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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Jul 03. 2024

떨어지는 '문해력', 정말 괜찮을까?

나는 나의 내면을 확장시킬 욕구가 있는가


요즘 '문해력'과 관련된 말들이 참 많다. 문해력이란 단어 자체는 문자를 이해하는 능력을 뜻하지만, 문장이 담고 있는 뜻을 해석하는 능력도 포함하는 듯하다. SNS나 쇼츠 등 숏폼 형식으로 된 컨텐츠가 많아지면서 문해력이 부족한 2~30대가 늘고 있다는 기사들이 점점 더 많이 보인다.



이와 관련된 사례들도 다양하다. 오늘을 뜻하는 '금일'을 금요일이라고 오해하거나, '우천시'라는 말을 보고 '우천시는 어디 있는 시냐?'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또한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는 글을 보고 '심심하다'라는 표현에 대해 "뭐가 심심하다는 거냐? 생각 좀 하고 공지를 올려라"라는 식으로 불쾌함을 드러내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단어를 모를 순 있다. 문제는 문해력이 낮은 사람들이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몰라도 사는데 아무런 지장도 없다"라고 당당하게 말하기도 하고 오히려 "넌 뭐가 잘났다고 그렇게 지적하냐"는 식으로 따지는 사람들도 있다.



몰라도 사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살아가면서 그런 마음가짐이 필요한 순간들도 존재한다. 누군가 함부로 선을 넘는 행동을 하거나, 원하지도 않는데 과도한 조언을 한다면 단호한 모습을 보일 필요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단호하게 행동할 때와, 그러지 않아야 할 때를 적절히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그 차이는 새로운 것을 받아들였을 때, '내가 전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는가'에 달려 있다.






누군가 나를 지나치게 깎아내리고, 내 단점이나 치부를 공공연히 떠들어댄다고 상상해 보라. 상황을 고려해 한번쯤은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을 매번 참는다고 내가 전보다 더 성숙한 사람이 되진 않는다. 단호하게 대처할 수 있는데도 참고 넘어가는 것과, 속으로만 삭인 채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스스로 전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려면, 오히려 결과가 어떻게 되든 화를 내보는 게 더 좋을 수 있다.



반면 상대와 대화를 하면서 내가 모르는 표현이나 단어가 많이 등장한다고 해보자. 만약 상대가 '이런 것도 모르냐'는 식으로 비꼬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됨으로써 얻는 게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그런데 본인이 모르는 표현을 사용해서 느끼는 답답함 때문에 '뭘 그리 잘난 척이냐'라고 아니꼽게 생각한다면, 당장은 편할지 몰라도 길게 보면 별로 도움이 되진 않는다.






단지 모르는 것을 넘어가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사고의 메커니즘이 한번 형성되면 삶에 끼치는 영향력이 거대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얻어먹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이 있다고 상상해 보라. 얻어먹으면 당장 돈을 아낄 수 있다. 하지만 자주 밥을 사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그만큼 상대가 그 사람을 좋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 끼 식사 값이 아까워 배려를 당연하게 여긴다면, 결국 주변에 있는 좋은 사람들을 제 발로 걷어차는 것과 다름없다. 사람들이 그런 이들을 싫어한다는 건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행위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에게 굳이 돈을 쓰고 싶지 않은 것이다.



지금 내가 느끼는 불편함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정확히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 상대가 함부로 선을 넘는 무례함에서 오는 불편함인가, 나의 현실을 깨닫고 싶지 않아 회피하는데서 오는 불편함인가. 꼭 지금이 아니라도 문제를 해결할 수는 있다. 하지만 자신의 문제를 알면서도 바뀌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을 바로 잡기 위해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야 한다.



우리가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살까'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에 대해 하는 착각 중 하나는 그들이 자신의 문제를 모른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그들이 자신의 문제를 알면서도 달라지지 않는 이유는, 자신이 가진 문제를 고치기엔 이미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알면서도 그렇게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더욱 성숙한 사람이 될지, 그저 나이만 먹은 사람이 될지는 오로지 자신에게 달려 있음을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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