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기쁨으로 큰 아픔을 잊고 산다

by Quat


아무 이유 없이 우울한 날. 자신의 실수도 아닌데 그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날.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사람을 멀리 떠나보내야 했던 그날.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로 인해, 가슴이 아렸던 순간들이 누구나 한 번쯤 있었을 것이다. 그런 순간이 찾아왔을 때 하루의 마무리는 어떠했는가. 오늘은 "작은 기쁨으로 큰 아픔을 잊고 산다는 것"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현실. 매일 눈을 뜸과 동시에 우리가 마주하는 순간. 우리는 현실을 살아감과 동시에, 현실과 맞서 싸운다. 견뎌낼 수밖에 없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에 대해서 벗어나고픈 욕구가 샘솟는 날이 있다. 도저히 내 힘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괴롭던 순간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그런 순간이 내게 있었다. 계속해서 무언가 하고 있음에도 제자리를 걷는 듯한 무기력함, 그동안 내게 손을 내밀던 사람들의 매몰찬 외면,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장소가 단 한 군데도 없다고 느껴질 만큼 숨 막히던 매분 매초.



내가 괴롭고 힘들었던 그 시간들을 잘 이겨낼 수 있었던 건 사랑하는 사람도, 인생에서 아주 특별한 사건이 있어서도 아니었다. 그때마다 나에게 힘을 주었던 건 바로 '일상 속 작은 기쁨들'이었다.





가보고 싶었던 카페에 도착해 마시는 갓 내린 커피 한 잔, 새로 알게 된 좋은 노래, 주말 아침 마주한 푸른 하늘, 선선한 밤공기를 마시며 걷던 공원 산책길. 특별한 순간이라 하기엔 언제든지 즐길 수 있을 것 같은 사소한 일들이, 지금 돌이켜보면 힘들었던 현실로부터 남몰래 나의 등을 떠받치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힘들다고 생각할수록, 그것을 상회할만한 강하고 좋은 자극을 원한다. 평소 갖고 싶던 아주 비싼 물건을 사거나, 여행을 떠나 매우 좋은 숙소에서 하룻밤을 묵는 등 말이다. 물론 이런 경험들은 뇌리에 아주 깊숙이 박힐만한 즐겁고 행복한 추억이 된다. 또한 이런 일을 계기로 자신의 삶이 이전과는 전혀 달라지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하지만 이런 경험을 해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 것이다. 이후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전보다 더욱 무기력해지거나 소위 '현타'가 온 순간들 말이다.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바다를 보며 여유롭게 침대에서 일어나 맛있는 음식을 먹었는데, 다음날 회사에 출근해 저녁까지 일을 하고 있다고 상상해 보라. 얼마나 끔찍한가!






사람마다 각자 즐거움을 느끼는 요소는 다르겠지만, 지나치게 강한 자극만을 추구하는 것은 결코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어떤 환경에 있든 시간이 지나면 외부로부터 받는 요소들에 적응한다. 문제는 그 속도가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다는 것이다.



어렸을 땐 그네만 타도 스릴 넘치다고 느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훨씬 더 무서운 놀이기구를 타도 차츰 적응하게 된다. 그런 후에 다시 그네를 타면 처음과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을까? 그럴 수 없을 것이다. 이미 그네보다 더욱 강한 자극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그보다 덜한 자극으로는 짜릿함을 느낄 수 없게 된 것이다.



자극적이고 강한 무언가로만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들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일상에서는 느끼기 쉽지 않은 경험을 통해서만 '행복하다'라고 생각하기에, 그들은 평범한 일상을 따분하고 지루하다고만 생각한다. 그래서 그들은 오히려 안정감을 '불안정한 상태'에서 느낀다. 불안정한 상태, 즉 자신에게 자극을 줄 수 있는 사람과 환경에 처해야지만 좀 더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이상과 현실과의 괴리가 큰 편이다. 편안함을 원하면서도, 정작 편안한 환경에 놓이면 불편해하는 것이다.






작은 것에도 기쁨을 느끼고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은, 큰 것에도 감사할 수 있다. 반대로 큰 것에만 기쁨을 느끼는 사람은 일상 속 작은 배려와 행복들을 지나칠 가능성이 높다. 똑같은 하루를 살더라도 전자에 속한 사람과 후자에 속한 사람의 하루의 끝은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오늘 하루가 어땠냐는 친구의 물음에, 전자에 속한 사람이 말한다. "점심에 김치볶음밥을 먹었는데 오랜만에 먹어서 그런지 더 맛있게 느껴지더라. 밥을 먹고 나서 근처에 새로 생긴 카페도 갔는데 주인 분이 친절하시더라고. 오픈 기념으로 쿠키도 주셨는데 맛있어서 앞으로 종종 갈 것 같아." 똑같은 하루를 보낸 후자에 속한 사람은 다음과 같이 답한다. "그냥 점심에 김치볶음밥 먹고 카페 가서 커피 마시고 다시 일했지. 피곤해 죽겠어. 빨리 주말이나 왔으면 좋겠다." 당신은 어느 쪽에 가까운가?






나는 당신이 '현실적'이라는 핑계로, '냉소적인 삶'을 살지 않았으면 한다. 무엇을 하든 그것은 당신의 선택이며,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매사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생각하면서 정작 '난 너무 불행해'라고 버릇처럼 말한다면, 얼마나 모순적인가!



오후에 잠깐 일이 있어 회사 건물 밖으로 나온 적이 있었다. 일을 마치고 다시 들어가려는데, 하늘이 너무나 푸르렀다. 언제든 볼 수 있는 하늘이었지만 그럼에도 좋았다. 잠시 자리에 서서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정말 별 것 아닌 그 순간에 잠시나마 행복함을 느꼈다. 평범했던 오늘 하루 중 특별했던 한순간이었다. 이 글을 읽기 전 가장 먼저 당신이 본 사진이, 내가 오늘 본 하늘이었다.



어제와 별다를 것 없다고 생각한 당신의 오늘 하루에도 그러한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매일 어제와 결코 같을 수 없는 오늘을 살아간다. 그 시간을 지루하고 재미없다고 여길지, 그 속에서도 어제와 다른 무언가를 찾을지는 당신에게 달린 것이다. 꼭 그 다름에서 행복을 찾을 필요는 없다. 다만 그런 차이를 조금씩 발견할 수 있는 눈이 생긴다면, 언젠간 당신 또한 당신만의 '작은 행복'을 찾게 될 것이다.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