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은
거짓과 진실의 경계에서 망설이고 있는 거라 했습니다
세계 평화 같은 노래는 너무 어렵잖아요
곧, 울 거 같잖아요
꽃
자유
책
달이 있다,
이것으로도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은
늘 화가 나 있었습니다
생선을 썰 때처럼 눈을 가린다거나
앞머리를 자를 때처럼 눈을 감는다거나
가차 없이
내가 있어도
내가 없어도
와르르,
하루아침이라니요, 어째서
눈을 마주치는 일조차 없어졌습니다
나는 말하려다 도중에 그만두는 습관이 있었고
정말 잘못을 했다면 무릎 꿇고 사과를 해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당신은 달라서
미안하다는 말은 맨발로 집을 나가다와 같은 뜻으로 알고 있었고
신발을 벗어 놓고 나가는 날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고양이가 고양이의 말을 하고 싶어 고양이를 사귀는 것처럼 쫄딱
비를 맞고 나면
별이 쏟아진다는 말이 이런 거구나, 하는 밤이 왔습니다.
(석민재의 시. <은하>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