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XX
95년생. 대전 출생.
성인이 된 이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 1년,
금천구 독산동에서 1년을 살았다.
이후 6년 가까이 양천구 신정동에 살고 있다.
살기 좋은 도시의 조건이 있을까요?
네, 있어요.
피아노 학원이요?
아니, 그거는 약간 근데 유머긴 한데. 그것도 조건이긴 해요. 그것보다 일단 산책할 수 있는 길이 있어야 하고 그런 게 없으면 공원이 진짜 제대로 된 공원이 있어야 한다.
제대로 된 공원은 뭘까요?
예를 들면 그냥 막 조그마한 놀이터랑 같이 있는 그런 공원 아니고 진짜 큰 공원 있잖아요.
보라매 공원 정도 되는?
네. 근데 안타깝게도 제가 사는 곳에서는 그렇게 좋은 공원이 없어요. 그래서 좀 오래 걸어서 안양천으로 가요. 안양천이 없었으면 되게 삶의 질이 떨어졌을 것 같아요. 이렇게 뻥 뚫린 공간이 있어야 하는 것 같고. 그리고 여기 자전거가 되게 도로가 잘 돼 있어요. 아무래도 학생들이 많이 살아서 그런지 자전거 타고 다니는 사람들도 많고 도로가 잘 돼 있어서 좋아요.
산책은 얼마나, 어떻게 조성이 돼 있어야 할까요?
제가 강아지를 키우니까 산책하러 나갈 때 조건이 차가 많이 없어야 하고 사람이 많이 없어야 해요. 최대한 자연적인 곳을 찾아다니는데 아무래도 양천구 목동 아파트 단지들이 있잖아요. 그 옆마다 다 오솔길이 있거든요. 처음에는 그냥 뭐야 이랬는데 생각보다 거기 사람들이 엄청나게 잘 쓰고 있는 거예요. 그냥 강아지만 산책하고 지름길로 쓰는 줄 알았는데 제가 그곳에 항상 다니다 보니까 신발이 이렇게 있어요.
신발이요?
네. 길가에 뭐야 이랬는데 맨발로 걷는 분들이 많아요.
또 맨발걷기를
황토 이런 게 없는데도 그냥 맨발로 걷고 다니고 그런 분들이 진짜 많아요. 여기 진짜 잘 쓰고 계시는구나. 이 짧은 이 오솔길도. 그래서 그런 게 없었으면은 그냥 도로변, 그냥 골목길로 산책하는 거랑 확실히 느낌이 완전히 다른.
대전에 살 때는 규모가 있는 공원이 많았나요?
대전은 사실 많이 없는데 인구 수가 아무래도 적다 보니까 번화가에 가지 않으면 치이지 않아요. 그냥 동네를 산책하더라도 사람이 없으니까. 이게 혼자서 생각 정리를 하거나 사색에 잠기기 되게 좋거든요. 근데 서울은 아니어서. 그런 공간이 꼭 필요했단 말이에요. 가장 만족하는 건 그거 같아요.
또 다른 조건이 있을까요?
뭐가 있을까요? 일단 많이 오고 가는 그런 지역들 있잖아요. 사람들이 많이 오고 가는 신림. 대표적으로. 그게 아니어서 좋아요. 맨날 나가면 그냥 동네 맨날 보는 사람들이니까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게 안정감을 주는군요.
근데 불특정 다수가 원룸에 산다고 하면, 옆에 이사 나가고 그런 것들을 너무 많이 겪어서. 그게 아닌 거에 대해서 안정감을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안전해야 하는 거구나.
맞아요.
피아노 학원이 있어야 하고
네, 맞아요. 된장찌개 냄새가 나야 하고 동네에.
만약 다음에 이사 간다면 어디로 가고 싶어요?
저는 그냥 양천구 살 것 같아요.
왜요?
이 동네가 서울에서 조금 고향이 된 것 같은 느낌도 있고 너무 아파트만 들어서 있는 곳도 아니고. 제가 사는 곳이 그렇다고 너무 빌라, 원룸, 오피스텔, 이런 데만 있는 것도 아니고. 진짜 사람 사는 동네 같아서 좋아요.
사람 사는 것 같은 동네.
네, 사실 저는 이 동네도 진짜 사람 사는 동네 같거든요.
지금 여기, 공항동.
제가 지금까지 살았던 동네가, 자취하면서 대학교 때부터 항상 그 자취하는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에 살았기 때문에 뭔가 집에 가도 마음이 편하지 않은 게 좀 있었어요. 이렇게 사람 사는, 진짜 맛이 나는 동네를 계속 원했던 것 같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 동네도 오면 되게 마음이 뭔가 편안해지고, 약간 대전에 제가 살던 그 동네를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고향을 생각하면은 조금 비슷하면 마음이 좀 안정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전에 인터뷰했던 분들도 똑같은 얘기를 하셨거든요. 산책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주변에 공원이 큰 게 있었으면 좋겠다. 근데 서울은 집값이 비싸니까 그런 곳이 많을 수는 없잖아요. 그러면 그런 환경이 좋은, 그리고 몇 대를 걸쳐서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지방을 갈 수도 있잖아요. 근데 왜 양천구 신정동일까요?
이거는 제가 경기도로 가고 싶지 않아서 그런 건 아니고. LH가. 서울로 신청했기 때문에 그래서 서울로 하게 된 거고. 근데 생각을 한번 해봤었어요. 경기도로 가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을 해봤는데 제가 잘 안 다녀봤더라고요.
다른 지역을
네, 제가 가본 곳은 ’여기는 차가 없으면 진짜 불편하겠다‘ 그런 곳들 위주였어요. 수지나 동탄, 이런 곳. 제가 집값이 비싼 곳을 가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자취할 곳은 아닌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했어요.
만약에 서울 외에 다른 지역에 살 수 있다면 어느 지역으로 가보고 싶어요?
저는 광명. 대전에 내려갈 때 차 타고 가면 그쪽으로 이렇게 거쳐서 갈 데가 있어요. 그 동네를 봤을 때 굉장히 깔끔하고 또 사람 사는 맛깔이 나더라고요.
피아노 학원이 많았나요?
피아노 학원도 있고 이제 이것저것. 꽃집! 꽃집도 또 필수 조건이기도 하고.
왜요?
평화. 평화와 양기. 음기 있는 동네를 별로 좋아 좋아하지 않아요.
앞으로도 쭉 양천구에 살고 싶으신 건가요?
네, 그리고 약간 귀여운 포인트가 하나 있어요. 양천구가 강아지 모양이잖아요. 근데 그 강아지 마스코트가 우리 집 개랑 똑같이 생겼어요. 그리고 애견인으로서 엄청나게 잘해준 건 솔직히 아니라 생각하는데 아무래도 그 마스코트랑 연관이 있는 건지 그래도 그나마 신경 써주는 것 같은 느낌이 좀 있어요.
반려견을 위한 복지나 시설 같은 걸까요?
네, 제가 안양천으로 항상 산책하러 가면은 애견 운동장이 있어요. 민원을 되게 많이 넣어요. 사람들이 되게 말도 안 되는 민원을 넣거든요. 그 운동장에 코코넛 매트가 깔려 있는데 강아지들이 발이 아플 것 같으니 교체해달라 하면 교체해 줘요. 제가 그걸 보고서 ’너무하다‘ 그랬는데. 들어주는 걸 보니까 확실히 강아지의 도시, 구가 아닌가. 또 양천구에 관한 얘기를 해야 할까요?
양천구가 아니라 본인이 느끼는 살기 좋은 동네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셔도 돼요.
또 그것도 중요해 편의점. 편의점이나 슈퍼나 나를 잘 아는 분이 한 분이 꼭 계셔야 해요. 가끔 진짜 귀찮거든요. 제가 뭐 화장을 안 하고 가면 “이게 훨씬 예뻐!” 이러시는 분이 계세요. 저를 되게 좋아하세요. 저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아세요. 근데 솔직히 좀 싫은 거예요. 어느 순간은 감사한데, 싫어요. 근데 만약에 내가 어느 날 불의의 사고로 사라진다면. 그분은 중요한 증인이다. 목격자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저는 이걸 되게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 동네에 자취한다면 어느 한 명이라도 나랑 말하는 사람 만들어 놔야 한다. 옆집에 아주머니가 혼자 사시는데 세상에 이런 일이 보면 쓰레기 아줌마. 이런 분이에요. 빌라 올라가는 쪽에 화분 키우고. 옥상 올라가는 계단을 그분의 쓰레기 짐이 아예 다 막았어요. 근데 그냥 말하기 싫은 거예요. 그냥 말 안 했는데 어느 날 보니까 그 문고리에 고독사 방지 주는 거 그게 있더라고요. 더 말을 못 하게 되었어요.
그분과는 트러블이 없나요?
저랑은 없어요. 근데 어느 날 저희 개가 너무 짖는 거예요. 밖에서 막 (싸우는) 소리에 나가서 문 열고 “그만하세요. 그만하세요. 그만하세요. 알겠어요.” 이러면서 중재자 역할 좀 하고.
결국 사람 살기 좋은 동네에는 아까 말했던 공원이 있거나, 산책하기 좋거나, 이웃이 편안하거나, 안전하거나, 교통 편리하거나, 병원 근처에 큰 게 있거나. 이런 기반 시설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최근 들어서 5분 생활권, 15분 생활권. 이런 얘기 많이 하거든요. 내가 사는 동네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문화 소비도 당연하고. 아까 관악구에서 살던 집은 집 앞에서 바로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처럼. 그런 인프라들도 신정동에도 다 있나요?
바로 5분 이 정도는 아닌데 현대백화점이 있으니까. 거기까지 그냥 버스 정류장으로 4정거장.
가깝네요.
네. 그리고 자전거 도로가 잘 돼 있으니까 자전거 타고 막 가요. 그러면 거기 바로 이마트도 있고, 오목교역 근처에 다 있다 보니까. 거기에 교보도 있고. 교보가 있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 중고 서점도 되게 많고요.
대전의 기반 시설과 서울에 지금 살면서 느끼는 기반 시설의 차이점도 있나요?
완전 많죠.
그런 얘기 많이 하잖아요. 지방에서 올라온 친구들이 되게 ‘박탈감을 많이 느꼈다’ 이런 얘기도 많이 하니까. 어떤 부분이 크게 다른가요?
박탈감은 사실 안 느꼈고요. 그냥 ‘아, 이게 서울이구나. 난 이제 도시여자다.’ 약간 그런 맛깔, 멋깔. 이런 거.
시티걸
네, 난 이제 시티걸이다. 그런 걸 좀 느꼈어요. 그리고 그건 부러웠어요. 면허 없어도 서울 사람들은 다 산다.
교통 때문에요?
교통이 편리한 게 진짜, 서울의 가장 큰 좋은 점이라고 생각해요. 대전 친구들, 고향 친구들은 저 빼고 다 면허가 있어요. 저만 없어요.
서울 살아서. 시티걸이어서.
네, 시티걸이기 때문에.
지방에서는 차 타고 다니니까. 한 시간이 당연한 거라고 하더라고요.
저처럼 음악이나 예술 쪽 하는 사람들은 서울로 와야 해요. 진짜 우물 안 개구리예요. 요즘은 다를 수도 있는데 저 때는 진짜 너무 달랐어요.
어떤?
사람 자체가 다르고. 만나는 사람 자체가 다르고. 듣는 얘기도 완전히 다르고. 그래서 제가 처음에 경기도의 아이들한테 질투를 엄청 많이 했어요. 어떻게 제가 똑같이 입시학원을 다녀도, 제가 모르는 단어를 다 알고 있어요. 대전에도 물론 입시학원이 되게 많아요. 근데 제가 그 친구들과 이야기했을 때, 걔네는 아무도. 대전에 아무도 그런 걸 몰랐단 말이에요. 근데 경기도 애들은 기본적으로 그 송폼. 송폼 이런 것도 모르는 거예요. 그래서 질투가 되게 많이 났고 처음에 확실히 서울로 와야 하는구나. 서울로 오지 못하더라도 이 인간의 인프라를 넓혀야 한다. 그런 생각을 진짜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송폼(Song Form) - 곡의 형식. 코드나 악기 배치 등을 형식에 맞춰 곡을 구성하는 음악 구조를 뜻하는 음악 용어. 일반적으로 인트로, 벌스, 코러스, 프리코러스, 브릿지, 포스트코러스, 인터루드, 아웃트로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