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글
제주여행 마지막날
어제 하루종일 풀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경청하고 다니다보니 저녁이되니 에너지가 소진되어 숙소에서 일찍 잠을 청했다.
7시즈음에 밖이 밝아지는지라 7시전에 일어나 샤워를 하고 1층 로비로 내려왔다. 1층에는 70대즈음의 할머니가 아침을 간단히 준비하고 계셨다. 내가 책을 읽고 있는게 관심이 있는지 책 제목도 훌터 보시고 자신도 K할매 여행기를 두권이나 썼다며 명함 같은 걸 보여주셨다. 알라딘에 K 할매로 검색을 하니 책이 검색되지 않는다. 다른 제목인지, 독립출판으로 내신건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책을 구입해볼건 아니라 따로 책 제목을 여쭙진 않았다.
옆에서 70대 할머니 세분이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시며 식사하신다. 나에게 납작한 호빵(편의점에서 파는 것) 두개를 접시에 담고 믹스커피도 타서 접시에 담아 가져다주셨다. 감사한 마음에 어제 꿈꾸는 구술님에게 받은 제주귤을 세개 챙겨(그나마 제일 큰걸로) 접시에 담아 식사후 드시라고 드렸다. 할머니들이 이야기 나누는 것이 귀엽게 들렸다. 맹함(명함의 사투리)~ 이라는 단어가 어찌나 귀엽게 들리던지. 진주에서 오셨다고 했다.
세분은 8시 30에 맞춰 여행 나가시고(올레길은 예전에 다 걸으셨고 이번엔 휴식 차 여기저기 다니신다고 했다.) 나는 커피 한잔이 먹고 싶어 근처 파리바게트에 가서 에그타르트와 커피를 사왔다. 오늘 날씨는 어제에 비해 많이 쌀쌀해서 후드티를 뒤집어 쓰고 총총 걸음으로 다녀왔다. 아점은 나중에 게하에서 공항 가기전에(가게가 11시 오픈이라) 첫날 도착해서 먹었던 김밥집에서 쫄면이랑 고기외에 메뉴 하나 더 추가해서 든든히 먹고 공항으로 갈까 한다.
지금 옆에는 또 올레길을 걷는 중년여성들이 나가기전에 대화를 나누신다. 한분은 갱년기라 잠을 잠 못잔다는 이야기를 목소리를 낮춰 말하신다. 한분은 어제 제주도민들만 가는 맛집에서 꽁고기국수를 먹은 이야기를 해 주셨다. 나머지 한분이 또 내려왔는데, 추운데 왜 그래 얇게 입었냐 하니 이거 패딩이야 하신다. 다른 한분이 패딩보다는 얇은걸 여러개 입는게 좋다고 조언 하신다. 또 두분이 내려오신다. 총 다섯분 이사다. 내일 사라오름 가실 모양이다. 레깅스 입은 나를 참아달라고 하신다. 한분은 눈 호강해서 좋지 하고, 레깅스 입은 분은 징그러잖아 하신다.
즐겁게 여행하시다 가시길 빈다. 나도 조용히 쉬다가 양산으로 올라가려고 한다. 흐리지만, 약간 춥지만 평화로운 제주 일요일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