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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맘 Apr 05. 2024

교수님 우리 절교해요~

제목이 너무 노골적이었나 싶지만 딸아이가 친구들과 즐겨 사용하는 이모티콘 중 하나다.

유랑의 ‘ 대학생인데요’ 이모티콘

공대를 다니는 딸아이의 일정은 방학은 아예 없고 일 년 내내 시험공부로 부모의 마음은 타들어간다.

(독일의 공대는 방학 자체가 없다)

학부과정을 8,9년씩 하는 학생들도 많다고 들었고 매번 시험에서 통과하지 못하는 인원이 너무 많아 뉴스에까지 문제점을 보도하고, 학생들은 시위도 하지만 너무나 꿈쩍하지 않는 교수님들에게 절교하자고 말하고픈 학생들의 마음을 이모티콘으로 보내고 싶다.


한 시험의 성적 분포도를 아이가 보내왔다.

특정 몇 명, 그리고 몇 퍼센트의 학생들을 보여준다.


5.0이 F

4.0이 D

A+에 해당하는 1.0은 한 명도 없음

A는 한 명이 받음

이렇게 점수가 잔인하다.


독일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개인사정을 봐주는 일이 거의 없다고 들었다.

10여 년을 공부하고도 학위를 받지 못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고 또한 그 학생의 인생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다.


그저 공부를 못했다는 것만 남을 뿐이다.


수업시간에 질문도 튜터를 통해서 하는 방식으로  교수님과 학생이 유대감이 있기란 쉽지가 않다.

학생들은 언제나  인생을 걸며 수업과 시험에 임하고, 바라보기 힘든 높은 위치에 교수님이 계신다고 하면 쉽게 이해가 되리라.


늘 크고 작은 시험일정이 있지만 요 며칠 전에도 아이랑 연락이 두절되고 (본인은 시험 준비에 바빴겠지만) 식사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어디 아픈 데는 없는지 염려되어 속이 탔지만  시험을 끝내고 난 후 다행히 낙제는 하지 않을 거라는 카톡이 왔다.

부모입장에서는  점수에 너무 인색한 교수님에 대해서 조금은 원망스럽기도 하다.

그리고 아이에게 공부는 그렇게 하는 거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남편이 서운할 때도 있다.


어쨌든 어느 사회에서 살든 평생 먹고살아야 할 기반을 마련하는 시기라고 생각하며 먼 곳 서울에서 애써 마음을 추스르고 있다.


독일은 일반인들도 패션에 무심한 편인데 학교에서 만나는 교수님의 차림은 특히 일괄적이다.

강의는 정장을 입어야 하니까 와이셔츠를 입고 수업을 하지만 아웃도어 점퍼를 걸쳐 입고 강의실을 나서는 교수님을 밖에서 마주치면 알아보기가 쉽지 않다는 거다.

실제로 하우스 마스터(관리원이나 미화원)와 교수님을 구별하기 힘든 경우도 종종 있다.


교수님들은 박사 학위가 있기 마련인데 자신을 나타내지 않고 묻어 가는듯한 독일 사람들도 박사라는 신분은 숨기지 않는다.

명함에도 당연히 박사라고 적혀있지만 생각지도 않게  자택 우편함의 이름 앞에까지 박사라고 적혀있어서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우편함뿐만 아니라 이름이 들어가는 모든 서류, 심지어 아이의 학교에 보내는 작은 용지에까지 이름 앞에 박사라는 걸 빼놓지 않는다.

혹시 빠트리면 다시 적어 보낼 정도다.

(다른 직업에서도 꼭 이름 앞에 박사라고 적는다.)

그래서 우리 딸도 자기 현관에 박사라고  적혀 있을 날을 꿈꾸고 있다고..

바로 눈앞의 시험을 준비하면서 말이다.

(아마도 힘든 시간을 이겨내는 방법으로)



4번째 Dr. Shin... 이런 생각이 귀엽다

 

우리나라의 석박사 과정에서 보면 담당 교수님의 힘이 크다고 들었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우리의 절반정도도 안된다고 한다.

교수님의 연구를 함께하는  석박사들은 직업인으로 근무하는 시간만큼 정당한 보수를 받는다.

당연히 각자의 세금번호로 정확하게 세금도 낸다.

조심스럽지만 금액이 만족스러운 편이라고 한다.


그리고 잘 보이기 위해서 교수님에게 모든 것을 맞추는 노력 또한 우리나라의 절반도 안되고 함께 동료처럼 움직인다고 한다.

얼마 전에 연구실로 들어가면서 커피 한잔을 윗 분에게 드렸는데 다들 웃으면서 아이를 위로해 줬다고

한다.


이러한 분위기가 오래전부터 당연시 유지되어 있고 공부를 열심히 하고 규칙을 잘 지키면 외국인이더라도 차별을 덜 받고 공부할 수 있는 환경으로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


지금 우리 아이는 졸업 논문을 준비 중인데 학부의 마지막을 잘 마무리하고 좋은 사람들과의 생활을 맘껏 누리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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