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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라 Dec 12. 2022

6. 첫 바다, 첫 외식, 잊지 못할 추억

우리는 서로의 우주가 되어

 문득 홍시 자몽과 한 번도 같이 외식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침 애견 동반 호텔에서 식사권 추첨을 진행하고 있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응모에 참여했다. 신경도 안 쓰고 잊힐 즈음

 띵동-! 응모에 선정되었다는 메시지가 도착했다. 이런 운명적인 기회가 찾아오다니?

 나는 부산에 있는 애견 동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한 뒤, 송정 바닷가에서의 산책을 하며 아이들에게 모래의 감촉과 부서지는 파도를 보여줄 계획을 세웠다. 출발하기 직전, 나는 홍시와 자몽이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우리 가족 첫 추억 여행이야”

레스토랑에 도착한 후 안내를 받아 애견 동반 식사 룸에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홍시와 자몽이도 내 곁 의자에 앉아 눈높이를 마주했다. 나는 파스타와 피자를, 홍시와 자몽이는 치킨과 비프 트릿을 각각 주문해 절반씩 바꾸어 먹었다. 강아지를 위한 귀엽고 앙증맞은 플라스틱 포크와 나이프도 준비되어 있었기에 나는 우아한 손짓으로 홍자 형제에게 레스토랑 음식을 먹여주었다.

 이곳이 나름 격식 있는 자리라는 것을 아는지 천방지축 자몽이는 의외로 조용했다. 포크로 음식을 찍어 입에 넣어주어야 음식을 먹지, 몸을 일으켜 접시로 돌격하거나 홍시 것을 뺏어먹으려 하지 않는 것이었다. 하지만 반전은 하나 더 있었다.


홍시, 얌전하고 조용하던 평소와 달리 음식 앞에서 적극적이 되고 만다. 홍시는 터프하게 테이블에 양 발을 올리고 접시를 강렬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포크로 찍어준 음식뿐 아니라 접시에 있는 음식까지도 적극적으로 찾아 먹었으며 자몽이의 것을 탐내기도 하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적극적인 자몽과 소극적인 홍시를 예상했던 것만 정 반대였던 것이다-! 역시 아이들은 집 안과 밖이 다르다는 말이 사실인가 보다.

 우리는 함께 마주 앉아 여러 음식을 먹고 느긋하게 그 시간을 즐겼다. 가족끼리 제대로 맞이하는 첫 외식. 다른 손님들 눈치를 보지 않고, 메뉴에도 등록된 전용 강아지 음식을 주문하며 옆자리에 함께 동석할 수 있는 오늘의 기억이 나에게는 벅차오르는 축복이자 선물 그 자체였다

 “홍시, 자몽! 밤바다 보러 갈래?”

 우리는 성공적으로 식사를 마치고 근처 송정해수욕장으로 떠났다. 태어나 처음으로 해변의 모래를 밟은 홍시와 자몽이는 처음에는 당황한 듯 발을 털며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으나, 곧 폭신한 모래의 매력에 헤헤 웃음 짓기 시작했다. 퐁당퐁당 한 모래 느낌에 빠져 질주 본능이 일깨워진 두 마리와 함께 나는 바다 사이로 하염없이 해변을 내달렸다. 시원한 밤바다의 바람이 홍시 자몽과 나, 우리 모두의 뺨을 스쳤다.

 “저게 바다야, 이렇게 우리를 찾아오는 게 파도이고. 우리가 밟고 있는 폭신한 흙이 모래야. 오늘이 너희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았으면 좋겠어, 내 강아지들 “

 갑자기 홍시 자몽이가 달리는 것을 멈추고선 한참을 바다 너머를 보기 시작했다. 달려오는 파도가 부서지는 것을 보며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했던 걸까. 적어도 ‘오늘이 바다를 보는 처음이자 마지막일 테니 잘 보아 두자’하는 생각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홍시 자몽! 밤바다를 보았으니 이제 여름의 바다와, 겨울의 눈과, 국내 또는 해외의 언덕과 풀, 세계의 구름과 하늘을 보러 모험을 떠나야지-! 우리가 앞으로 발자국을 남길 곳이 세상에 너무나도 많단다. 그러니 내 곁에 오래 머물러줘야 해 내 사랑들.

 옆에서는 불꽃놀이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자리를 피하지 않고 조금 뒤로 물러가 하늘을 향해 타오르는 불꽃들이 별똥별처럼 사라지는 것을  눈에 가득 담았다. 나도 분위기에 휩쓸려 작은 불꽃놀이를 샀다. 무언가 벅차올랐다. 아마 홍시와 자몽이에게도 나처럼 가슴 벅찬 순간이 아니었을까. 마치  편의 영화 같았다. 가장 힘들고, 외롭고, 슬픈  순간에 너희가 함께해줘서 고마워. 너희들 덕분에 오늘 하루가 가장 따뜻하고 찬란한 삶의 기적이 되었어. 나를 사랑해줘서,  품으로  줘서,  안아주고 위로해줘서 정말 고마워.


앞으로 우리 전 세계를 함께 여행 다니자. 홍시, 자몽 너희의 귀여움을 세계에 알리는 거야. 그렇게 시간이 지나 언젠가 너희가 내 곁을 떠나 먼저 무지개다리 너머 천국 강아지 놀이공원에서 뛰어놀  때, 내가 너무 슬퍼하지 않거나 좌절하지 않고서 세상 어디를 가도 너희를 떠올릴 수 있게 말이야. 우리 앞으로 이 넓은 세상을 달리자. 아주 자유롭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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