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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Oct 12. 2024

오늘도 나는 나의 기대에 부응했는가

실망하기 전, 스스로를 먼저 돌아보라


최근 당신은 새롭게 무언가를 시도한 적 있는가? 너무나 당연하게도 우리는 무언가를 시작하게 되면 적절한 보상이나 합당한 결과를 바라게 된다. 연애를 시작하면 상대와의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기를, 새로운 일을 하게 되면 자신의 노력에 상응하는 지위와 보상을 기대한다. 하지만 당신도 잘 알다시피 삶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시도하고, 실망한다. 다시는 기대하지 않으리라 다짐하지만 또 다른 시작 앞에서 우리는 또다시 무의식적으로 기대를 하게 된다.



표현은 이렇게 했지만 사실 우리가 거는 기대는 모두 자기 자신으로 귀결된다. 우리가 연인에게 서운한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이만큼 너에게 잘해주고 있는데 넌 왜 이렇게밖에 못해?' 결국 이 말은 자신에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걸 뜻한다. 일을 하면서 적당한 월급을 받지 못하면 화가 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정도로 내가 회사에 기여하고 있는데 왜 돈을 이것밖에 안 줘?' 이것 또한 자신이 회사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확신에서 나오는 것이다. 즉, 우리가 무언가에 거는 기대는 스스로에 대한 확신에서 나온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러한 확신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왜일까. 자신이 잘못되었음을 받아들이는 건 너무나 두렵고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두려움을 느끼는 걸 드러내지 않으려고 한다. 호감이 있는 사람에게 다가가는 것, 모르는 것을 물어보는 것, 관계에서 악역이 되는 것.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이와 같은 경험에서 두려움을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자신이 무섭다는 걸 다른 사람이 알게 되는 상황에 놓이면 애써 아닌 척을 하기에 바쁘다. 그게 아니면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리거나, 생뚱맞은 사람에게 화를 내기도 한다.



나 역시 그런 면이 많았다. 겉으로는 괜찮은 척, 무딘 척을 했지만 겁나고 두려웠던 적도 많았다. 그런 내 안의 감정이 누군가에게 탄로 날까 봐 몇몇 사람들과 관계를 끊거나 회피한 적도 있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참 어리고 미성숙했다. 그저 "무섭다"라는 말 한 마디면 끝날 일이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누군가에게 내 감정을 드러내는 것보다, 내가 그러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고 싶었던 것 같다.






내가 느끼는 감정을 참고 부정하다 보니 새롭게 무언가를 시작해도 항상 탈이 나기 일쑤였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문제가 생기면 상대의 탓으로 돌렸고, 능력이 부족해서 문제가 생기면 '나 정도면 잘하지'라며 자기 방어에 급급했다. 겉으로는 착하고 좋은 사람이었지만 내가 보는 나는 결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겉과 속이 다르고, 따뜻한 척 하지만 사실 자신밖에 모르는 사람.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내가 가장 싫어한다고 말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결혼 준비를 하면서 나는 이러한 사실을 끊임없이 직면해야 했다. 이기적이고, 게으르고, 지저분하고, 무지했던 나. 늘 그랬듯 나는 그런 나 자신을 부정하고 회피하고 싶었다. 나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는다는 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느 정도 내려놓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가도, 무슨 일이 생기면 원래대로 돌아가려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그것은 나뿐만 아니라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수많은 일들을 겪고 난 지금, 이제는 현재의 나를 보는 게 전보다는 익숙하고 편해졌다. 물론 지금도 '내가 이 정도라고?'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예전에 비해 그런 생각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은 많이 줄어들었다. 나에 대한 기대를 하나씩 내려놓을 때마다, 몸과 마음이 가벼워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수십 년 동안 내가 자진해서 나의 어깨 위에 올려둔, 기대라는 이름의 돌덩이들을 천천히 내려놓고 있는 듯하다. 그래야만 내가 앞으로 더 편하게,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최근 가장 핫한 프로그램인 '흑백요리사'에 등장한 에드워드 리 셰프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일단 시작하면 무슨 일이든 일어나죠. 저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법을 배웠어요" 담담히 말했지만 그가 그렇게 말할 수 있었던 건, 그가 인생에서 수없이 많은 실패와 좌절을 겪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과 미국 사이 정체성의 혼란, 요리를 배우면서 느꼈을 숱한 한계들. 거기서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노력했기에 그런 말을 하고, 그것을 실제로 행동할 수 있었던 건 아닐까.



그와 동시에 그는 말한다. "나는 나 자신과 경쟁한다"라고. 서바이벌에 참가한 수많은 출연자들이 우승을 위해 요리를 하던 것과 달리, 그는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 보고 그것을 뛰어넘는 것만이 유일한 목표인 것처럼 보였다. 그 때문인지 그는 어떤 셰프보다도 창의적이고 자유로웠다. 우승자 타이틀이 없어도 그는 자신이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이야말로 그가 어떤 출연자보다 멋지고 매력적일 수 있었던 단 하나의 이유였다.



기대한 만큼 결과가 좋지 않을 때가 반복된다면, 스스로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정말로 자신이 잘하고 있는지, 그러한 기대를 할 만큼 나는 스스로 올바르게 행동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하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결론은 2가지 중 하나다. 기대를 걸만큼 나 자신도 제대로 행동하고 있지 않거나, 쓸데없는 기대를 걸고 있었거나. 나는 당신이 누군가의 기대에 충족하기 위해 살지 않았으면 한다. 스스로에게 건 기대에 부응하고 그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 "오늘도 나는 나의 기대에 부응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이만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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