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꿎은 마음 탓
있잖아, 누가 나한테
‘누군가를 좋아해 본 적 없어?’
라고 물으면, 나는 반사적으로 말을 삼켜 버려.
긍정의 대답을 뱉어버리는 순간, 너를 좋아하는 걸 증명하는 꼴이 되니까.
너무 부끄럽잖아.
하고 싶은 말을 숨기는 건,
‘나는 너 안 좋아하고 호감일 뿐이야’가 성립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야.
아니면 일말의 양심을 지키는 것이지.
진짜 너의 이름을 입에 담으면, 사람들이 날 죽이려 들지도 몰라.
정말로.
입에 넣으면 바로 눈 녹듯 사라지는 사탕 같은 사랑이라, 절대 말 못 하겠어.
혀끝에서 몇 번 굴리다간 그 진한 단맛에 정신을 못 차릴 것 같거든.
너와 함께하는 날들이 조금만 더 이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네가 나를 좋아하는 평행 세계에 가서 살고 싶은걸.
물론 누가 나한테 그곳에 가 살라고 하면, 잠깐은 망설이지 않을까?
아무래도 그건, 불공정한 계약 같잖아.
아무튼,
계속 누굴 좋아한 적이 있냐 물으면 그 답을 회피하기 바빠.
질문한 사람에게 되묻고, 상대의 첫사랑 이야기나 다시 듣곤 해.
나름의 연막인 거지.
나는 마음을 잘 숨기는 사람이 아니란 말이야.
투명한 성격 탓에, 너를 안 좋아하는 척을 할 수 없어.
지금도 너를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어.
…
그런데 너는, 지금 다른 사람을 마음에 두고 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