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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A Oct 04. 2021

새우 여기 있새우~

홈메이드 새우 샤오마이





2015년 겨울, 홍콩 여행을 갔었다. 한창 겨울 감기로 콧물을 연신 훔쳐내다 보니 코 끝이 죄다 헐어 몰골이 말씀이 아니었지만, 오래전부터 설렘 가득 안고 계획한 여행인지라 감기약과 휴지를 한가득 짊어 메고 출발했었다. 현지 날씨는 생각보다 많이 추웠고 또 내가 추위에 약한 편이라, 가져간 옷들을 전부 꺼내 여행 내내 단벌신사마냥 줄곧 껴입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이런 모든 악조건을 무릅쓰고도 홍콩 여행을 포기하지 않고 떠난 목적은 단 하나였다. 딤섬 먹기. 에그타르트며 제니 쿠키며, 다른 유명 먹거리들도 많았지만 (물론, 아픈 건 잊고 야무지게 찾아다니며 먹어치웠다) 가장 1순위로 생각한 먹거리는 단연 '딤섬'이었다. 


내게 딤섬은 홍콩 여행의 로망처럼 꿈꿔왔던 것이었다. 이제는 어느 영화였는지 기억조차 희미하지만, 기억의 저편엔 영화 속 주인공이 홍콩의 어느 골목에 자리한 작은 가게에서 딤섬 두어 가지를 무심하게 주문해 담아, 낡은 자전거를 타고 작디작은 열 평 남짓 집에 도착해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나눠 먹던 모습이 나의 뇌리에 깊게 박혀 있었다 (대체 무슨 영화였을까 아직도 궁금타...). 그땐 그저 찐만두 정도로 알고 있던 그것이 딤섬이란 걸 알게 되고, 그런 딤섬의 종류가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하다는 사실은 홍콩 여행 전날 밤 가방에 소화제를 잔뜩 챙겨 넣는 것으로 "딤섬, 그까짓 거 모조리 먹어보리라."는 나의 의지를 견고히 해준 참된 원동력이 되었다.


여행 내내 딤섬을 파는 곳이라면 그게 어디든 가리지 않고 발자취를 남겼다. 유명한 대형 식당에 커다란 원형 식탁들 사이로 직원들이 딤섬이 가득 찬 카트를 끌고 다니면 직접 먹고 싶은 딤섬을 주문해 먹은 딤섬도, 골목 어귀에 자리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던 이름 모를 가게에서 메뉴판도 없이 손가락으로 이것저것 가리키며 주문해 먹은 딤섬들도, 편의점에서 파는 전자레인지에 데워먹은 딤섬조차 참 말도 안 되게 맛있었더랬다. 감기로 한창 막혀있던 코가 뻥 뚫리는 맛이랄까. 홍콩은 딤섬의 나라임을 입으로 직접 실감했다. 


바비큐 맛의 돼지고기가 듬뿍 들어 있는 우리네 찐빵 비주얼의 '챠슈 바오'도, 육즙 가득한 '샤오룽바오'도, 다진 새우가 듬뿍 들어간 투명하고 쫀득한 피가 매력인 '하가우'도 모두 맛있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개인적으로 가장 맛있었던 딤섬은 '샤오마이'였다. 돼지고기와 새우살의 식감이 아찔한 조화를 이루면서도, 그 와중에 모양새마저 제 역할에 너무 충실한 나머지 작은 꽃봉오리만치 어여쁘게 피어난 딤섬, 샤오마이. 맛과 멋을 모두 가진 샤오마이는 홍콩 여행 중 먹은 먹거리 중 단연코 최고였다.     


사진 좌: 홍콩 '제이드가든' 딤섬 샷/ 우: 홍콩 골목 어느 가게의 딤섬 샷.




* 만두소 재료: 냉동새우 (꼬리 제거) 300g, 다진 돼지고기 300g, 다진 대파 (밥 한 공기 분량), 다진 비타민 채소 (밥 한 공기 분량), 다진 마늘 2 (T), 설탕 2 (t), 생강가루 1 (t), 표고버섯 가루 1 (T), 감자전분 1 (T), 찹쌀가루 1 (T), 액젓 1/2 (t), 굴소스 1 (T), 참기름 2 (T), 후추 1/2 (t).
* 만두피: 찹쌀 만두피 260g (29장).
* 만두 고명: 날치알 4 (T), 레몬즙 1 (t) 넣은 생수 (날치알 불순물, 비린내 제거용).


1. 다진 돼지고기에 다진 마늘, 설탕, 생강가루, 표고버섯 가루, 감자전분, 찹쌀가루, 액젓, 굴소스, 참기름과 후추를 넣고 섞어준 다음, 다진 대파, 다진 비타민 채소를 넣고 함께 섞어 치대 준다. 


2. 해동 & 꼬리를 제거해준 새우의 물기를 제거한 뒤, 칼로 다져 반죽에 섞어준다 (완전히 다지기보다는, 살이 씹힐 정도로 듬성듬성하게 다져주면 식감이 훨씬 좋아진다).

3. 찹쌀 만두피에 만두소 1 스푼을 가득 얹어준다 (만두피는 냉동 제품을 바로 사용하기보다는, 실온에서 충분히 해동해 말랑해졌을 때 떼어내줘야 피가 찢어지지 않고 한 장씩 분리하기에도 쉽다).

4. 손으로 만두피를 살짝 움켜쥐어 오므려주면서, 위에 삐져나오는 만두소는 숟가락으로 살짝만 눌러주면 완성이다.

* 일반 만두처럼 완전히 오므려주지 않고, 만두소와 만두피를 붙여주는 정도로만 슬쩍 오므려 주면 되어서 정말 쉽게 만들 수 있다.

5. 만두 위에 날치알을 듬뿍 올리고 10분-15분간 쪄준다 (날치알은 체망에 얹고, 레몬즙을 탄 생수에 살살 흔들어 씻어주면 불순물과 잡내를 제거해준다).








홍콩의 로망이 가득한 새우 샤오마이를 우리 집 식탁에서 재현해보았다. 샤오마이는 딤섬이라는 단어가 주는 이국적인 느낌과는 달리,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만들어 먹을 수 있었다. 만두소 재료를 한데 모아 섞고, 만두피에 한 숟갈 듬뿍 떠 올려 손으로 피를 대충 오므려내면 끝이다. 온 힘을 다해 만두피를 조개 입 다물듯 한 땀 한 땀 오므려주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고로, 만두피 오므리다가 터질 걱정도 없다는 희소식이다). "때깔 고운 음식이 맛도 좋다고 했으렷다." 만들기가 편했다고 우리가 또 데코레이션을 등한시할 수는 없지 아니한가. 선명한 붉은빛의 보석 같은 날치알은 덤으로 듬뿍 올려본다. 갓 쪄낸 샤오마이는 새우와 돼지고기에서 우러나온 육즙이 한가득이다. 내 마음속 딤섬계의 육즙 왕은 이제 샤오룽바오가 아니라 샤오마이가 차지했다. 뜨거울 때 한입에 넣으면 세상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되지만, 그 육즙을 포기하기엔 이미 그 맛에 단단히 중독되어버렸다. 입천장쯤 내어줄 수 있다.     


한국에서도 가끔씩 프랜차이즈 딤섬 가게를 찾아가 먹어보았지만, 왜인지 그때의 감동은 재현되지 않아 늘 아쉬움이 남곤 했었다. 왠지 모를 2% 부족한 맛도 맛이지만 배 두들기며 양껏 먹기엔 현지보다 사악한 가격이다 보니, 그 아쉬움을 달래고 푸짐하게 먹어보자는 마음에 딤섬 샤오마이 그까짓 거 내 손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런데 이게 웬걸, 2%만 보태어 표현해 홍콩의 추억이 야금야금 피어나는 맛이었다. 이젠 카드 결제는 프랜차이즈 딤섬 가게가 아니라, 마트에서 신선한 딤섬 재료를 스윽 결재하면 될 일이다. 막힌 코가 뽕 뚫리는 희열을 안겨준 홍콩의 딤섬을, 이젠 홈메이드 샤오마이로 다시금 새롭게 추억해본다.





Bona가 준비한 오늘의 요리, Bon appétit [보나베띠]: 맛있게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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