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도이탈

곁을 맴도는 일

by 공운


달이 지구 주위를 돌고.

지구가 태양을 도는 것처럼

내가 너의 주위를 맴도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이치일 거야.


쉬는 시간 10분.

짧은 시간이지만 굳이 교실 밖으로 나섰다.

우르르 쏟아지는 학생들 사이를 비집고,

좁고 긴 복도를 지나면 너의 반 앞이다.

반쯤 열린 뒷문 사이로 네 자리가 보였다.


이름을 불러볼 용기가 생기면 좋을 텐데.

서성이는 나를 눈치채고 인사를 건네줬으면.

멀리 서라도 봤으니, 이 정도로 만족할까.


종소리가 울리면,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오늘은 너를 몇 번이나 마주칠 수 있을까.

아니면 한 번도 마주치지 못한 채

또 하루가 흘러갈까.


점심시간에는 꼭 도서관에 들렀다.

도서관으로 가는 길목에는 뒤뜰이 있어서,

친구들은 거기서 공놀이를 하곤 했다.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와 공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

당연하게도 너는 언제나 그들과 함께 있었지.


지름길을 마다하고 먼 길을 돌아가며 걷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이었다.

그것보다 더 바보 같은 짓은,

너를 만나기 위한 핑계로 책을 빌리고, 읽지도 않은 채 반납한 적이 있다는 것.

무서운 건,

그렇게 사랑의 수단이 되어버린 책이 몇 권이나 되는지 나조차 모른다는 것.


빙글빙글, 어지럽게.

곁에 있다가는 중심을 잃어버릴 것만 같아.


너를 향한 나의 마음이

제 주인을 알아보지도 못한 채 꺾여버린다면

그보다 마음 아픈 일은 없을 거야.


차라리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렸을 때,

길을 잃은 우주선처럼

궤도이탈해 버리길.


그 궤도 끝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아버리기 전에

경로를 탈선하길.


너를 향한 마음이라는 것이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넓은 우주 속으로 조용히 흩어졌으면.


그럼에도 너를 놓지 못하는 건,

1퍼센트의 가능성 하나에도

목숨을 거는 우주비행사의 집념 때문일까.


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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