하나의 지점은, 내가 사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자질을 가지고 있다고 나 자신에 대해 잘못 인지하고 있었던 부분이다. 카리스마 있는 리더십, 일을 처리하는 능력, 명철한 판단력... 보통 성공한 여성 벤처 기업가들을 연상하면 떠올리는 멋진 이미지를 나 자신에 내재화하고 그것이 바로 나라고 믿었다.


빵잡을 준비하는 그 시간 동안 나의 본질과 마주해야만 했다. 판단 앞에서 우물쭈물하고 다른 사람의 주장에 여지없이 꺾이고 민감한 감수성에 의해 외부의 조그마한 자극에도 크게 요동치는 불규칙한 멘탈. 사람들과의 만남과 어울림보다는 혼자 있기를 선호하고 나만의 세계를 펼쳐가기를 좋아했던 나. 이것저것 호기심이 많아 해보고 싶고 알아보고 싶은 것은 자꾸 쌓여가는데 빵잡이라는 하나의 목표에 묶여 다른 것을 해볼 시간도 정신적 여유도 갖지 못해 갑갑해 하며 생기를 잃어가던 나를 만나게 되었다.

나는 그토록 나를 몰랐고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몰랐다.




올바른 방향은 ‘나의 발견’으로부터

더 깊이 들어가 보자.

나는 왜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나의 비전으로 착각하고 모든 것을 걸었을까? 왜 삐거덕거리는 내면의 소음을 무시하고 그 비전에 도달하기에 충분치 않은 나의 부족함을 질책하고 수도 없이 채찍질하며 나아가야만 했나? 포기하기로 결심하기까지 왜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으며 세상이 끝난 것 같고 무너져 내리는 고통 속에 헤매어야 했나? 왜 사업엔 적합하지 않지만 그 외의 나의 장점. 끝없는 호기심, 모든 것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통찰력,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아이디어, 기획력, 예민한 감수성, 빠른 흡수력과 학습력... 이런 것들이 해낼 수 있는 일들에는 집중하지 않았나?


그리고 깨달았다. 자라온 성장과정과 처했던 환경 속에서 끊임없이 주입되고 내재화되어버린 성공한 커리어 우먼의 환상이 나에게 무거운 짐처럼 지워져 있었다는 것을. 딸이었지만 아들 몫을 해내야 했고 기대만큼의 큰 성공을 이뤄야만 했던 무거운 짐.

나의 호기심, 기호, 즐거움 따위에 관심을 둘 여지가 없었고 오로지 세상에서 성공할 만한 것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나. 나를 모르기에 나의 한계도 몰랐고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도 구분해내지 못했다. 그런 부족한 '메타인지' 덕분에 나는 틀린 방향을 그렇게 오래 걸어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역설적이게도 빵잡과 함께 한 그 긴 시간이 아니었다면 나는 여전히 성공이라는 목표와 무게에서 아직도 허우적거리고 있을지 모른다. 성공하지 못한 나 자신을 실패자로 규정하고 자책하면서.

실패와 포기의 시간을 지나면서 나를 가두었던 족쇄의 실체를 알게 되었고 그것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올바른 방향을 알기 위해서 '자신'을 먼저 잘 알아야 하는 이유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전략이다.


정리해서 말씀드리겠다.

‘중꺾마‘가 아니고 중요한 건 속도라는 걸 강조하고 싶다. 꺾여도 된다. 수없이 꺾이고 다시 일어나 보는 게 오히려 낫다. 요즘 같은 시대라면 그 무엇보다도 속도를 최우선에 두어야 한다.

하지만 아무린 빠른 속도라도 잘못된 방향으로 가게 된다면 그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겠다. 정확한 방향을 찾는 것이 속도를 내기 전에 선행되어야 한다.

여기서도 작게 시작하는 것이 똑같이 중요하다. 자신에게 맞는 방향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향으로 작게 시도해 보는 것이다. 작은 시도를 통해 큰 성취가 아닌 작은 성취를 반드시 만들어라. 작은 성취들이 모여 큰 성취가 된다.

이번에 피드백은 자기 자신에게 해 보자. 이 일을 좋아하는지, 이 일을 하면서 행복한지, 이 일을 그만두는 건 상상하기도 싫은지 자문해 보자. 세상에 민감한 만큼 자기 자신에게도 민감해져야 한다. 아니 더 민감해야 한다.

그래야 속도를 낼 수 있고 궁극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 그리고 행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