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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주 엄마 Jul 25. 2021

젖몸살의 악몽

어설픈 마사지의 참극

처음 젖이 돌기 시작했을 때에는 마냥 신기하고 신나기만 했다.


한 번도 젖이란 게 나온 적이 없던 나의 '가슴'이 이렇게 아기를 먹일 수 있는 젖이 나오는 기능을 할 수 있게 되다니..


이제야 가슴의 참된 기능을 되찾은 것만 같았고 아기가 꿀꺽 꿀꺽 젖을 먹는 게 너무 신기하고,  필사적으로 젖을 빠는 아기를 보는 게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내가 가슴 안에 있는 유선이 촘촘하게 많은 치밀유방을 가져 젖이 많이 나오는 편이라는 것을, 나는 출산하고나서야 알았다.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 엄마도, 이모도, 사촌언니도 다 젖이 콸콸 잘 나왔다고 한다. 젖이 많이 나오는 것도 유전인 것 같다.


한번 유축을 하면 듬뿍듬뿍 젖이 쏟아졌고, 아기에게 줄 건강에 좋은 모유가 펑펑 잘 나온다는 사실에 나는 신이 났다.


그러나 젖몸살이 시작되면서 젖이 잘 나오는 것이 마냥 축복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젖몸살의 시작은 출산한 지 삼일 째 밤부터였다.


그때 나는 산후조리원에 자리가 없어서 5일이나 병원 입원실에서 대기해야 했다. (나중에 조리원 들어가서 다른 산모들과 얘기해보니, 똑같이 일주일 대기하라는 말을 들었던 다른 산모는 남편과 함께 강려크하게 컴플레인해서 하루도 대기하지 않고 조리원에 들어갔다고 한다... 역시 이 사회는 목소리 센 사람이 이기는 것이니, 부당하다 싶을 때에는 반드시 강력하게 항의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배웠다ㅜㅜ)



산후조리원은 언제든지 아이를 원할 때 볼 수 있지만 병원은 정해진 수유시간(하루에 두 번, 30분씩)에만 아이를 만나서 젖을 물릴 수 있었다. 그래서 출산한 지 이틀째부터 젖이 돌기 시작했는데, 아이한테 직수를 할 수가 없으니 젖이 빠지지 않고 가슴 안에서 고이기 시작했다.


병원에서 유축기를 빌려서 유축을 했지만, 얼마나 많이 해야 하는지 몰랐던 나는 그냥 낮에 젖이 고여서 뚝뚝 떨어져 옷이 젖기 시작하면 그때서야 유축을 했고, 밤에는 잠 자느라 유축을 하지 않았는데 그러다보니 유축하는 양에 비해 젖이 만들어지는 양이 훨씬 많아서 젖이 안에서 심하게 고이기 시작했다.


처음 유축기를 사용할 때에는 유축기의 압력에 깜짝 놀랐다.


아직 유선이 뚫려 있지 않은 상태에서 유축기를 사용하자 가슴이 너무 아팠다.


전동 유축기 자체가 아이가 빠는 힘에 비해 훨씬 큰 압력으로 젖을 짜내기 때문에 가슴에 어느 정도 무리가 간다고 한다.


아기가 빠는 힘과 동일한 압력으로 가슴에 무리를 주지 않고 젖을 짜내는 고오급 유축기(메델라 심포니 유축기)도 있는데, 알아보니 가격이 수백만원 대라고 한다. 렌탈 가격은 한 달에 7만원 정도 한다. (일반 전동 유축기는 십만원 대에서 구입할 수 있다. 그래도 일반 전동 유축기 중에서는 그나마 '메델라 스윙' 유축기가 제일 안 아프다고 하니 유축기 구입을 고민하는 분들은 참고하시기를..)


유축기 사용의 아픔도 모유수유를 포기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한다.


병원 유축기는 스펙트라 유축기였는데, 레벨 2 정도의 낮은 압력으로 유축을 했는데도 처음에는 너무 아팠다. (유선이 완전히 뚫린 지금은 레벨3으로 유축을 해도 별로 아프지 않게 유축을 할 수 있다.)


세 시간에 한 번, 한 쪽에 15분씩 양쪽 30분 정도는 유축을 해야 한다는 것도 몰랐고, 유축하는 게 아파서 유축을 피했던 나는 젖이 도는 가슴을 그냥 방치하다시피 했다.


그리고 그 결과 젖몸살이라는 불청객이 나를 방문하게 되었다.


이 불청객은 무식한 나와 남편, 그리고 조리원 원장의 콜라보로 엄청나게 심해져서 무시무시한 재앙이 되어 그날 밤 나를 다시 찾아오게 되었다.



젖몸살이 처음 살짝 왔을 때 유축기를 사용하는 방법이 이게 맞는지도 잘 모르겠고 가슴도 아파서 도움을 받으려고 병원 바로 옆에 있는 조리원 원장을 찾아가 도와달라고 했다.


유축기 사용 방법을 알려달라고 했더니 조리원 원장이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아니, 병원에서는 유축기 빌려주면서 사용법도 안 가르쳐주고 진짜 뭐하는 거야.. 내가 가서 따질 수도 없고 거참.."


투덜대면서 퉁명스럽게 유축기 사용방법을 알려주던 조리원 원장이 내 가슴에 깔대기를 대고 유축을 시작했는데, 처음부터 레벨 3으로 올리더니 레벨 4, 5, 6으로 쑥쑥 올리기 시작했다.


너무 아파서 비명을 지르며 아프다고 했는데, "다른 아기들 깰 수 있으니 조용히 해요. 엄마가 엄살이 심하시네.. 이 정도로 레벨을 올려야 원래 잘 나오는 거예요."라면서 레벨 6으로 한참을 유축했다.


나는 너무 아팠지만 조리원 원장이니 나보다 어련히 더 잘 알아서 하겠거니 하면서 억지로 참았다.

(나중에 찾아보니 출산하자마자 처음 유축기를 사용할 때에는 유선이 잘 뚫려 있지 않아 유축기 사용이 매우 아프기 때문에 레벨2 정도로 많이 하고 올려봐야 레벨 3 정도로 유축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겨우 출산한 지 3일째밖에 안 됐는데, 레벨 6으로 강제로 젖을 쥐어 짜서 60mL나 유축을 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런 식으로 통증이 심하게 느껴질 정도로 유축을 하면, 과도한 유축으로 인해 젖몸살이 더 심하게 올 수 있고 유선도 망가질 수 있다고 한다.


유선이 아직 잘 뚫리지도 않은 출산 3일 째의 산모에게 레벨6으로 유축을 하게 만들던 조리원 원장의 판단은 확실히 잘못되었던 것 같다. 그때 다친 유륜은 한참 동안 아물지 않아서 누르면 아파서 고생을 한참 했다.  한 달 넘도록 다친 부분이 쭈글쭈글하게 튀어나와 있었다.


조리원 원장은 자신이 투덜대면서 불친절하고 무지막지하게 유축을 시킨 것이 스스로 좀 찔렸는지, 갑자기 이렇게 말했다.


"내가 말투가 원래 좀 이래요. 다른 사모님들은 내가 싸바싸바 하면서 부드럽고 친절하게 말 안 하니까 그것 때문에 가끔 컴플레인하기도 하는데, 원래 이래. 뭐, 안 좋은 후기 쓰겠다고 하는 엄마들도 있는데 조리원에 산모가 너~~무 많고 조리원에 산모 한 명 더 는다고 내 월급이 한 푼이라도 더 느는 거 아니니까.."


갑자기 자기 월급 얘기는 왜 하는지 황당하기도 하고, 어차피 자기는 고정 월급이라 산모들에게 딱히 친절하게 대해야 할 이유도 없다는 듯한 말이라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처음에 그 산후조리원에 대해 검색을 했을 때 블로그 후기에서 조리원 원장이 너무 별로이고 불친절해서 조리원을 예약하러 갔다가 원장과 상담 후 다른 조리원을 예약했다고 하거나, 이 조리원의 가장 큰 단점은 조리원 원장이라는 둥의 후기들이 있어서 쎄한 느낌이 들었지만, 병원 연계 조리원이라서 소아과 의사 회진이 매일 있다는 점 때문에 들어갔는데 역시 부정적인 후기가 많은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었다.


이래서 조리원도 잘 알아보고 가야 하나보다..



과도하게 젖을 빼낸 유축 이후에 가슴은 처음에는 말랑해졌지만 이후 비운 만큼 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젖을 채우고 들어와서 젖이 점점 무거워지고 커지더니 젖 안에 딱딱한 돌덩이가 들어와서 가슴을 짓누르는 것 같았다.


말랑말랑하던 유륜은 땡땡하게 붓고 돌처럼 단단해졌다. 유축을 해도 젖이 나오질 않았다.


가슴이 무겁고 단단하고 뜨거워지면서 열감이 느껴졌고 가슴쪽 피부가 벌개졌다.



그날 밤 나는 가슴이 너무 아파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맘똑티비를 보니, '온찜질>기저부 마사지>모유수유>냉찜질>양배추요법>진통제'의 순으로 관리를 해주라고 되어 있었는데..


여기서 나오는 대로 '온찜질'과 '기저부 마사지'를 하다가 아파서 기절할 뻔했다.


온찜질은 젖이 사출되도록 도와주는 건데 젖의 양을 더 늘려 버렸고, 기저부 마사지 역시 안 그래도 가득 찬 가슴에 더 젖이 많이 고이도록 만들어 버렸다. (나중에 찾아보니 '온찜질'이나 '기저부 마사지'는 젖몸살이 오기 전에 모유수유를 원활하게 하는 데 좋고 젖몸살이 잘 오는 사람들은 되도록 젖의 양을 늘리는 '온찜질'이나 '기저부 마사지'는 피하는 게 좋다고....)


그래서 이걸 그대로 따라하니 가슴은 더 단단해지고 '돌'에서 '바위'같이 변해버려 가슴 위에 바위를 하나 얹은 것 같았다.


맘똑티비에 나오는 남편이 해주는 마사지를 남편이 보면서 그대로 따라도 해보고, 그래도 점점 더 악화되니 나중에는 원시적인 방법으로 남편이 입으로 젖을 빨아서 모유를 빼내주기까지 했으나 어떻게 해도 가슴은 단단해지고 젖도 잘 빠져 나오지 않았다.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 회음부와 항문 통증은 심했고, 오로는 콸콸 쏟아져서 항상 젖어 있는 산모패드는 찝찝한데, 가슴은 돌덩이처럼 내리 누르면서 조금만 무엇인가가 닿아도 아프고, 붓기가 빠지지 않은 발과 다리는 코끼리 다리처럼 퉁퉁 부어 아프고.... 온 몸이 총체적 난국이라 서글픈 그날 밤, 밤새 펑펑 울었다.


남편은 아무리 자기가 노력해도 내가 계속 아파하기만 하고 상황은 더 악화되고, 출산 이후 잠도 계속 자지 못해서 예민해질대로 예민해진 나머지 "도대체 어쩌란 거야"라면서 짜증을 냈고, 그 짜증에 나는 더 속상해서 더 울고... 혼돈의 카오스였다.


그때, 한 줄기 빛처럼 우리 눈에 띈 전단지가 있었으니.. 병원 내 '모유수유 전문 클리닉'을 홍보하는 전단지였다.  모유수유방법을 지도하고 단유 마사지, 젖몸살 마사지를 해주는 곳이었다.


전화를 해보니 다음날 예약이 꽉 차 있었다. 너무 아프다고 사정사정해서 그 분이 한 시간 일찍 출근하셔서 가슴 마사지를 예약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아침에 날이 밝자마자 병원 안에 있는 모유수유전문 클리닉에 찾아가서 유방관리 전문가에게 가슴 마사지를 받았다.



조리원 내 마사지숍에서 전신마사지하시는 분이 하시는 가슴 마사지가 유륜을 아프게 자극하여 분수처럼 젖이 펑펑 쏟아지게 만들고 유선을 뚫는 마사지였다면, 유방관리 전문가가 하는 가슴 마사지는 가슴 안의 공간을 넓게 만들어 젖이 고일 수 있는 공간을 좀더 넓게 확보하는, 좀더 근본적인 해결에 가까운 마사지였다.


전혀 아프지도 않게 가슴을 좌,우,상,하로 천천히 손가락의 지압을 이용해 이리 밀고 저리 밀기를 1시간 정도 했더니 그 아팠던 가슴의 통증이 마법처럼 싹 사라지고 돌덩이 같던 가슴이 말랑말랑해지고 젖이 퐁퐁 솟아 나오면서 유선이 뚫렸다.

가슴 마사지는 1회에 10만원이었는데, 역시 돈으로 해결하는 게 최고구나 싶었다..ㅠㅠ



그분이 젖몸살이 오지 않도록 예방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 가르쳐 주셔서 그 방법대로 했더니 그 이후에는 그날 밤처럼 극심했던 젖몸살은 다행히 오지 않았다.



그때 배웠던 방법을 몇 가지 들자면,



1. 적어도 세 시간에 한 번씩 직수 또는 유축하기(되도록 직수로..)


2. 유축 또는 모유수유 후에 반드시 냉찜질 하고, 가슴이 아프거나 열감이 느껴질 때마다 틈틈이 하기.(냉찜질팩은 수유패드를 물에 적신 후 냉동실에 넣어서 단단하게 얼린 후에 쓰기+가재수건을 물에 적신 후 돌돌 꼬아서 도넛 모양으로 동그랗게 만들어 쓰기를 추천하심)


3. 평소에 기름지거나 단 음식 먹지 말고 음식도 소량으로 배를 채울 만큼만 먹고 간식도 되도록 먹지 말기(젖몸살이 심한 사람들은 이렇게 해야 젖의 양을 그나마 줄일 수 있다고.. 또 기름지고 단 음식은 젖을 끈적끈적하게 하고 응고된 지방 알갱이들이 유선에 끼게 만들어서 젖의 사출을 어렵게 하고 유선을 막히게 할 수 있음)


4. 양배추를 시원하게 해서 가슴에 붙이고 있기(양배추는 젖의 양을 줄여주는 데 도움을 줌. 그래서 단유하는 사람들도 잘 붙임. 양배추를 그때그때 씻어서 붙이는 게 귀찮다면 양배추로 만든 카보크림을 사서 바르는 것도 괜찮음.)


5. 유축을 한 방울 하면 두 방울이 가슴에 채워진다고 함. 그러니 최대한 유축은 하지 말고 아기에게 직수를 자주 하기. (유축은 직수로도 가슴이 비워지지 않아 너무 아플 때 통증을 가라앉힐 정도로만 30mL이하로 조금만 짜기)


6. 젖양을 늘리는 온찜질, 기저부 마사지 하지 말기


7. 직수할 때에는 가슴이 완전히 가벼워져서 후유까지 다 비워질 때까지 한 텀에 한 쪽 가슴만 하기. (가슴이 다 비워지지 않은 채로 다른 쪽 가슴을 직수하게 되면 전유만 빠지게 되어서 가슴에 남아 있는 후유가 고여서 젖몸살과 유선염을 일으킬 수 있고, 아기가 단백질과 지방이 없는 전유만 먹으면 배가 부르지 않아서 자주 깨고 잘 성장하지 못함.)



요런 사항들을 지키면서 최대한 아기에게 자주 직수를 했더니 그후로는 젖몸살이 잘 오지 않았다. (그러나 마음이 해이해지면서 기름기 많은 음식을 몇 번 먹었더니 바로 젖몸살+유선염이 오기도 했다..ㅠㅠ 항상 긴장하고 식단을 관리해야 한다.)


젖몸살이 오지 않도록 아기에게 최대한 자주 직수를 하기 위해 병원측에 부탁해서 세 시간에 한 번씩 직수를 하게 해달라고 했다. 다행히 병원측이 허락을 해줘서 수유타임이 오면 수유콜을 주었고 나는 그 무시무시했던 젖몸살을 다시 겪지 않기 위해 부랴부랴 수유를 하러 갔다.


새벽에도 3시간씩 쪽잠을 자면서 수유하러 가다보니 엄청 피곤했다. 게다가 수유실은 엘리베이트를 타고 두 층이나 아래로 내려가야 했는데, 아직 제대로 걷기도 힘들던 출산 직후에는 계단 이용도 어려워서 엘리베이터를 마냥 기다려야 했는데 엘리베이터를 오래 기다릴 때면 땡땡 부은 다리와 발이 몹시 아파왔다.


너무 피곤할 때에는 한 텀 거르기도 했는데, 그러면 젖이 고이면서 5시간 뒤쯤 가슴이 엄청 아프면서 저절로 잠이 깼고 수유복이 젖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매일매일 먹고 수유하고, 자고, 일어나서 수유 또는 유축하고, 먹고, 수유하고..


이런 생활을 하다보니 내가 인간인지, 젖소인지, 젖 만드는 공장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기가 젖을 빠는 시간은 보통 30분 정도였는데, 처음에는 젖을 빠는 아기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귀여워서 시간 가는 줄을 몰랐으나 시간이 가면 갈수록  수유 시간이 너무 지루했다. 하루에 거의 4~5시간을 수유해야 했으니...



새벽에 수유할 때에는 졸립고 피곤해서 꾸벅꾸벅 졸면서 간신히 수유를 할 수 있었다.


나같은 경우에는 젖의 양이 너무 많아서 고생이었지만, 반대로 너무 안 나오는 사람들도 젖을 쥐어짜면서 겨우겨우 먹여야 하고 아기가 젖을 먹고도 배불러 하지 않고 울어서 분유도 또 타줘야 해서 고생하는 것 같았다. 이럴 경우에는 젖몸살 예방하는 방법과 반대로 아기에게 먹이는 것외에 따로 유축도 자주 하고, 기저부 마사지도 많이 하고, 젖이 잘 나오게 하는 미역국 같은 음식들을 많이 먹으면서 젖의 양을 늘려야 한다고 한다.


엄마의 항체를 아이에게 전달해 주어 면역력을 증가시키고, 분유값도 아끼고, 소화도 잘 되고, 아기의 지능도 높여준다는 좋은 모유를 놔두고 단유하고 분유수유하는 게 이해가 안 됐었는데, 모유수유한 지 일주일만에 납득하게 되었다. 모유수유의 길은 그만큼 험난한 가시밭 길이었다.


쓰는 김에 모유수유의 장단점을 써 보고자 한다.


<모유수유의 장점>


1. 일단 유니세프와 WHO가 최소 6개월은 완전모유수유를 할 것을 권장하고 있고, 많은 논문들과 육아책에서 모유의 우수성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만큼(올리고당과 같은 성분이 나쁜 세균들을 차단하는 역할을 함+ 락토페린이 풍부해서 각종 영양소의 흡수를 잘 돕고 소화가 쉬움+면역물질이 풍부하고 엄마의 면역 정보를 아기에게 전달해 줌으로써 아기에게 가장 좋은 예방백신이 됨+부모의 알레르기 질환에 대한 내성이 생기게 함+ 치아에 튼튼한 효소가 있어 치아 건강을 도움+ 당뇨병에 걸릴 확률을 늦춤 +아기의 두뇌 발달을 도움+영아 돌연사, 소아당뇨병, 염증성 장 질환, 소아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음 등등) 아무래도 부모 입장에서는 좋은 성분의 모유를 먹이고 싶어진다. 


2. 경제적으로 이득. 임신출산육아대백과 책에 의하면 1년 동안 모유수유를 할 경우 분유값과 아기 진료비를 합쳐 300~500만원 정도를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나처럼 젖몸살이 자주 와서 가슴마사지 비용을 분유값만큼 치르는 사람이라면 딱히 경제적 이득은 없을지도....


3. 분유 유목민에서 해방. 출산병원에서 팔던 트루맘 뉴클래스 퀸을 젖이 모자랄 때 혼합수유하면서 잠깐 먹여봤었는데 아기가 배앓이를 많이 하는 것 같았다. 분유가 아기에게 잘 안 맞는다면 이것저것 시도해 보면서 분유난민 생활을 해야 할 수 있는데, 이런 걱정이 없다. 비슷한 장점으로 젖병이 맞지 않아 이것저것 써보게 되는 젖병 유목민에서도 해방된다.


4. 젖병 소독과 설거지 지옥에서 해방. 아기 공갈젖꼭지 소독만도 귀찮은데 젖병까지 설거지하려면 참으로 귀찮을 것 같다.


5. 아기 데리고 외출할 때 짐 없음. 내 몸뚱아리 하나만 있으면 세상 든든!  밖에서 분유를 먹이려면 분유를 타고 온도 맞추는 것도 쉽지 않은데 모유는 언제나 적정 온도로 가장 신선한 상태를 유지해 준다.


6. 위생 걱정, 아기의 건강 걱정이 덜 됨. 아기의 영양상태에 맞게 알아서 발달단계에 맞는 영양소로 나오는 것도 편리하고, 하정훈 쌤의 삐뽀삐뽀119를 보면 아기가 녹변을 볼 때 분유수유 중이라면 분유를 바꿔야 하지만 모유수유일 때에는 별로 걱정 안 해도 된다는 말이 나온다. 또 아기가 3일 동안 응가를 안 해서 소아과에 문의했더니 분유수유 중이라면 유산균을 먹거나 다른 분유로 바꾸는 게 권장되지만 모유라면 소화가 잘 되어서 변비가 잘 일어나지 않으니 별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의사쌤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실제로 다음날 뿌지직 잘 쌈.) 애기가 토를 해도, 변을 하루에 자주 봐도 며칠을 안 봐도 모유면 괜찮다는 설명에 아기 건강 걱정으로 인한 스트레스에서 좀더 자유로울 수 있었다.


7. 아기가 양껏 빨아도 괜찮음.

분유는 아기가 마음껏 빨아먹으면 비만이 오기 쉽다고 해서 월령에 맞게 정해진 mL 이하로 신경 써서 먹여야 하고, 아기가 빠는 욕구나 배고픔이 충족되지 않아도 마음껏 줄 수가 없다. 그에 비해 모유수유를 하는 아기는 분유를 먹는 아기보다 평균 체중이 적고, 소아 비만으로 진행될 확률도 훨씬 적어서 아기에게 마음껏 수유를 할 수 있다. 참고로 젖을 먹은 기간이 길어질수록 생애 전반에 걸친 비만율도 낮아진다고 한다.

(그러나 모유수유도 너무 직수를 자주 하거나 모유의 양이 너무 많고 아기가 잘 먹으면 소아비만이 될 수 있다.. 지금 우리 아기가 그 위험에 놓여 있다;;)  


8. 피곤할 때 누워서 수유 가능. 내 친구는 눕수 가능하다는 점이 제일 큰 장점이었다고 하면서, 나중에 아기가 혼자 기어다닐 수 있게 되자 친구가 밤에 혼자 누워 있으면 아기가 엄마 가슴으로 자기 스스로 와서 젖을 알아서 빨아 먹고 갔다고 한다. 그래서 친구는 밤에 자기가 몇 번 수유했는지도 모른다고..(그냥 자고 있었다고...)


9. 생리를 안 함. 모유수유하면 생리를 하지 않아 편하다. 또 출산 후에 모유수유를 하는 행위가 자궁수축을 도와줘서 오로배출이 원활하게 되고 엄마의 회복을 돕는 호르몬도 나와서 산후조리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모유수유 중이라고 하더라도 이유식과 병행하거나 하면서 수유텀이 너무 길어지거나 모유의 양이 줄어들면 생리를 하게 될 수 있다고 한다.)


10. 개인적으로 가장 끊기 어려웠던 이유- 젖 빠는 아기가 엄청 귀엽고 사랑스럽고 예쁨!



<모유수유의 단점>


1. 엄마의 체력과 삶의 질 저하


젖이 빨리는 게 아니라 나의 정기가 빨리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젖을 물리고나면 배도 많이 고프고 체력적으로도 지친다. 특히나 신생아 시절, 아기가 눈을 뜨고 있는 시간은 거의 수유시간일 때에는 하루종일 원시인마냥 가슴을 내놓고 살아야 한다. (가슴을 가릴 새가 없다는 뜻..) 울 엄마는 친정에 와서 하루종일 수유하는 나를 보고 하루종일 가슴을 내놓고 있는 게 꼭 아마존의 여전사같다고 하셨다...


2. 유두의 아픔 ㅠ


아기가 하루종일 젖을 물다보면 젖이 헐어버리는 듯한 느낌과 함께 옷에 스치기만 해도 가슴이 아플 때가 있었다. (특히 신생아 시절..) 요루거즈면 수유원피스를 추천하고 싶다. 유두가 닿아도 그나마 덜 아픈 소재이다. 예쁜 수유원피스를 신나게 여러 벌 인터넷 쇼핑하고 번갈아 가면서 입으면 기분 전환에도 아주 좋다.



3. 아빠의 육아 참여도를 강제로 낮춤


수유는 오로지 나밖에 할 수 없는 것...


밤에 새벽수유도 혼자 해야 하고 남편과 번갈아가면서 불침번을 설 수 없으니 엄마는 언제나 피곤한 상태가 된다.


아무리 잘 도와주려는 남편이 있어도 남편이 도와주는 데 한계가 크다.



4. 행동반경의 제약


육아시간의 절반가량이 수유시간인데(어릴수록 그 비중이 크다), 그 시간은 무조건 엄마만 해결가능하니 엄마는 아기 두고 어디 외출하기도 힘들다. 아기와 강제로 한 몸이 되어 버리는 불편함ㅠ 당연히 행동반경에도 제약이 많이 생긴다. 얼마 전에는 하도 힘들어서 전신마사지 좀 받으러 갔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젖이 땡땡 붓고 아파서 제대로 마사지를 받기도 힘들었다.


5. 소화가 너무 잘되어 짧은 수유텀


분유에 비해 소화가 빠르게 잘 되다보니 수유텀이 짧다. 수유텀은 짧은데 아기가 빨아먹기는 어려워서 수유시간은 분유에 비해 길다보니 수유에 들이는 시간이 매우 많아져 버린다. 이것은 1번의 엄마의 체력저하 및 삶의 질 저하를 야기하는 큰 이유가 된다.


소화가 잘되어서 아기가 빨리 배고파지고 빨리 잠에서 깨다보니 밤수를 더 자주 해야 하고 새벽수유를 끊기도 힘들고 아기가 통잠을 자는 것이 쉽지 않다.


6. 엄마의 먹는 음식, 약 제한


임신했을 때와 똑같이 맥주 한 잔 하기 어렵고 먹는 음식도 최대한 영양가 있고 환경호르몬 없는 좋은 음식들로 챙겨 먹어야 한다. 젖몸살이 자주 오는 편이라면 기름진 음식도 먹기 어려워서 강제 채식주의자행이다. 충치가 있어도 치과진료도 받기 어렵고, 아파도 센 약을 처방받을 수 없다. 아파도 어차피 먹을 수 있는 약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병원에 가는 대신 타이레놀로 버티게 된다.


7. 젖양 맞추는 어려움


사실상 엄마들이 단유를 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이다. 젖양이 너무 많으면 젖몸살을 비롯한 각종 유방 트러블로 고통받고, 젖양이 너무 적으면 직수할 때마다 아기가 더 달라고 보채고 모유만으로는 탈수 현상이 올 수도 있어서 보충수유가 필수가 된다. 이런 번거로움과 괴로움은 모유수유를 하는 데 큰 장애물이 된다.

(그래도 젖양이 너무 많을 때에는 카보크림이나 양배추로, 젖양이 너무 적을 때에는 미역국, 락타티, 맘라떼 모아 같은 젖양을 늘리는 음식과 티를 먹으면서 어느 정도 맞춰갈 수 있다.)


8. 아기와 놀아줄 수 있는 시간적, 정신적 여유 부족


수유텀이 짧고 수유시간이 긴 엄마들의 경우 체력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아기와 놀아줄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게 된다. 아기가 자라면서 점차 수유텀이 길어지고 수유시간이 짧아지면서 나아지기는 하지만 분유수유하는 엄마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유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모유수유가 너무 힘들다면 차라리 단유하고 아이와 제대로 놀아주고 웃어주면서 행복한 엄마가 되는 것이 아기의 정서나 발달에 더 좋을지도 모른다.


9. 단유 후 가슴 쳐짐.


젖으로 계속 부풀었다 줄어들었다 풍선처럼 사용하던 가슴이 단유를 하고 나면 탄력을 잃고 쳐지고 더 작아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여자 연예인들이 모유수유를 잘 안하는 이유라고 한다. 지금도 아기가 아주 끝까지 다 빨아먹고 난 직후에는 가슴이 바람빠진 풍선처럼 작아지고 축 쳐진 것을 볼 수 있는데, 단유 후에 이런 상태가 지속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씁쓸하다..  


10. 젖이 줄줄 흘러내리는 불편함.


젖이 자꾸 흘러내려서 옷을 적시고 바닥에 떨어져 온집안 바닥이 끈적끈적해지고 더러워지는 불편함이 있다. 그렇다고 한여름에 집에서까지 브래지어를 하고 수유패드를 붙이고 있으려면 번거롭기도 하고 덥고 갑갑하기도 하고...(지금은 남편의 성화에 무조건 집에서도 브래지어를 하고 가제수건으로 젖이 새는 것을 막고 있는 중이다..)  외출할 때에도 수유패드를 반드시 장착하고 나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11. 비타민 D와 철분 부족

모든 영양소를 골고루 넣은 분유에 비해 모유에는 비타민 D와 철분이 부족하다고 한다. 그래서 모유수유를 하기 전에 비타민 D를 유두에 한 방울 떨어 뜨리고 아기에게 먹이기를 매일 1회 해줘야 한다.(어차피 먹여야 하는 거 유산균까지 함께 있는 약으로 사면, 아기의 쾌변까지 함께 도울 수 있으니 '유산균+비타민D' 조합으로 추천!) 또 젖이 엄마의 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보니 엄마는 철분이 자꾸 부족해지기 쉽고, 철분이 부족한 엄마의 모유를 먹는 아기의 철분 역시 부족해질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모유수유를 한다면 평소 철분이 많은 음식들을 자주 섭취하고 철분제를 복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모유냐 분유냐를 선택하는 것도 문화권에 따라 상당히 다르다고 한다.


<프랑스 아이처럼>이라는 책을 보면, 미국 중산층 엄마들은 모유수유 기간을 두고 심하게 경쟁을 한다고 한다. 마치 월스트릿에서 실적을 내기 위해 경쟁하는 금융가들처럼...


반면에 프랑스에서는 모유 수유를 장려하는 분위기나 사회적 압력이 전혀 없다고 한다.



모유이든 분유이든 뭘 하든 하여간 아기를 키우는 것은 너무 힘들고 뭘 하든 엄마는 최선을 다해 육아를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것을 결정할지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은 전적으로 주양육자인 엄마에게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나머지 사람들은 그저 엄마가 무엇을 선택하든지 지지해 줘야 한다.)


모유인지 분유인지 일단 딱 선택하고 나면 괜찮다.


무엇을 선택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가 가장 힘든 것 같다.


모유를 선택하기로 했다면 시간이 갈수록 젖의 양이 아기가 먹는 양과 비슷하게 맞춰지고, 아기가 빠는 힘이 강해지면서 수유를 하는 시간도 짧아져서 점점 더 편해질 수 있다는 육아 선배들의 말을 믿고 3개월이든 6개월이든 자신이 정한 노력의 D-day까지는 최선을 다해 모유수유를 시도해 보았으면 좋겠다. 지금 내가 아기에게 가장 좋은 선물을 주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면서..!

(나 역시 젖몸살과 유선염으로 고생고생하면서 3개월 정도의 모유수유 기간을 거치자, 드디어 아기와 젖양이 맞춰지고 젖몸살에서 해방되고 편해지는 시기를 맞게 되었다.)


분유를 선택하기로 했다면 요즘 분유들이 아주 잘 나오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분유의 우수성을 믿고, 또 자신의 선택이 옳은 것이었고 최선이었음을 확신하면서 즐겁게 수유했으면 좋겠다. 분유 수유로 높아진 삶의 질과 시간을 이용해 아기에게 더 많은 사랑과 애정을 아낌없이 주면서..



모유든 분유든 무엇이 중요할까? 엄마가 행복하고 아기가 행복하고 건강하면 그만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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