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사람을 좋아하면 안 돼.

(서술형 15점: 인어공주가 인간이 되려 한 까닭을 서술하시오)

by 공운


다정함은 바다와 같아서

빠져나오기 어렵다.

애를 써서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어도

흠뻑 젖어 짓이겨진 마음 탓에,

너의 이름을 지울 수 없다.


호의와 호감은 한 끗 차이.

얕은 경계 때문에

점점 더 깊은 곳으로 끌려 들어간다.

너에게 눈이 멀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결국 빛 하나 없는 어둠 속으로 가라앉아 버릴 거야.


육지와 바다.

인간과 인어.

나와 다른 넌, 언제나 먼저 말을 걸어왔다.

널 생각할 때 화사한 햇살이 함께 떠올랐던 건,

늘 복도 맞은편에서 네가 인사해 줘서 그랬던 거였어.


숫기 없는 내가 네 앞에서 말이 많아졌던 건

그게 너였기 때문이지.

작은 목소리를 탓하지 않고

허리를 살짝 숙여

내 이야기를 들어줬던 너는,

오랫동안 나의 기억에 남을 장면.

다정했던 너였기에

나 또한 다정할 수 있었던 거야.


바다에 빠졌을 때는

숨을 참아볼까.

공기를 가득 들이마시고 잠수하면,

인어 왕국까지 닿을 수 있을까.


파도처럼 나를 덮쳐오는 너와의 순간들.

모래알처럼 해저까지 빨려 들어가는 이 기분.


깊은 바다 아래에서

마녀를 만나면,

나도 계약을 해볼까.

대가를 걸고,

두 다리를 인어의 꼬리로 바꿔달라고.


코가 아리게 아파오는 건

내 사랑을 호의라고 착각하는 너를 보았기 때문일 거야.


마른 소금기가 마음에 눌어붙는다.

육지의 생물은 아무래도

너의 마음을 받기엔 아가미가 없을 것.


이제는 바닷물에 목이 따갑기만 한 것도 아니야.

시큰거리는 코끝에선 단맛이 스며들어.

사랑을 바라던 소녀가 거품이 되어 사라졌을 때처럼,

바다 밑에서 조용히 터지는 탄식.


역시,

다정한 사람을 좋아하면 안 돼.

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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