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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서점 Aug 25. 2024

문화가 없는 사람은 이해하지 못할

'没有理想的人不伤心(이상이 없는 사람은 마음 아프지 않네)'


인터넷 서핑 중 우연찮게 중국 밴드 New Pants (新裤子)의 '没有理想的人不伤心(이상이 없는 사람은 마음 아프지 않네)'라는 노래를 들었습니다. 지하철에서 함께 노래를 부르고 춤추는 모습은 언젠가 홍대 놀이터에서 보았던 우리의 모습이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노래가 좋아 가사를 찾아보았는데 혹시나 해서 찾아 보았는데 가사 번역을 하신 분이 계시더군요. 서사없는 단순한 가사가 아니어서 요즘 자주 찾아 듣고 있습니다. 먼저 이하 링크에서 가사를 읽고, 노래를 듣고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新裤子 - 没有理想的人不伤心 (가사 번역)

https://blog.naver.com/laowaibang/222058927500


新裤子 - 没有理想的人不伤心 라이브

https://youtu.be/Gr47PoP3zFw


1996년 결성한 록밴드 뉴 팬츠(NEW PANTS)는 초창기에는 뉴웨이브와 올드스쿨 펑크의 영향을 받아 활동했고 이후에는 1980년대 신스팝 스타일 음악을 하고 있습니다. 중국 청년 트렌드 문화의 발전을 이끌었고, 많은 외신에서 '중국에서 가장 패셔너블한 밴드'로 칭송받기도 했습니다. 뉴 팬츠(NEW PANTS)는 음악, 영화, 회화, 설치, 미술 전시까지 다양한 미디어 방식을 사용하는 밴드입니다.


소속사 모던스카이엔터테인먼트

https://www.modernsky.com/home/artists/73/


2013년 싱글로 발매된 '没有理想的人不伤心(이상이 없는 사람은 마음 아프지 않네)'가 10년이 지난 2023년 다시 소환된 이유는 이 노래가 청년들의 암울한 상황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SNS에서 확인한 많은 중국인들의 반응도 그러했습니다. 영상 속 모습을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청년들의 모습과 낭만적인 분위기에서 중국에 남은 희망을 발견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구이저우 메트로 칸타타 

'이상이 없는 사람은 슬프지 않다' 3월 29일 정식 버전

https://youtu.be/v5M2TuUGoLE


2023년 3월 29일. '구이저우 지하철 칸타타 사건(贵州地铁大合唱)'이라고 명명된 지하철 공연은 실업, 해고, 파산의 물결 속에서 감히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이상이 없는 사람은 슬프지 않다'를 부르는 모습은 중국 청년의 현실을 보여줍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레코드 가게와 서점은 문을 닫았고' 음악을 듣고 책을 읽는,  즉 교육 받은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문화적 축적이 없는 현실. 젊은이들에게는 돼지우리 밖에 남지 않았지만, '문화가 없는 사람은 슬프지 않을 것'이므로 모두 행복해보여도 서글픈 모습을 비춥니다.


2023년 6월 4일. 차잉잉원 대만 총통은 페이스북에 "언젠가 중국의 젊은 친구들이 자유롭게 노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글을 올렸습니다. 2023년은 천안문 6.4 항쟁 34주년에 맞춰 글을 작성한 차잉잉원 대만 총통은 이어 "대만 국민은 민주주의와 자유를 누리고 있으며 다양한 발언 채널과 다양한 창작물이 대만 문화에 풍부한 영양분이 되어 더 많은 젊은이들이 대만 문화를 즐길 수 있게 됐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자유, 이상, 문화, 민주주의. 같은 듯 다른 이 단어들은 대만 총통의 글처럼 정치적으로 읽힐 수도 있지만, 음악가가 쓴 서정적인 가사뿐일지도 모릅니다. 천안문 6.4 항쟁 당시 많은 중국 민중이 불렀던 추이지엔(崔健, Cuī Jiàn)의 <일무소유(一无所有, 영문명 Nothing to my name)>처럼, 1987년 6월 항쟁에서 100만 군중이 부른 김민기의 아침이슬처럼. 사람들은 노래를 저항의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마지막 남은 희망을 담아 부르기도 합니다. 


최건 (崔健) - 일무소유 (一无所有)

https://youtu.be/P5gCzvIS_Vw


1990년 8월 18일, '겨레의 노래' 공연

故 김민기 라이브

https://youtu.be/PireyOwCCD8


제가 New Pants (新裤子)의 '没有理想的人不伤心(이상이 없는 사람은 마음 아프지 않네)라는 노래에 꽂혔던 건 아마도 구이저우 지하철에서 노래하고 춤췄던 중국 청년들과 비슷한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상을 위해 싸웠던 것들이 돈에 불과한, 해결책이 없는 인생. 나만을 위한 공간이 없이 나만의 돼지우리에 살며 잠들지 못하는 밤. 실패로 인해 고독하게 죽고 싶지 않고, 계속해서 지하에 살고 싶지 않은. 돈과 바쁜 나날들의 삶이 필요한' 사람들은 중국에만 있지 않을테니까요. 문화가 없는 사람은 이해하지 못할 테지만요.


다시서점 스테디오 

https://link.steadio.co/pFrnWGUyl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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