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Quat Sep 14. 2024

깊어지기 위해선 '부딪혀봐야' 한다


어렸을 적, 한 번도 제주도를 가보지 못했을 때였다. 이미 관광지로 유명한 곳이다 보니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가 제주도 관련 얘기가 나오면 저마다 한 마디씩 하곤 했었다. 흥미로운 건 저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소가 조금씩 달랐다는 것이었다. 누군가는 한라산을 그저 그런 곳이라 말하는 반면, 어떤 사람에겐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장소로 기억되고 있었다. 나 역시도 유독 기억에 남는 장소가 있다. 이처럼 똑같은 장소를 방문하더라도 본인만의 취향과 그 당시 상황에 따라, 속에 남아있는 여운의 양과 유지되는 시간은 달랐다.






여운이 남는다고 해서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이 좋았던 것만은 아니었다. 때로는 그 과정이 너무나 힘들고 괴로웠기 때문에 도리어 강렬하게 기억할 수 있는 경험도 있었다. 또한 별생각 없이 시작했다가 의외로 좋은 결과를 얻게 되어 기억에 남은 적도 있었다. 남들이 보기에 부럽고 행복해 보이는 상황이라고 해도 내막을 들여다보면 마냥 좋다고 할 수 없는 이들도 꽤 많았다.



솔로였을 때, 연애를 하고 있는 사람을 만나면 얼마나 행복한지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의 답변은 저마다 달랐다. 보통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행복하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엄청나게 다퉈서 힘들다고 말한 이들도 많았다. 그때만 해도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서로 좋아해서 만나는데 왜 그렇게 다투는 걸까. 그럼에도 그들 대부분은 꾸준히 연을 이어나가는 편이었다.






이제는 조금 그들의 마음을 알 것 같다. 꼭 '좋음'과 '좋음'이 만나 '더 큰 행복'만이 되는 건 아니라는 걸.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다투고 부딪히며 자신의 모나고 툭 튀어나온 부분을 깎아내고,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상대의 장점으로 채워나가는 과정이 존재한다는 걸 말이다. 



다만 이러한 과정을 통해 행복하기 위해선 한 가지 전제가 있어야 한다. 자신을 굽히기 싫어 상대에게 많은 희생을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스스로의 기준을 낮출 생각은 전혀 없으면서, 오직 상대에게 '네가 문제야'라고 말하는 사람치고 괜찮은 사람은 없었다. 또한 상대가 자신의 기준을 따라주었을 때 적어도 감사의 표시는 제대로 해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때조차 '진작 이렇게 해주면 얼마나 좋아'라는 식으로 또다시 자신의 감정만을 드러낸다면 무엇을 하든 끝은 뻔하지 않겠는가.


 




당신이 무엇을 하든 상황이 꼭 좋게만 흘러가진 않을 것이다. 처음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결과가 좋지 않거나 과정이 너무나 고통스러울 때도 있을 것이다. 원래 다니고 있던 회사가 별로여서 이직을 했지만, 되려 이직한 회사가 전 직장보다 더 최악일 수도 있다. 썸을 타던 이성과 사귀었지만 그때 몰랐던 단점들이 보이거나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부분들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럴 때 우리는 고민에 빠진다. '차라리 지금 그만두면 덜 고통스러울 거야' 물론 그 선택이 틀렸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그만두기 전,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지금 당신이 힘든 이유가 과연 현재의 이 사건 때문인 건지, 아니면 당신이 견딜 수 있는 고통이 딱 그만큼인지 말이다. 도저히 회사에서 버틸 수 없다면 직장을 그만둬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힘들다고 직장을 그만두는 게 당연해진다면 매번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이직을 할 것인가? 연애를 할 때마다 상대와 부딪히는 게 힘들어 이별한다면, 애초에 부딪힐 게 적은 사람을 만나면 되지 않은가?






힘들 때마다 매번 같은 방법을 사용해 보고 안되면 그만둔다는 건, 당신이 전보다 더 나아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도 볼 수 있다. 물론 당신은 그렇지 않다고, 나도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 말할 것이다. 왜냐하면 나 또한 최근까지도 그런 마음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비슷한 상황에서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건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때로는 자신이 정말 소중하게 생각하던 걸 과감히 내려놓거나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



누군가와 더 깊어지기 위해서든, 일에 있어서 더 전문적인 지식을 쌓기 위해서든 무언가를 전보다 더욱 나아지기 만들고 싶다면 과감히 '부딪힐 수 있어야' 한다. 상대방과도, 내가 몰랐던 지식과 정보와도, 부모님과도, 때로는 나 자신과도 부딪힐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이 정도면 되겠지'라는 마음가짐으로는 대부분 '그 정도의 결과'만 얻게 될 수밖에 없다. 두려움 그 자체를 없애라는 말이 아니라, 두려워도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용기. '남 탓'이 아닌 모든 건 '나의 결정'이라는 책임감. 이 2가지를 갖추게 된다면 당신은 무엇에 도전하든 반드시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얻게 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2년 간의 글쓰기, 그리고 첫 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