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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Jun 03. 2024

당신의 사랑이 완벽하길 바라지 마세요


사람마다 좋아하는 계절이 있다. 예전에 어디선가 그런 글을 본 적이 있다. 사람은 자신이 태어난 달의 계절을 좋아한다고. 그래서인지 나도 사계절 중 겨울을 가장 좋아한다. 하지만 지금은 6월이고, 겨울이 오려면 아직 몇 달이 남은 상태이다.






계절상으론 여름이지만, 아직까지 여름의 본모습이 드러나진 않은 듯하다. 출근을 하기 위해 오전 7시쯤 차 문을 열어도 숨이 막히진 않는다. 시트도, 핸들도 그렇게 뜨겁지는 않다. 하지만 퇴근할 때가 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한낮의 열기에 뜨겁게 달궈진 자동차 문을 열면 불쾌할 정도로 뜨거운 공기가 밖으로 뛰쳐나오면서 얼굴을 사정없이 때리는 바람에, 저절로 미간이 찌푸려진다. 핸들 또한 뜨거워서 무심결에 움켜쥐었다가는 화들짝 놀라기 마련이다. 에어컨을 틀지 않으면 앉아서 운전만 할 뿐인데도 온몸에 땀이 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다 해가 질 때쯤이 되면 지금의 여름은 모습을 달리 바꾼다. 저녁을 먹고 나서 8시쯤 산책을 하러 나가면, 언제 그렇게 더웠냐는 듯 선선한 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온다. 밤이 깊어질수록 더 세게, 많이 부는 바람 탓에 걸칠 옷을 가져가지 않으면 춥다고 느껴질 때도 있다. 그렇게 한참을 걷고 있다 보면 지금이 여름인지, 가을인지 헷갈릴 정도다. 그토록 여름을 싫어하는 나였지만, 그 순간만큼은 '이런 여름이라면 환영이지'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것이 어디 계절뿐이겠는가. 사람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무언가를 가장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온전히 사랑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러한 사랑이 자신의 컨디션이나 상태에 따라 매우 다르게 느껴질 수 있음을 생각해 본 적 있는가.



겨울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나도, 한겨울에 부는 칼바람은 싫어한다. 여름을 좋아하는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여름 특유의 푸릇함과 싱그러움을 사랑하는 사람도, 한낮에 강하게 내리쬐는 햇볕을 견디긴 힘들다. 그렇다면 겨울의 모든 것을 사랑해야만 겨울을 사랑한다 말할 수 있을까? 정말로 그 대상의 모든 것들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존재할까?






무언가에 대한 스스로의 사랑을 지나치게 추켜세우거나,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토록 사랑하는 사람도, 일도, 취미도 한순간 미워지거나 싫어질 때도 있다. 다만 한순간 그런 마음을 먹었다고 해서 지금껏 당신이 그 대상에게 쏟았던 사랑을 부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저 그런 순간이 있을 수도 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예전처럼 그것을 열렬히 사랑할 수 있는 시기가 또다시 찾아올 테니까.



당신을 향한 사랑과, 당신이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어떤 순간이 와도 절대 흔들리지 않고 순수한 상태로 유지될 것이란 기대는 접어두는 게 좋다. 온전히 100% 사랑하려 들기보다 좋으면 좋은 대로, 싫으면 싫은 대로 표현하는 게 무언가를 더 오래 지속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완벽하게 사랑하는 것보다 온전히 사랑하며 살았으면 한다. 겨울을 좋아해도 찬 바람을 싫어할 수 있고, 여름을 좋아해도 뜨거운 햇빛을 싫어할 수도 있다. 정말로 중요한 건 대상의 무언가를 싫어하는 게 아닌, 그럼에도 여전히 그것을 사랑한다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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