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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쌤쌤 Dec 10. 2021

짜장면만 먹으면 체한다

700원 빌렸다가 3달 만에 갚았던 1985년


짜장면 집이 생겨 입학식, 졸업식 후 선생님들을 모시는 자리로 중국집이 큰 역할을 했다.


교내에서 문학, 체육, 미술, 수학 우승자를 뽑아 군 단위 대회에 가는 날이면 짜장면을 먹을 수 있었고


부잣집 친구의 생파에서 짜장면과 탕수육을 아주 귀하게 먹을 수 있었다. 맛있는 소스만 먹고 마는 친구도 있었고 면도 모자라 밥을 비벼먹는 친구도 있었다. 탕수육은 부먹이냐 찍먹이냐 개성 따질 것도 없이 부먹이었다.


어느 해 겨울.

입학식도 졸업식도 생일도 아닌데 친구들이 짜장면을 먹으러 가자했다. 한 그릇 700원. 모두에겐 돈이 있었고 내겐 50이나 있었을까? 한 친구가 내게 700원을 빌려주어 다 같이 가서 짜장면을 먹었는데


용돈 700원을 한꺼번에 모으기가 어려워 200원, 300원, 200원. 이렇게 나눠서 갚았다. 다시는 짜장면을 먹지 않았다가  중학교로 진학하고서야 매점에서 만들어 파는 짜장면과 국수를 사 먹었다.


좋아하는 음식이 아니기도 하지만, 짜장면만 먹으면 급체를 해 이틀 사흘 고생을 한다. 짜파게티에 파김치를 올려먹어도 체하고 짜파구리도 그렇고.


며칠 전 저녁으로 먹은 짜장면에 급체해 나흘을 고생하고 있다. 용돈 다 털고 털어 갚았던 700원 생각이 아직도 나고 우리는 십일조도 감사헌금도 1원의 의심 없이 정확하게 내는데, 교회 집 딸은 짜장면을 너무 쉽게 사 먹는 모습 보면서 어린 내가 불만도 상처도 많았었나 하고.


시골에 돌아왔더니

어릴 적부터 있었던 짜장면 집이 그대로 있다. 지인들이 오면 짜장면 집서 만나는데 허름한 가게 풍경과 알 양파 다듬고 있는 고무대야에서 나는 알싸한 냄새에 눈도 찡긋해본다.


미니어처 만들기를 좋아했던 막내의 작품은 여기저기 미술학원에서 본다고 가져 간 이후 다 사라졌고, 달랑 이 사진 남았다. 짜장은 짜장 같고 단무지는 단무지같이 잘 빠진 색이 진짜 같아서 먹고 싶게 한다.



주방에 있는 기름, 가루를 배합하여 최상의 재료를 만들고 물감에 간장을 섞어 짜장 색을 만들던 고사리 같은 손은 지금 헤어, 미용을 배우고 있는데


또 어느 날, 뭔 바람 불어 손가락이 간질간질거리면 잔치 한상 거하게 차려줄 거라는 기대를 해보면서  소화제 1병 또 까 마시는 깊은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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