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일기 시즌2
우울증자조모임 후기(창원편)
우리자리(우울증 자조모임) 시즌2 세번째 모임이 창원에서 있었습니다. 창원에 계시는 분이 자조모임에 대해 문자로 문의를 한적이 있는데, 자신은 직장시간때문에 금요일에 부산까지 가기가 어렵다고 아쉬움을 전해주셨습니다. 그 아쉬움이 생각나서 한번 따로 뵈어 봐야겠다 생각하고 연락했는데, 마침 그분이 화명동에 볼일이 있어서 올일이 있어 부산 화명동에서 만나 각자의 우울증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창원에서 한번 해보자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분 말고는 창원에 계시는 분들이 참석하지는 않았습니다. 우울감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고 하면 오시는 분들이 있겠지만,(창원엔 수미 작가님이 진행하시는 우살롱 모임이 있기도 합니다) 이름에 ‘우울증 자조모임’ 이라고 대놓고 말하니 우울증 까진 아닌데 내가 가도 될까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건 아닐까 혼자 생각해 봅니다. 그래도 전 그냥 우울증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자조모임으로 운영해 보려고 합니다. 저는 한분만 나와도 모임을 하기도 하고, 어떨땐 그냥 한분과 2시간동안 이야기 하는게 더 좋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현재는 책방으로 운영되지 않는 공간을 대표님이 열어 주셨습니다. 두명밖에 안되는데, 괜히 번거로우신거 아니냐고 여쭸는데 편하게 쓰시라는 말씀에 진짜로 편하게 모임을 진했습니다. 일찍 오셔서 두 명분의 따아 두잔 내려주시고 조용히 사라지셨습니다. 모임이 끝나곤 문만 닫고 그 공간을 나왔습니다. 대표님 너무 좋은 시간을 보낼수 있게 공간을 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조모임에서 늘 책을 정해서 읽어오는 컨셉이긴 하지만 난독증으로 책에 집중하기 힘든 분들은 리뷰 다섯개 이상만 읽어오라고 합니다. 리뷰만 읽어오셔서 리뷰를 읽은 소감을 간단히 묻고 어떤 내용이었는지 설명만 짧게 하고 책 이야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책은 <자해를 하는 마음: 오해를 넘어 이해로>로 였습니다.
보통은 ‘똑똑 대화카드’로 워밍업만 하는데, 이번 자조모임에서는 총 아홉장(처음에 네장, 뒤에 다섯장)을 뽑아 1시간 30분 넘게 길게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워밍업에 그치지 않고 그 카드의 질문과 연결해 길게 말을 이어가는 것도 좋구나 알게된 시간이었습니다. ‘똑똑 대화카드’는 총 40장의 사진이 있는 카드입니다. 즉흥적으로 마음에 드는 카드를 고르고 그 사진을 왜 선택했는지 설명합니다. 그리고 그 카드 뒤에는 질문이 있어서 질문을 읽고 대답을 합니다. 물론 질문이 어렵거나 이야기 하고 싶지 않은 경우는 패스해도 됩니다.
선생님이 선택하신 카드중에 요즘 나를 살아있게 했던 경험은? 이라는 질문이 있었는데, 남편이 목소리가 좋다며 노래를 권유했고 남편이 작곡한 노래로 사람들앞에서 노래를 불렀을때, 그리고 1박의 독서캠프에서 음악에 맞처 막춤을 출때 살아있다는 느낌을 느꼈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저는 그때 그때 즉흥적으로 제안을 하는 편입니다. 안하셔도 되는데, 우리 서로 한곡씩 노래를 불러볼까요? 하고 제안했습니다. 작은 책방 무퉁이에 마침 의자가 하나 있었습니다. 쑥스러울 수 있으니, 제가 먼저 이적의 걱정말아요 그대를 불렀고, 선생님은 남편이 작곡한 노래를 불러주셨습니다. 두 사람이 서로 서로 상대를 위해 노래를 불러주는 그 시간이 참 특별했습니다.
2시간을 꽉 채워서 우리자리 모임을 마쳤고, 선생님과 근처 초밥집에서 식사를 하고 헤어졌습니다. 그때 다니던 직장에서는 퇴사를 하시고 잠시 쉬고 계신데 곧 직장을 다녀야 해서 그때까지 좋은 경험들을 사부작 사부작 해보시길 돌아오는 차안에서 기도해보았습니다.
다음달 시즌2 네번째 자조모임은 원래대로 부산 화명동 복합문화공간 무사이에서 합니다. 책은 <‘나는’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입니다. 읽어오시면 좋은데, 난독증때문에 혹시 책에 집중하기 어려운 분은 책리뷰 다섯개 이상만 읽어오셔도 괜찮습니다. 참가료는 언제나 그렇듯 음료포함 만원입니다.
우리 또 다음달에 만나요. 고립되지 말고 용기를 내어 만나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