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간 SNS나 각종 매체에서 화제가 되는 이슈가 무엇인지 말해보라고 한다면, 아마 '결혼'이 아닐까 싶다. 아무리 이혼에 대한 인식이 예전과 다르게 바뀌었다고 해도, 애초에 이혼할 것을 염두에 두고 결혼하는 사람은 없다. '이 사람이라면 평생을 함께 해도 좋지 않을까' 결혼을 결심한 사람들은 이러한 생각으로 결혼을 준비하고, 동시에 굉장히 불안해하기도 한다.
흥미로운 점이 하나 있다면, 어렸을 때부터 '나는 꼭 결혼을 할 거야'라는 다짐을 한 사람일수록 결혼을 늦게 하는 편이었다. 반면 스스로를 비혼주의라고 일컫거나, 결혼에 대해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 오히려 결혼을 빨리 하곤 했다. 결혼이라는 게 도대체 무엇이길래 사람을 이렇게 불안하게 만드는 걸까? 또 일찍부터 결혼을 생각하는 사람들일수록, 왜 생각했던 시기보다 늦게 결혼을 하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인생을 하나의 '길'에 비유하곤 한다.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우리는 각자의 길을 끊임없이 걸어간다. 길을 걸으며 우리는 다양한 사건만큼 다양한 감정을 느낀다. 즐거우면서도 슬프고, 행복하면서도 불행하며, 신나지만 우울해한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한다. "혼자서 이 길을 걷는 건 너무 힘들고 외로워"라거나, "이런 행복을 같이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어"라고. 그렇게 우리는 누군가의 존재를 갈구하는 동시에, 함께 길을 걸을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
자신과 다른 사람을 만나 관계를 맺다 보면 처음엔 즐거운 일들이 훨씬 많다. 즐거움을 공유하고, 서로가 느끼는 힘듦을 나눌 수 있다는 건 굉장한 기쁨이다. 하지만 서로의 장점들이 서로에게 당연하게 느껴지는 순간부터, 우리는 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상대를 바라보게 된다. 이전엔 고마웠던 것들이 오히려 자신을 옥죄기도 하고, 사랑이라 느꼈던 감정이 정반대로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상태로 좀 더 시간이 흐르면 우리의 머릿속엔 하나의 질문이 끊임없이 떠오르게 된다. "나는 정말 이 사람과 평생 함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상대와 결혼을 망설이게 되는 가장 큰 이유이다. 불안함은 걱정을 부르고, 걱정은 후회를 키운다. 나는 결혼 준비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다투는 본질이 이것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내면의 불안함이 상대를 전과 다른 사람으로 느껴지게 만들고, 상대의 언행을 전보다 불만족스럽게 느끼게 만든다. '이렇게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사람을, 과연 내가 평생 견디며 살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로 인해 우리는 자신의 선택을 자꾸만 후회하는데 하루의 많은 시간들을 허비하고, 이것은 만족스럽지 않은 나날들로 이어진다.
밤에 누워도 잠은 잘 오지 않고, 그토록 사랑했던 사람과 같이 있어도 전보다 행복하기는커녕 스트레스만 늘어난다. 대화는 자꾸만 어긋나고 상대가 자신을 위해 건네는 걱정이나 위로의 말들조차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자신이 걱정이 많아진 게 모두 상대의 탓이라고 생각하니 위로를 해줘도 당연한 것처럼 느껴지고,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것들에 대한 불만은 자꾸만 쌓여간다. 결국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 결론은 하나다. "이 사람은 내 짝이 아니었구나"
결혼을 준비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이런 과정을 거치지만, 유독 일찍부터 결혼을 하고 싶어 했던 사람들일수록 이런 고민을 훨씬 더 잦게 하는 편이었다. 나는 그들이 결혼이 가진 면들 중 '지나치게 좋은 쪽만' 보았던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결혼을 빨리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였다. 어렸을 적 부모님의 관계가 정말 좋았거나, 정말 좋지 않았거나. 전자는 부모님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는 로망을 꿈꾸는 편이었고, 후자는 결혼을 통해 하루빨리 집에서 벗어나 안정감을 찾고 싶어 하는 편이었다. 어쨌든 두 부류 모두 결혼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건 동일했다.
하지만 막상 결혼을 준비하면서 자신이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일들이 펼쳐지자, 그들의 입장에선 당황스러울 것이다. 자신이 상상한 결혼이란 건 이런 게 아니었는데 말이다. 그들에게 있어 결혼은 로맨틱의 상징 또는 내게 안정감을 줄 수 있는 목적지였을테니까 말이다. 심지어 결혼을 한 것도 아니고 준비하는 과정부터 이렇게 삐그덕거리는데, 과연 이 상태로 결혼을 한들 정말로 내가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결국 오랜 시간 동안 결혼의 긍정적인 요소들만 생각하다 보니 막상 그렇지 않은 부분들이 드러날 땐 정신적으로 매우 취약해질 수밖에 없고,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갈등임에도 그것을 부정적으로 인식해 버리니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결혼을 꿈꾸고 있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하나 있다면, 결혼과 관련하여 특정한 모습들을 속단하거나 확신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결혼하면 이렇게 사는 게 맞지' '부부라면 이런 모습이어야지' 만나는 상대와 대화를 통해 이러한 것들을 맞춰나가는 건 전혀 문제 될 게 없다. 하지만 자신이 상상하고 믿고 있던 결혼에 상대를 끼워 맞추려 든다면, 누구를 만나도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설령 다른 사람이 그렇게 결혼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는 확률이 얼마나 되겠는가.
결혼은 평생 산책할 수 있는 친구를 구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산책을 함께 할 친구를 구하기 전, 우리가 먼저 생각해봐야 할 것은 "나는 누군가와 오랜 시간 동안 산책하기에 적합한 사람인가"이다. 내가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아프다며 기대려 든다거나 산책은 지루하고 재미없다고 느낀다면, 평생 산책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한들 행복하지 않을 테니까. 무엇을 하든 어렵게 생각하면 한없이 어려워진다. 조금은 편하게 생각해 보라. 그러면 당신 또한 주변에서 의외로 괜찮은 산책메이트를 발견할지도 모른다. 조금은 발이 아프더라도 함께 걷는 시간이 즐겁고 행복해서 견딜 수 있는, 그런 사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