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마음을 내게 주어 정말 고마워
중학교를 졸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친했던 남자아이에게 장문의 문자를 받았다. 안방 침대에 엎드려 여유롭게 엄마가 썰어 준 사과를 먹고 있었는데 갑자기 온 장문의 문자에 적잖이 당황했었다. 어색한 인사로 시작해 나와 언제 만났고, 나를 언제부터 좋아했으며, 다른 고등학교로 진학해 더 못 보게 될까 봐 이제야 마음을 전한다는 내용이었다. 손 글씨가 아님에도 그 친구가 내게 보낼 이 한 통의 문자를 쓰기 위해 몇 번을 고치고, 수정했는지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문자 메시지도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쓴 느낌이 날 수 있음을 이때 처음 알았다.
일부 기억나는 것만 적어 보자면 학원 차량에서 자리를 양보해 주던 모습이, 복도에서 마주치면 눈을 마주치며 환히 웃어주는 모습이, 체육 시간에 누구보다 열심히 땀 흘리던 모습이 참 예뻤다고 한다. 그리고 문자의 마지막엔, 내가 감히 한 사람의 인생에서 이런 존재여도 되는 걸까 싶은 문장이 적혀있었다.
'내 첫사랑은 너였고, 네가 내 첫사랑인 거에 정말 감사해.'
문자를 몇 번이나 반복해 읽었는지 모르겠다.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휴대폰을 내려놓았을 땐, 샛노랗던 사과가 어느새 거뭇하게 변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