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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ene Aug 20. 2023

비애

마지막이라니.

한국이 지긋지긋했다.

경계선 지능 아들에게 벌어지는 일들을 수습하고 다니는 것도, 학부모들 틈에서 괜찮은 척 웃어야 하는 것도, 불행한 엄마가 나를 지독히 의지하는 것도, 이기적이고 부정적인 아버지도,

이 모든 것에서 떠나왔으니 홀가분하고 행복했다.

이민 생활이 이렇게나 좋은 것이었다니, 그저 한껏 들뜬 마음으로 살았다.


난 조금도 부모님이 그립지 않았다. 해서 부모님의 캐나다 방문도 그리 달갑지 않았다. 그래도 이왕 여기까지 오셨으니 정성껏 모시고 다니는데 역시나 나의 아름다운 아버지는 먹는 것마다, 가는 곳마다 한결같이 트집을 잡고 단점을 끄집어내신다.

참 그러기도 쉽지 않은데 감사와 만족을 모르는 것도 재주라면 재주다. 아빠는 분명 천국에 가셔도 천국이 겨우 이 정도야? 하실 테지.  

본전 생각이 났다.

'돈은 돈대로 쓰고 시간은 시간대로 쓰고 고작 듣는 소리가 이거라니. 이럴 거면 왜 오셨담. 빨리 가버리셨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엄마가 나를 안아주시며 "우리 마지막 여행 평생 간직하자.." 하셨다.


마지막이라니?? 마지막이라니!!!


울지 않으려고 참으니 코가 맵싸해지길래 괜히 말을 돌려 딸에게 "너 모자 챙겼어?" 해봤지만 실패였다.

그제야 엄마가 걷기 힘들어하던 모습, 유난히 가늘어진 다리와 숭덩숭덩 비어있는 초라한 머리숱이 눈에 들어왔다.

부모님의 시간은 왜 이렇게 거지같이 빨리 흘러가는 걸까.

왜 부모는 자식과 같이 흐르지 못하고 먼저 흘러야 하는 걸까.

정말 마지막이면 어쩌지.

아.....그러나는 어쩌지...

엄마에겐 이제 얼마의 시간이 남아있을까..

우린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보게 될까..


처음으로 이민 생활이 후회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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