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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아안 May 16. 2023

포기하세요

  행복하기 위해서는 건강해야 한다. 건강을 잃으면 행복이라는 가치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건강은 어떠한 경우에서도 우선되어야 할 가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건강하지 않을 때, 좀 아플 때에야 건강의 가치에 대해서 겨우 대충 생각한다. 그저 운이 없다고 여기거나 잠시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겠거니 생각한다. 불행할 만큼 많이 아파봐야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 줄 아는데, 우리는 여전히 철딱서니 없는 정신 나간 어른처럼 건강이라는 것을 대충 생각하고 대충 대한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어쨌든 건강해야 한다.


  그다음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다. 모든 불행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쓰잘 떼기 없이 뭔가를 지향하는 욕구로부터 비롯된다. 반대로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원하지 않게 된다.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여백 속으로 행복은 슬금슬금 들어온다. 안개처럼. 그렇다고 식물인간처럼, 아니 식물처럼 가만히 존재하는 것을 지향하자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식물이 아니다. 우리의 내부는 창조적 에너지로 가득 차 있고 가만히 있어도 우리는 끊임없이 뭔가를 창조해 내고 있다. 우리의 무의식은 지속적으로 우리의 혈액을 정화하고, 쓸모없는 폐기물을 배출해 내며 1초의 쉼도 없이 침투하는 바이러스와 박테리아에 대응하는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으며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매 순간 새로운 메커니즘을 창조한다. 만약에 외부로부터의 정보와 자극, 영향들을 완벽하게 차단해 낼 수 있다면 우리는 내부의 에너지 만으로 무한한 창조물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기대하지 말라는 말은 외부로부터의 정보, 자극, 영향에 목말라하지 말라는 것이지 식물이 되라는 것이 아니다. 기대하지 않으면  우리는 외부의 것들을 원하지 않게 되고, 그렇게 되면 내부에 여백이 생겨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 그 행복감으로 뭔가를 창조해 낼 수 있다. 자꾸 외부로부터 오는 자극에 바쁘게 대응하다 보면 여백이 지워진다. 그래서 불행한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를 너무 안 믿는 경향이 있다. 남들과 비교하고, 안 해본 것을 두려워하고, 새로운 것에 거부감을 갖는다. 창조하는 사람은 ‘특별한 누군가 일거라’ 단정하고 스스로를 시스템에 가두고, 관행을 쫒으며, 보다 안전하고 쾌적한 길을 찾고자 매 순간 노력한다. 우리가 그런 존재가 아님을 앎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내면 깊은 곳에서는 그런 존재가 아니라고 아무리 메아리쳐도 우리는 스스로 ‘아닌 게 아니라’고 말하며 숨는다. 비겁하다. 우리가 창조하는 존재, 새로움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 존재, 누구의 지시나 간섭에도 따르지 않을 자유로운 존재, 누구와도 비교되지 않을 만큼 유일하고 특별한 존재라는 사실을 모른척하고 간섭받고 지시하고 세뇌하는 것들에 순응하는 것을 선택하는 삶을 영위한다. 안전한 것 같아서. 편한 것 같아서. 그래야만 할 것 같아서. 그렇다.


  반면 우리는 스스로를 너무 믿는 경향도 있다. 수학에 재능이 없는 줄 뻔히 알지만 “수학의 정석”을 100번쯤 도전하는 얼간이처럼 이상하게 미련을 못 버리는 미련함이 있다. 그녀가(그놈이) 싫은 것은 그냥 싫은 것이다. 그녀가(그놈이) 이쁜 것이 그냥 이쁘듯이. 싫은 그녀가(그놈이) 아무리 들이대도 나에게는 외계인이다. 그녀는(그놈은) 그녀를(그놈을) 너무 믿는다. 택도 없는데도 그렇다. 안 되는 것은 포기해야 한다. 아닌 것은 단념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해서 불행한 것 아닌가.   

 

  삶은 ‘무엇을 선택하고 결정하느냐’의 문제이다. 행복을 선택하느냐, 불행을 선택하느냐의 문제이지 행복이 내게 오느냐, 불행이 내게 오느냐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탁월함에 이르기 위해서는 ‘고밀도의 반복’ 단 하나의 길 밖에 없다. 선택한 것에 탁월하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해 몰입하고 충분히 반복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능이 없다고 인식되면 과감에게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 스스로에게 미련을 갖고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축구를 좋아해도 ‘손흥민이 되겠다’는 생각에 연연하면 안 된다. 남과 다른 재능의 차이를 인정할 줄 아는 것도 능력이다. 객관적으로 재능이 없다고 생각되면 바로 다른 것을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세상에는 셀 수 없이 많은 것들이 있다. 꽂힌 것에 갇힌 사람이 가장 불행하고, 가장 멍청하고, 가장 비굴하다. 그걸 모르면 불행하다. 아닌 것은 쉽게 포기해야 한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건강해지기 위해서, 탁월함에 이르기 위해서 가장 지혜로운 생각은 아닌 것에 대한 ‘포기’이다.


  좋은 날이 계속되고 있다. 포기했기 때문이다. 기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는 생각은 남들과 비교하거나, 가지 못한 길을 갈망하거나, 할 수 없는 일을 욕구하는 것에서는 절대로 나올 수 없다. 행복과 창조와 기쁨은 오로지 자유롭고 의연하게 존재하는 내 심연 속에서만 발원한다. 더 이상 행복을 얻기 위해, 부를 추구하기 위해, 건강하고 기쁘게 살기 위해 어딘가를 정처 없이 기웃거리는 짓을 포기하기 바란다. 계속 유튜브 보고, 자기 계발서를 들여다 보고, 남들 다하는 것들을 따라 하는 것을 포기하고 스스로에게 집중하고 스스로에게 기대하는 맘으로 회귀하기를 바란다. 그곳에 다 있다. 건강, 창조, 행복, 자유, 기쁨, 사랑, 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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