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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넷 Linette May 26. 2022

스물두살, 자발적 꼰대가 되기로 했습니다.

MZ세대가 말하는 '꼰대'에 대하여

 요즘 직장인 커뮤니티를 보면, MZ세대와 꼰대 상사의 갈등에 대한 이슈를 많이 접하고는 한다. 과거에 비해, 자신의 의견을 더 가감 없이 솔직하게 표현하고, 부당함을 참지 못하는 것이 MZ세대의 특징이라면 특징이라고들 한다. 그리고 이에 반하여, 구시대적 관습과 편견 속에 회사생활을 해온 기성세대는 당연히 사상적 차이가 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MZ세대가 이야기하는 '꼰대'라는 것, 그것이 대체 정확히 무엇일까?




CHAPTER.9

MZ세대가 말하는 '꼰대'에 대하여


 이제 겨우 만 스물둘이지만, 나는 어디 가서 꼰대라는 소리를 듣고는 한다. 이유인 즉, 굳이 따지자면 MZ세대보다는 꼰대의 입장이 더욱 이해가 가기 때문이다. 한 번은 마케팅 취업 오픈 카톡방에서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내 연차 내가 쓰겠다는 게 잘못된 건가요? 본인이 대신 일해줄 것도 아니면서, 눈치 주는 상사 너무 꼰대 같네요.'


 앞선 내용을 짧게 설명드리자면, 어느 신입분이 급한 개인 사정으로 당일 연차를 무통보 사용하였고, 그날 오후에 미팅이 잡혀서 팀장님께서 다른 날 쓰라며 화를 내셨다는 것이었다. 톡방에서는 모두가 '남의 연차에 왈가왈부하는 팀장'을 욕하였고, 팀장은 팀의 리더일 뿐이지 개인의 사생활을 간섭할 권리는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과연 사생활일 뿐인가? 팀장님과 내가 '남'인가? 나는 근본적인 부분에서부터 그들의 의견에 공감하는 것이 어려웠다. 우리는 정당한 대가를 받고 우리의 시간과 노동력을 회사에 제공한다. 그 과정에서는 규칙이 있고, 동료가 있다. 약속된 미팅에 특정 팀원이 갑작스럽게 빠지게 된다면, 이것이 과연 팀의 목표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을 수 있을까? 팀의 효율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부분을 팀의 리더가 통제하려 한 것이 그렇게 '꼰대 짓'인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 물론 의견의 차이는 분명 존재할 수 있다. 해당 팀원 분이 정말 핏치 못할 사정이 생겼을 수도 있고, 그 팀장의 어조와 어투가 텍스트로 느껴지는 것보다 불친절하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서 나의 허들은, 첫째. 아무리 급한 일이라고 한들, 연차를 당일에 무통보로 사용하였다는 것. 둘째.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사를 불특정 다수의 앞에서 그릇된 사람 취급을 하였다는 것.이었다. 다수를 위한 소수의 배려, 팀의 목표가치를 위한 일정 통제는 팀플레이의 기본 수칙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을 자유의 억압이라던지, 구시대의 악습으로 지칭하기에는 매우 무리가 있다. 이러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소위 말하는 '꼰대'로 취급한다면, 나는 기꺼이 그들이 말하는 꼰대가 되겠다. 

 조심스레 내 의견을 더 드러내 보자면, 나는 살아가는 데 있어서 어느 정도의 태클과 불편함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부딪치고 구르며 성장하기 마련이다. 아무도 나를 터치하지 않는 평탄 그 자체에 길을 걸어가면서, 특별한 변화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조금의 희생도 하지 않으면서, 팀의 인정을 바라는 것도 욕심이며, 개인의 가치만을 중시하면서, 팀의 위상을 꿈꾸는 것도 욕심이다. 물론, 옳지 못한 규칙도 존재할 수 있으며 정말 잘못된 부분을 억지로 참는 것은 나 또한 동조하지 않는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MZ세대가 추구하는 변화의 가치를 무시하는 것은 절대 아님을 알아주기 바란다. 

 그러나 모든 종류의 회사는 단체생활을 전제로 한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해낼 수 없고, 내가 일을 하면서 이뤄내는 성과에는 반드시 팀원들의 희생과 도움이 밑바탕이 된다. 필요할 때는 도움을 취하면서, 개개인의 사정은 언제나 배려해주길 바라는 것은 어찌 보면 정말 이기적인 마인드가 아닐까. 회사는 봉사단체도, 학교도 아니다.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이익집단이다. 특정 목표를 가지고 모인 원 팀 내에, 모두가 개인주의를 표방하고, 각자의 사정을 더 중시한다면 이 그룹이 어떻게 될지 한번쯤 생각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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