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ONA Sep 19. 2021

김치가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홈메이드 김치만두





만두는 국적을 불문하고 다양한 종류와 맛이 있는 음식이다. 하다못해 만두, 딤섬, 교자, 덤플링, 만두를 일컫는 말조차도 다양하다. 흔히 맛볼 수 있는 김치만두, 새우만두, 고기만두, 야채만두와 조금은 생소한 호박과 오이, 숙주 등을 넣고 만든 여름 만두 편수까지. 만두소에 뭘 담았느냐에 따라 맛도 향도 다양하고, 만두피를 뭘 썼느냐에 따라 모양과 식감마저도 다양해진다. 특히, 만두를 굽느냐, 찌느냐, 삶느냐에 따라 군만두, 찐만두, 물만두로 나뉘기까지 하니, 정말 만두의 세계는 파고 또 파도 끝이 없이 샘솟는 노다지 같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전 세계는커녕 한평생 우리나라의 지역 별 다양한 만두조차 모두 직접 보고, 먹어 볼 수는 있을까? 하는 의문마저 들만큼 만두의 종류는 참 다양하다. 


홈메이드 메뉴에 불가능이란 없다. '안되면 되게 하라; Make the impossible possible.'의 의지를 가진 자, 진정한 만두를 빚어낼지어다. 냉장고를 뒤져보면, 분명 만두가 되고 싶은 무언가가 우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잘 익은 김치와, 쓰고 남은 다짐육, 된장찌개를 끓이고 절반만 남은 두부, 당면도 약간 있으니 그깟 만두쯤? 휘뚜루마뚜루 만들어 낼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말은 거창하게 질러본다). 게다가 맛이 좀 덜하더라도 우리에겐 다양하게 찍어먹을 소스라는 것들이 있으니, 일단 걱정일랑은 붙들어 매 본다. 


만두피가 없을 때 만두피로 활용하기 좋은 재료는 바로, 배추다. 그중에서도 말랑말랑해진 식감에, 적당히 간도 배어있는 배추는 뭐다? 바로, 우리의 삼시세끼 일용할 소중한 그 녀석. 배추김치다. 김치만큼 좋은 만두피는 또 없지 싶다. 진정한 김치만두를 만들어 볼 참이다. 김치 만두 피에, 김치 만두소를 넣어서 말이다. 어쩌면 김치만두? 뻔한 거 아냐?라고 할 수도 있을 때 나만의 비법을 사용해본다. 그건 바로, 만두소에 넣을 김치에 우리가 평소에는 잘 먹는 않는 김치 밑부분 즉, 꽁다리를 활용하는 것이다. 생각 외로 김치 꽁다리 부분을 찾아먹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바로 우리 집 식구들이다. 김칫국, 김치전, 만두에 김치 밑부분을 잘게 다져 넣으면 아삭한 식감이 최고치에 이른다. 이것이 바로 평범함을 거부하는, 특히 숙주가 없이도 극강의 아삭함을 만두소에 담아낼 수 있는 비법이다. 엄마가 해주시던 김칫국에서 잘게 잘라 푹 끓인 김치 꽁다리를 처음 먹어본 그 순간부터, 김치 꽁다리는 내게 아주아주 소중한 식재료가 되었다. 김치로 만든 만두소를, 김치 만두피로 돌돌 말아 만든 김치만두. 김치 Lover라면 결코 외면할 수 없는, 리얼 김치만두를 먹어보기로 한다. 




* 만두소 재료: 다진 김치 1종이컵 (김치 꽁다리 활용, 아삭한 식감 Up!), 다진 돼지고기 2종이컵 (후추 톡톡, 소금 톡톡으로 밑간), 다진 대파 1종이컵, (물기를 꽉 짠) 두부 반모, 다진 부추 1종이컵, (미리 불려놓은) 당면 1.5종이컵.
* 만두소 양념: 생강가루 1/3 tsp, 감자전분 1 Tbsp, 표고버섯 가루 1 Tbsp, 굴소스 1 Tbsp, 다진 마늘 2 Tbsp, 설탕 1 Tbsp, 소금 1/2 tsp, 고춧가루 2 Tbsp, 참기름 2 Tbsp,  후추 1/3 tsp.
* 만두피: 물에 씻은 김치 20장.


1. 잘 익은 김치를 생수에 살살 씻어 물기를 꼭 짜서 미리 준비해둔다 (기왕이면 손바닥 정도 크기에 찢어지지 않은 김치라면, 만두 말기에 더없이 좋다).

2. 만두소 재료와 양념을 한데 넣고, 고루 치대어준다. 특히, 다진 김치는 김치의 밑부분 (꽁다리)을 활용하면 만두의 식감이 아삭아삭하고 훨씬 맛있는 만두가 된다. 

3. 씻어둔 김치를 잘 펼쳐 그 위에 준비한 만두소를 1 숟갈 듬뿍 얹어주고 좌, 우를 먼저 감싸준 다음 돌돌 말아준다 (혹시 김치가 찢어져 있거나 짧아서 잘 말아지지 않는 경우에는, 부추나 미나리를 살짝 데쳐 만두를 묶어주면 모양도 흐트러지지 않고 예쁘기까지 해서 좋다).

4. 찜기에 만두를 올려주고 15-20분 정도 쪄준다.









홈메이드 김치만두 완성이다.


김치를 좋아한다면, 이 만두는 꼭 한번 만들어 먹기를 권해본다. 밀가루 없이도 만두를 즐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김치의 아삭함이 입속에 사무치게 배어드는 맛이다. 곁들일 단무지? 필요 없다. 아삭함과 새콤함 모두 김치가 책임진다. 찍어먹을 간장? 필요 없다. 잘 익은 김치 자체에 은은하게 배어든 간이 딱 좋다. 젓가락? 필요 없다. 손이 먼저 마중 나가고 있을 것이다. 분명 김치만두가 눈앞에 있었는데, 없어졌을 것이다.


네, 분명히 김치가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금세 뱃속으로 들어갔습니다.
김치는 처음부터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 그럴걸요?


내 안에 김치 있다?


어린 시절, 만두를 손수 빚어서 먹어본 적은 많이 없었던 것 같다. 가끔 친구들이 명절엔 다 같이 모여 만두를 빚어 먹는다는 말을 들었을 때 참 생소하면서도 신기했다. 요리를 시작하고, 직접 만두를 만들어 먹어보면서 왠지 이제는 그 기분을 알 것만 같다. 만두소를 만들면서도, 만두를 빚으면서도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단 하나였으니. 이 만두를 내 가족이 맛있게 먹었으면 좋겠다.






Bona가 준비한 오늘의 요리, Bon appétit [보나베띠]: 맛있게 드세요. 




이전 05화 새우 여기 있새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