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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이버링 Aug 10. 2024

출간 후 1년(3)

그래도 내 책


책은 불티난 듯 팔렸다.

라고 쓰는 건 소설 속에서나 가능한 일인가 보다. 예약판매 기간 동안 몇몇 지인이 대량 구매를 해 준 덕에 1주일 간 <yes24 에세이분야 베스트셀러 TOP100> 안에 들기도 했다. 딱 한 주였지만 베스트셀러 배지(?)를 달았던 화면을 캡처해 개인 SNS에 올렸는데 그 뒤로 만나는 사람들이 ‘책이 잘 팔리는 모양이던데?’라고 말했다. 일일이 해명할 필요를 느끼지 않아 그냥 웃었다. 실제로 초판 1000부 중에 200권도 팔리지 않았다. 출판의 세계에 첫 발을 들인 나는 이 세계 밖 오해의 진실을 하나둘씩 알게 되었다.


출판사에서는 예약판매 기간을 책 홍보를 위한 인큐베이팅 기간이라고 했다. 이 기간 중 도서는 정가에서 10% 할인된 가격에 판매됐다. 예약판매가 끝난 뒤에도 온라인 서점은 책을 10% 할인된 가격에 판매했다. 예약구매가 독자들에게 주는 별다른 혜택은 없어 보였다. 나는 처음 계약한 대로 예약판매 기간 중 의무판매 200권에 못 미치는 부수만큼 정가의 30%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했다. 구매한 책은 이후 서평단 또는 지인 선물용으로 모두 소진했다. 이렇게 구매한 책은 온라인 3사의 어느 판매지수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택배봉투를 열어본 나는 깜짝 놀랐다. 처음 출판사와 이야기 된 표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책 표지 재질로 독자들이 여행지에 가져가도 훼손이 적은 하드커버(양장)를 희망했는데 출판사에서는 그건 비용이 높아 어렵다고 했다. 양장본은 어렵지만 최대한 튼튼한 재질로 해주겠다며 크라프트 느낌의 종이사진을 보내왔다. 나는 사진과 같은 재질의 책들을 찾아보며 한껏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그런데 받아본 책의 표지가 사진과 다른 게 아닌가! 서둘러 출판사에 전화해 물으니 비용 때문에 아트지로 했고, 아트지도 충분히 좋은 재질이라고 했다. 만약 비용이 더 든다면 내가 부담할 의사도 있었는데 왜 나와 상의하지 않았냐고 물으니 2쇄를 찍을 때 검토해 보자고 했다. 2쇄라...자식 같은 내 책에 나만 아는 큰 아쉬움이 남았다.


이후 몇 달간 온라인 서점 판매순위 및 지수에 관심을 가졌다. 실시간 판매부수를 알고 싶었지만 출판사에 매번 물어보기는 미안했다. 직접 온라인 3사(교보문고, YES24, 알라딘) 앱에 접속해 판매지수, 순위, 리뷰 등을 확인했다. 판매지수는 알라딘의 경우 새벽 6시, 교보문고 & YES24는 오전 8시에 업데이트가 되는 것 같았다. 이걸로는 실 판매부수를 파악할 방법이 없었다. 실 판매부수는 오직 출판사만 알 수 있었다. 출간 후 1주일, 한 달이 경과했을 때 출판사에서 판매부수를 알려줬지만 이후에는 먼저 알려주는 일은 없어 내가 두어 번 물어봤다. 베스트셀러 작가도 아닌데 자꾸 묻는 것은 실례인 것 같아 한 달 간격으로 두 번쯤 물어봤다. 그리고 출간 3개월 후에는 물어봐도 알아보겠다고만 하고 이후로는 답이 없었다. 아마 잊어버리신 것 같았다.


이 즈음 신기하고 재밌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출판사 SNS에 신간 홍보 게시글을 올리는 것 말고는 출판사가 내 책을 홍보하는데 별달리 하는 일은 없었다. 보도기사도 내가 직접 지인을 통해 송출했다. 내가 서평단 이벤트를 하고 싶다고 했더니 SNS나 기타 경로를 통해 독자를 모집해 주었다. 직접 구매한 책에 서명하고 직접 구입한 핑크색 택배봉투안에 책을 넣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내가 이 많은 책들을 일일이 다 택배로 보내줘야 하는구나. 유명 베스트셀러 작가님의 책은 출판사에서 다 해주겠지?'

아주 잠깐이지만 적지 않은 도서구입비와 택배비가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이내 내 책이 독자에게 사랑받기를, 꼭 필요한 독자에게 읽히기 바라는 마음에 정성스럽게 서명해서 택배를 발송했다. 택배 어플을 깔고 건당 택배비가 가장 저렴하다는 세븐일레븐 편의점 택배를 이용했다. 살면서 뭔가를 팔아본 적 없는 내가 30개가 넘는 택배를 한꺼번에 부친 것은 처음이었다. 그로부터 약 한 달의 시간이 흘렀다. 어느 날 카톡으로 장문의 이벤트 당첨 알림이 도착했다. '8월의 택배왕 이벤트 2등 당첨-롯데백화점 30만 원 상품권' 메시지를 보자마자 혹시 스미싱이 아닐까 의심돼 검색해봤다. 놀랍게도 <세븐일레븐 택배서비스 출시 기념 8월 택배왕 이벤트>가 실제로 진행됐던게 아닌가. 하필 이벤트 기간 중 살면서 가장 많은 택배를 부친 것은 우연이라 하기엔 너무 큰 행운이었다. 서평단 이벤트에 들어간 비용을 보상받는 기분이 들어 매우 기뻤다. 내 인생에서 이렇게 큰 이벤트 당첨은 처음이었다.


이후에도 책을 알리는 일은 오로지 내 몫이었다. 나는 호주에 가기 전부터 정보를 교환했던 네이버 카페에 조심스럽게 내 책을 알렸다. 요즘 대놓고 카페에 홍보하는 것은 위험하다. 카페 운영자님께도 한 권의 책을 보내 사전 동의를 구한 뒤 책 나눔 이벤트를 했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고, 이후에도 나는 호주여행 정보를 최대한 자세히 공유하면서 아이와 호주에 갈 계획이 있는 사람들에게 진심을 담아 자연스레 책을 알렸다.


과거 호주 워킹홀리데이 경험이 있는 엄마가 아이와 호주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경우, 내 책을 읽고 용기와 정보를 얻길 바랐던 책의 의도가 100% 닿은 것 같았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거나 희망도서 신청을 하고 읽은 독자, 카페글을 보고 직접 구매해 읽은 독자, 읽고 나서 지인에게 선물했다는 독자, 펑펑 울었다는 독자, 비행기표를 예매했다는 독자 등... DM으로 받은 후기들을 헤아릴수록 신기하고 감사했다. 딸을 시집보냈는데 잘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이런 기분일까?


출간 후 4개월쯤 됐을 때, 출판사에서 약 800권의 도서가 출고되었다며 잘하면 올해 안에 2쇄를 찍을 수 있겠다고 했다. 한국의 겨울은 호주의 여름이고 성수기였기에 그만큼 책이 더 팔릴 것이라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출간되는 수많은 책 중 2쇄를 찍는 책은 10% 이내라고 하니 2쇄가 욕심날 만도 했다. 온라인 서점에 내 책 상세글이 좀 더 시각화되면 좋을 것 같아 출판사에 이미지 게시를 요청했다. 서너 번 요청했으나 편집자가 바뀌면서 반영이 되지 않았고 이후 요청에도 응답이 없었다. 내 책의 출판사는 매달 많게는 수십 권의 책을 출판하느라 바빠 보였다. 2024년 1월 처음으로 100만 원이 조금 안 되는 인세를 받았다. 가족과 작은 파티를 했다. 1쇄 1,000권 중 의무판매부수 포함 812부가 판매되었다는 2023년 하반기 정산서도 받았다. 다음 달, 내 책이 전자책으로 출간되었다고 YES24로부터 알림 문자를 받았다. 관심작가 설정이 돼 있어서 온 문자였다. 영문도 모른 채 출판사에 전화를 걸어 전자책 출간 시기는 어떻게 정한 것이냐 물으니 출판사가 적절한 시기를 판단해 출간한다는 답을 받았다. <밀리의 서재>에 전자책이 출간된 사실도 아이의 담임선생님과의 상담 중에 들어 알게 되었다.


그즈음 나는 복직 후 쓰는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됐고, 어떻게든 쓸 시간을 확보해서 계속 쓰고 싶었다. 책의 추천사를 써 주신 신형철 교수님은 내 글이 기교보다는 개성있는 글이라며 또 책을 내도 좋겠다는 과분한 격려를 해 주셨다. 우연한 기회에 동탄에서 한 달에 한 번 하는 글모임에 처음 참여했는데 출간작가님들을 비롯해 책과 글에 진심인 분들을 만나 쓰는 일에 한껏 고무되었다. <우리의 겨울이 호주의 여름을 만나면>의 뮤즈가 된 책의 작가님으로부터 공저 제안을 받는 행운도 있었다. 동탄 글모임 작가님으로부터 소개받아 밀리로드에 연재한 소설이 연재 우수상을 받고 창작지원금 100만 원을 받는 쾌거도 있었다. 브런치에 에세이크리에이터로 선정이 됐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 쓰기를 멈추지 않으니 계속해서 이벤트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제는 쓰고 싶은 마음보다 써야 할 이유가 더 커졌다. 쓸수록 부족함을 느끼지만 쓸수록 글이 나아지고 있다는 느낌은 중독이 됐다. 잘 써도 못 써도 브런치에 올렸다. 누가 볼 글이기에 더 잘 쓰고 싶은 동기가 생겼다. 그리고 지금은 2024년 브런치 공모전 출품을 위해 연재소설을 편집하고 있다.


최근 두 번째 인세가 입금됐다. 2024년 상반기 판매부수는 총 113부였다. 생각보다 많이 판매되어 감사했다.(나도 그중 대여섯 권을 샀다.) 소소한 인세지만 SNS에 이벤트를 열어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쿠폰과 책 4권을 독자와 나눴다. 이제 초판 1쇄 1,000 부 중 75권이 남은 것 같은데, 아직 출판사에서는 2쇄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출간 후 1년이 지났다. 총 3화에 걸쳐 지난 1년 간 출간과 관련한 기록을 남겼다. 나는 앞으로 쓰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 그래서 첫 출간의 기록을 최대한 솔직하게 적었다. 나와 비슷한 처지의 출간을 앞둔 분께 도움이 되면 좋겠다. 내가 1년 전 출간을 앞두고 이런 글을 아주 많이 찾아봤기 때문이다. 질문도 환영. 축하도 환영, 위로도 환영. 격려도 환영, 조언도 환영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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