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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미상궁 라하 Apr 02. 2024

01. 모브사이코100 시즌1

자기 자신마저 해치는, 자의식 과잉의 위험성

모브사이코100 애니메이션 포스터. 좌측부터 레이겐, 모브, 에쿠보.

안녕하세요, 대중문화 평론에 도전하는 라하입니다.

모두 잘 지내고 계신가요? 


저는 방금, 작가인 친구와 일본 애니메이션 모브사이코 시즌1을 정주행했답니다.

박진감 넘치는 액션 소년만화 초능력 영웅(?)물인데

주제가 건전하고, 최근 혐오범죄를 저지르는 인셀(involuntarily celibate)의 본질을 건강하게 보여줬어요.


서사로서 완결성이나 구조의 탄탄함도 훌륭해서 메모하면서 호로록 봤답니다.

넷플릭스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소위 먼치킨 주인공을 어떻게 건강하고 인간미있게 묘사할 수 있는지를 공부하기 좋은 작품이네요.

비록 작가가 예전에 그린 만화가 원작이라 어떤 관점에선 불편한 부분이 많지만

버릴 건 버리고 취할 건 취하기로 했답니다.

완벽함을 기준으로 검열하다가는 모두가 입을 다물게 되니까요.

당장 저조차 완벽한 서사를 쓰지 못하는 걸요!

어른이 되지 못한 어른을 상대로 전력을 다할 수는 없지. … 서민이 돼라!

영웅물의 아이러니는 아무리 사람이 잘나고 대단하고 엄청나고 강하고 압도적이든, 사람은 한낱 사람이라는 명제라고 봐요.

작중에선 '서민'이라는 단어를 쓰죠.

초능력이라는 특수한 힘은 사람이 자기 자신에게 도취하게 합니다. 

남들보다 월등히 뛰어난, 압도적인 힘을 손에 넣었을 때 느끼는 고취감은 얼마나 짜릿한가요!

그러나 작가는 초능력은 달리기를 잘하거나 글씨를 잘 쓰는 것, 편식하지 않는 것 등과 다를 바 없는 한 가지 특성이라고 반복해 주장합니다.

덧붙여, 그런 자의식 과잉에 빠진 사람들은 역설적으로 싸움 같은 갈등 상황에서 도망쳐선 안 된다고 믿게 됩니다.

도망치는 것은 약한 것이고, 약한 건 열등하다고  전제하니까요.

열등해지기 싫다는 마음은, 그 자신이 자기의 본질을 열등함으로 믿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때 주인공의 멘토는 이런 말을 하죠. 

"하기 싫으면 도망쳐도 돼!"

이는  '난 특별하고 강하니까 그래도 돼'라는 오류에 갇힌 사람들, 특히 중장년 남성들이 겪는 '맨박스' 현상과도 맞닿아 아 있습니다. 

남자는 태어나서 세 번 운다는 낭설이 대표적이죠.

그러나 사람은 그 누구도 특별하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이 특별하니까요.

특별하지만 안 특별한 사람들이 오밀조밀 모여 살아가는 게 사회라는 암시가 작품 곳곳에서 나오는데요.

이 점은 시즌1을 끝까지 보시면 더 깊이 느끼실 수 있습니다.


주인공이 여성 청소년이라면 어땠을까, 싶지만 그랬다면 인셀의 모순을 꼬집어 보여주는 데 한계가 있었을 거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남성 청소년이 남성 사회의 불합리한 모순을 짚는과 여성 청소년이 그렇게 하는 것의 무게감이, 소년만화 액션 애니메이션의 주 시청자일 젊은 남성층에게 다르게 와닿았을 테니까요.


이런 액션 소년만화 애니메이션(혹은 인쇄만화)의 박진감이나 통쾌한 액션을 어떻게 웹소설로 묘사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어요.

제 로망은 여성 청소년 초능력 히어로물을 청소년소설로 내는 거거든요!

출판소설 중에는 '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가 떠오르네요.

그 중에 원자력발전소 안에 순간이동해야 하는 여성 청소년 듀오 히어로 이야기가 있었는데 말이죠 ㅎㅎ

이 중에서 <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 라는 작품의 주제가 모브사이코와 비슷합니다.

작가가 매력적인 반전을 숨겨뒀으니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지 마세요!


모브사이코의 주제는 

사람은 모두 특별하지만 모두 사람일 뿐이다. 그걸 잊으면 어른이 되지 못한 어른이 된다.

인데, 같은 주제를 여성 청소년이 다룬 소설(노블코믹스 있음)인 필리아로제와 분위기가 아주 다르더라고요.

둘다 청소년 영웅서사, 모험, 판타지인데 정말 신기했답니다

필리아로제가 종교적인 분위기를 소재로 쓴 웹소설인 것과 모브사이코100이 액션 장르 애니메이션인 게 차이지만, 두 서사의 공통점도 상당하거든요.


최근 모 웹툰에서 유행하는, '폭력이 참교육'이라는 메세지의 모순을 비폭력적으로 전달한 것도 좋았습니다. 

참교육은 사실 학생인권운동을 함께하던 교사들이 만든 단어인데, 놀라울 만큼 오염되었거든요.


2012년도에 이런 주제를 얘기한 게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 사실에 '놀랐다'는 점에서 제가 일본 대중 애니메이션을 얕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역시 뭘 모르면 우쭐해서 뭉뚱그려 오해하게 되나 봅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얘기가 있지만, 때로는 알아도 못 보는 게 있지요.

그러나 알아야 보든 말든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이 반성하게 됩니다.


동글점수: ●●●●●


<모브사이코100>은 잘 만든 청소년 먼치킨 '참교육' 액션 드라마 애니메이션이랍니다.

<필리아로제>와 <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도 좋은 작품이니 함께 읽어주시면 기쁠 거예요.


이만 줄이고, 다음에 또 끄적이러 오겠습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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