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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ON 다온 Jul 31. 2024

20. 사춘기는 왜 중2병으로 불리고 있을까?

사춘기는 질병이 아니다

 어느 주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연예인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한 연예인이 지인을 만나서 근황 이야기를 하며 자녀의 관한 이야기까지 하게 되었다. 자녀가 이제 10대 중반에 들어섰는데 최근 중 2병에 걸려서 욱하고, 짜증도 많아지고, 문을 잠그고 들어가 혼자 있다고 말하면서 고민을 말하기 시작했고, 나는 그 장면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우리가 요즘 흔하게 말하는 ‘중2병’이라는 것은 사춘기를 다르게 부르는 말이다. 보편적으로 중학교 2학년, 10대 중반쯤이 됐을 무렵부터 사춘기가 시작되는 양상이 눈에 띄게 늘어나서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사춘기를 그렇게 부르고 있다. 내가 저 장면이 불편했던 이유 중 하나는 마치 사춘기가 오지 않아도 될 병처럼 여겨지고 있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춘기가 온 자녀로 하지 않아도  되는 고민을 하게 된 것처럼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생각을 하다 보니 나의 사춘기가 생각나기 시작했다. 


 나의 사춘기를 말할 때 나는 항상 이렇게 말한다. ‘조용했는데 시끄러웠어요.’라고. 

주변 어른들이 어머니에게 ‘딸들 사춘기 안 왔어?’라고 물으시면 어머니는 고민도 하지 않고 ‘안 왔어요. 다들 조용하게 지나갔어요.’라고 말하신다. 그러면 물어보신 어른들은 ‘착해서 그런가 보네.’라고 답하신다. 그럴 때마다 나는 혼자 속으로 ‘전혀 조용하지 않았는데.’라고 말하곤 했다. 내 사춘기가 유독 힘이 들었던 이유는 부모님의 관계의 영향이 크다. 내가 사춘기로 심리가 불안해졌을 때 부모님의 관계는 점점 악화되는 중이었다. 거의 달마다 다투셨고, 어머니는 하루도 빠짐없이 내게 아버지 흉을 보시며 신세한탄을 하셨다. 또 지금 생각해 보건대 그 시기부터 어머니의 갱년기가 시작되었던 것 같다. 그런 어머니를 나는 이해하려고 하고, 위로해드리고 싶었다. 나의 불안과 화가 어머니를 힘들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내가 어느 때보다 예민해져서 작은 것들 하나까지 신경 쓰며 짜증을 내게 되었을 때 어머니는 그런 나를 인정해주지 않았고, 위로해주지 않았다. 그런 상황을 몇 번 겪게 되자 나는 더는 어머니에게 나의 온전한 감정을 보여줄 수 없었다. 아직도 어머니는 내가 사춘기 때문에 나도 많이 힘들었다고 말하면 어머니는 갱년기가 더 힘들어서 그렇다고 말씀하신다. 


사춘기도 갱년기도 호르몬

 무엇이 더 힘든가는 정할 수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사춘기를 겪고 있는 10명의 청소년들과 갱년기를 겪고 있는 10명의 여성분들에게 물어본다고 했을 때 각각 다른 대답을 할 것이다. 보편적인 증상들은 같겠지만 그 정도는 다른 것이 맞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생각을 해보면 사춘기도, 갱년기도 호르몬의 영향이 가져다주는 시기다. 성별에 따른 호르몬이 증가하고 감소함에 따라 몸의 변화뿐 아니라 심리적인 변화까지 일어나게 된다. 전과는 달라진 몸에 적응해 가는 기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기간인 것이 둘 다 다를 것이 없는데 우리가 그 기간을 대하는 태도는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갱년기를 지나는 분들, 특히 여성의 경우 신체적, 심리적으로 심하게 겪는 분들이 있어서 그것을 완화시키기 위한 약도 있고 그 기간에는 더욱 가족이 세밀하게 대해주라고 한다. 그러나 사춘기는 어떠한가. 사춘기 또한 사람마다 그 차이를 보이는데 약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가족들이 세밀하게 대해주지도 않는 것 같다. 사춘기로 인해 심리적인 변화가 생겨서 화가 늘고, 불안도 늘어서 짜증을 내고는 문을 닫고 들어가는 자녀의 뒤를 쫓아가 나무라 하는 부모님들의 모습이 어쩐지 내 눈앞에 보이는 것 같다. 


약도 없으니까 병으로는 여겨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중2병’이라는 신조어는 누가 처음 말했을까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우리는 살면서 당연하게 겪고 지나가야 할 그 시기에 ‘병(病)’을 붙여서 말하고 있을까. 나는 이제는 그들의 사춘기가 병이 아닌 자연의 순리라고 받아들여졌으면 한다. 물론, 사춘기를 무기 삼아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지 않아야겠다. 타인을  존중해 주어야 본인도 존중받을 수 있다는 것을 나는 그 시기를 지나고 있는 청소년들이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사춘기는 생각해 보면 정말 단순하다. 호르몬의 활동이 왕성해지면서 신체적으로 성별의 다름이 확연하게 드러나고, 심리적으로는 불안, 짜증, 예민함이 늘어난다. 그냥 사람으로 태어나서 더욱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어느 세대의 누구도 그 과정을 겪지 않은 사람은 없다. 다만, 정도의 차이일 뿐이다. 그러니 가볍게 넘기지도 말되, 그것을 무기 삼지도 않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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