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결혼을 하기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신혼집을 봐도, 가전제품이 설치되어도, 청첩장을 돌리면서도 이제 곧 누군가와 한 공간에서 산다는 게 실감 나지 않는다. 어쩌면 결혼을 하고 나서도 이런 기분이 생각보다 오래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 중 하나는 "너 많이 달라졌다"였다. 누군가는 내게 '부드러워졌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는 '자신의 얘기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반면 어떤 사람은 '왜 말을 안 하냐'고도 말했다. 대상은 나 하나인데 돌아오는 답변은 제각각이었다.
나에 대해 다르게 말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는 된다. 누구나 사람과 상황에 따라 조금씩은 다른 모습을 보이니까 말이다. 그들의 답변이 달랐던 것도 내가 그들 각자에게 행동하는 것들이 달랐기 때문일 것이다. 놀랐던 건 나와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일수록 내 변화에 대해 더 크고 강력하게 부정적으로 반응했다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나를 가장 혼란스럽고 힘들게 만든 순간들이었다.
이제는 안다. 나를 오래 봐왔다고 해서 그들이 나를 잘 알지 못한다는 걸. 어쩌면 그들과의 관계가 그들과 알고 지낸 시간만큼 잘못되어 오고 있었다는 걸 말이다. 내가 그들의 실수를 덮어주고 이해해 주었던 마음이 그들에겐 당연하게 인식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속이 메스껍고 답답한 기분이었다. 그러나 차츰 그것을 받아들이면서 왜 내가 그 사람들과의 관계가 그토록 불편했는지, 그들이 말하는 사랑이 내게 와닿지 않았는지 조금씩 이해가 되었다.
아마 당신 또한 현재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할지도 모르겠다. 상대가 당신을 사랑한다 말하지만, 정작 당신은 그러한 사랑을 느끼지 못하고 있진 않은가. 당신을 위해 자신이 얼마나 희생하고 노력하는지를 말하는 상대를 보며 이유 모를 답답함과 슬픔만이 가득 차오르진 않았는가.
만약 앞에서 말한 상태에 당신이 해당된다면, 다음 4가지 질문들을 순서대로 스스로에게 던져보라. 첫 번째, 당신은 상대에게 정말로 당신이 원하는 걸 얘기한 적 있는가. 두 번째, 상대가 그것을 해주기 위해 꾸준히 행동했는가. 세 번째, 그럼에도 성에 차지 않을 때 서로가 그 부분에 대해 오랫동안 대화를 나눠본 적 있는가. 네 번째, 대화 도중 지나치게 한쪽의 탓으로 돌리진 않았는가.
사랑이 오래가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열렬한 마음'이 아니라, '내가 옳다고 믿어온 것들을 내려놓을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하다. 장작을 많이 넣을수록 불은 커지지만, 그렇다고 그 불이 오래가진 않는다. 오히려 불이 전보다 약해졌을 때 밀어 넣는 장작 한 두 개가 불이 더 오래 타게끔 만든다. 당신과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이 "왜 전보다 불이 작아졌어?"라거나 "지금쯤 장작을 더 넣어야 하는 거 아냐?"라는 말에 휘둘리지 않을 용기가 필요하다.
지금 만나는 사람과 오래가고 싶다면 서로를 최우선으로 두어야 한다. 이건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론 불가능하다. 설령 한쪽의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해도, 현재 스스로 부족하다고 인정하는 동시에 전보다 발전하려는 행동은 수반되어야 한다. 자신만이 옳다고 주장하거나, 부족한 부분을 좋게 말해주어도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 관계에 대해서 한 번쯤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좋은 당신과 좋은 상대가 만나 더 좋은 관계를 만들어가길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