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번의 겨울을 다 바쳐도 아직도 모르겠다, 스키.
해마다 9월쯤이 되면 부동산에 전화를 걸어 시즌방을 구한다. 고등학생 때까지는 가족이 함께 스키를 탔는데, 엄마가 스키를 그만두게 되면서 나와 동생은 알아서 스키를 타러 다녀야 했다. 대학생이 된 직후 3번의 겨울은 나쁘지 않았다. 스키 캠프에 인솔자로 다니면서 틈틈이 스키를 타고, 차도 얻어 타고 다니면서 어찌저찌 스키를 탔다. 그리고 마침내 코로나 때문에 한 번의 겨울을 날려 보내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발전도 없는 내 스키실력, 이제는 그만둬야 하나? 그런 고민을 하는 나와는 다르게 아직 의지를 가지고 스키를 타는 동생이 같이 시즌방을 잡자며 나를 붙잡았고, 나는 못 이기는 척 붙잡힌 거다. 그렇게 다시 3번의 겨울이 지났다.
그리고 다시 10월쯤이 되면 시즌권을 구매한다. 차가 없어서 원정은커녕 베이스로 잡은 스키장도 겨우 다니는 나에게 연합 시즌권은 사실 의미가 없지만, 혹시 올해는 기회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꼬박 연합 시즌권을 구매한다. 올해는 스키복도 바꿀 때가 되어 이리저리 인터넷을 찾아 스키복도 구매했다. 벌써 마이너스네, 이 취미는 어쩜 이렇게도 돈이 많이 드는지.
그렇게 12월이 되면 대학교 학기 생활을 쫓아가기도 바쁜 와중에 주말마다 스키장으로 향한다. 매주 목요일 수업이 끝나면 시외버스를 타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인다. 아침부터 바리바리 챙겨 온 시즌방 짐은 덤이다.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없어서 시외버스 환승표를 직접 만들어서 원주에서 환승을 해서 가면 거의 5시간이 걸려 횡계에 도착한다. 횡계 터미널에 내리면 한숨부터 내뱉고, 양손에 짐을 가득 들고 시즌방까지 부지런히 걸어간다. 미처 짐을 다 챙겨 오지도 못한 방에서, 늦은 저녁을 먹는다.
매해 생각이, 고민이 많아진다. 이 생활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이 생활의 끝에 발전이라는 게 있긴 한 걸까, 내년에도 이 생활을 또 해낼 수 있을까. 그럼에도 나는 또 여기에 있다. 함께하던 사람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얼마 남지 않았지만 또 여기에 있다. 어떻게든 버텨온 시간이 나를 지탱해 준다. 그런 나의 18번째 스키 시즌의 기록. 스키를 타고 뒤로 내려가는 한이 있어도, 절대 뒤로 돌아가지는 않아야지 다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