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알잖아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어떻게 나를 배신할 수가 있어 어떻게.. 근데 나 때문이래. 내 인생은 다 끝났어. 다 망가졌어...지금까지의 결혼 생활이 다 사라졌다고..."
전화기 너머로 친구가 남편이 외도한 이야기를 하며 흐느꼈다.
어떻게 된 일인지 호들갑스럽게 캐묻지 않았다. 그건 그저 남의 불행에 대한 호기심 충족일 뿐이니까.. 그 나쁜 놈이랑 당장 이혼하라고 채근하지도 않았다. 그게 절대 말처럼 쉬운 일도, 정답도아니니까.
시퍼런 한이 담긴 울음이 자꾸 새어 나오는걸 억지로 참고 삼켜대는 목소리를 그저 묵묵히 들어주고 있었다. 그비탄과 고통의 심연에서 빠져나오려면 아주 오랜 시간, 하루에도 수십 번원망과 자책 속에 헤집어져야 한다는 걸 안다.
불륜의 원인을 "당신이 날 너무 외롭게 해서, 아이들만 챙겨서,속궁합이 안 맞아서, 너무 일밖에 몰라서, 그냥 호기심에" 등등의 이유를 갖다 붙이지만,본인의죄책감을 외면하기 위해 상대에게 바통을 넘기는 개 같은 소리(합리화) 일뿐이라 생각한다. 어떤 이론들은 불륜을 성중독이다, 관계 중독이다, 애정결핍, 불안정 애착이 원인이다, 특정한 유전자 때문이다 라고도 이야기하지만 글쎄. 어쨌든 외도는 어떤 이유로 시작했든 그 길을 선택한 본인의 책임이고 본인의잘못이다.
'결혼 작사 이혼 작곡' 드라마만 봐도 알 수 있듯 아내가 죽어라 헌신해도, 연예인 뺨치게 외모가 수려해도, 능력이 있어도, 아무리 내조를 잘해도 바람피울 놈은 피고, 안 피울사람은 안 핀다. 그러므로 친구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은 네 탓이 아니라는 말.
외도는 정말 그들이 외치는 것처럼 사랑일까.
한때는 그것도 사랑일까 봐 혼란스러웠던 적이 있었지만 지금의 내가 생각하는 불륜은,마음이나 생각 어딘가 구멍 난 사람끼리의 동질감 같은 게 아닌가 싶다. 구멍 난 사람끼리 아무리 서로에게 빨대 꽂아 쪽쪽 빨아봐야 구멍으로 숭숭 빠져나갈 뿐인 허기진 관계.
나는 부부라는 건 빨강과 파랑이 만나 희로애락을 함께 하고 오랜 기간 희생과 헌신을 거쳐 보라색이 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그런 사람에게서 얍삽하게 파란색, 빨간색만을 추출해 갈 수는 없다. 사람을 자기 마음에 드는 부분만 잘라 가질 수는 없지 않나. 보라색인 그가 완전체이며 현재의 그 사람이기에 사랑하려면 통째로 사랑해야 한다. 정말 사랑이라면 이미 그 사람에게 담긴 배우자도, 자녀들도 사랑하기 때문에 감히 그 가정을 휘젓지 못해야 맞지 않을까.
본인들만 즐겁고 주변 사람들이 고통스럽다면 그게 사랑일까.. 나도 주변도 모두 행복한 게 진짜 사랑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