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 이십 년 뒤에도 쉽게 떠올릴 수 있도록 나는 벅차도록 행복한 순간이 찾아오면 일부러 이상한 행동을 한다. 친구들과 걷다 느닷없이 혼자 뛴다거나, 제일 싫어하는 과자를 사 억지로 먹는다거나, 가까운 가게에서 정말 내게 필요 없는 물건을 산다. 평소에 하지 않는 행동을 하면 지금 이 순간이 내 뇌리에 더 깊게 박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효과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 내 책상에서 굴러다니는 문구점 플라스틱 반지의 출처는 알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이 플라스틱 반지를 산 순간을 지독하게 후회하고 있단 사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