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의 만약을 가정하기

만약이라는 말은, 언제나 꼬리를 물고 늘어지기 마련

by 공운


나서서 남을 웃겨주는 포지션은 아니지만,

주위에서 잔잔하게 호응하고

분위기를 풀어주는.

있을 때는 모르지만 없을 때는 허전한.

너는 그런 사람.


곁에서 스쳐 지나가듯이 본 적만 있던 나는

내 친구들과 네가 보낸 작년 1년이 궁금했다.

어떻게 친해지게 되었을까.

누가 먼저 말을 걸었을까.

뭐 그런 것들이 말이다.


그때 나도 같은 반이었다면,

우리의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을까.

나를 뺀 친구들과 네가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그런 허무맹랑한 상상을 종종 했던 것 같다.


혼자 집에 가는 너를

하굣길에 우연찮게 마주치면

내 친구들과 한데 뒤섞여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다.


나는 자두맛,

너는 바닐라 맛.


과연 이것도 네 기억 속에 남아 있을까.


아직은 후덥지근한 초가을에

가시지 않은 텁텁한 열기가 발목을 붙잡는다.

그럼에도 집에 가는 길이 조금 더 늘어났으면.

미로여도 좋으니

영원히 이 굴레에 갇혀 너와 함께 떠돌아다니길.

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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