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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주 May 18. 2022

대입 입시설명회(1)

쓰앵님 vs. 학부모

바야흐로 입시설명회의 시즌인가 보다.

째의 담임 선생님께서 대구교육청에서 주관하는 서울권 대학의 릴레이 입시설명회에 참석하라는 연락을 받고서야 비로소 우리집에 고등학교 3학년인 수험생이 살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 보았다. 담임선생님의 연락이 아니었으면 이런 입시설명회가 있는지도 모를 무지하고 안일한 고3 학부모였지만, 자식의 일이니 사를 제치고 평일 일정에도 나서다.


사실은 학부모가 참여할 것이 아니고 수험생 본인이 직접 참여하여 입시를 제대로 알아서 대처해야 하겠지만 우리나라 보편적 고3의 일정과는 시간이 맞지 았다. 래도 부모님과 함께 참석한 열정적인 수험생도 더러 토요일 오전에 하는 두번째 입시설명회에는 큰 아이에게도 토요자율학습을 제끼고 같이 가자고 권해 보았으나, 학교에중요한 상담이 있다며 거절했다.

"대구에서는 잘 열리지 않입시설명회인데, 학교보다 중하지 않겠니?" 하고 진지하게 권해 보았으나,

"학교쌤들과의 상담이 잡혔는데, 내 대학원서를 직접 써 주실 학교쌤들과의 상담이 더 중하지 않겠어? 머 도움될 만한 거 있음 엄마가 알아와봐." 하는 딸에게 또 꼬리를 내렸다.

'그래, 그래. 너는 니 알아서 최선을 다 해봐라. 나는 내대로 최선을 다해 볼께.' 하고 속으로만 빈정대며 나다. 나도 이제 고3엄마임을 실감하며.



딱히 수험생의 학부모가 아니라도 요즘 대학교 입시제도는 크게 수시와 정시로 나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다. 다만, 같수시전형이라 해도 학교마다 종류가 다양하게 많고 전형 방식이나 평가기준이 판이하게 달라서 준비해야 할 것도 학교별로 꼼꼼히 체크를 해 두어야 하고, 입학을 희망하는 대학교별로 세부적인 정보를 더 확인해야 한다는 것은 고3부모가 되어, 막상 닥쳐 봐야 알 수 있었다. 사실은 고3 학부모인, 나름 아이들의 일에는 열성적인 편인 나조차도 요즘의 입시 전형에 대한 정보는 늘 낯설고 어렵다. 그러니 공부만 하기에도 힘이 들 수험생들이 얼마나 바쁘고  것이 많을까, 괜히 더 쨘하다.


딱, 깔끔하고 센스있게 - 요즘 아이들은 이것을 딱깔센이라는 신조어를 쓰더라만, 단순하게 성적으로 순위를 매겨 대학을 가는 시절이 아니다. 평소 학교생활을 얼마나 열심히 했는가를 평가하는 학생기록부도 성실하게 관리를 해야하고, 학년마다 이수해야할 교과목을 얼마나 잘 공부했는가 평가하는 내신등급도 잘 받아 놓아 되고, 또 각 대학교마다 요구하는 자기소개서나 여러가지 서류들도 잘 챙겨야하고, 학교마다 다 다른 방식의 면접요령도 익혀두어야 한다.


지금 당장의 성적보다는 학생의 미래 전가능성, 자기계발역량, 인성과 같은 측면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보겠다는 지극히 이상적이고 육의 본질에 가장 부합하는 방향으로 입시제도가 변화하고 있다. 전인적인 학습역량을 평가한다는 것은 누구라도 부정할 수가 없이, 입시가 나아갈 길이다. 교육이 제 방향성을 찾아서 제대로 가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와 같은 고도로 밀집된 교육열의 산실로 만들어진 무한 경쟁의 사회에서 진정한 전인적인 학습역량의 평가가 과연 진짜로 전인적일 수가 있을지 의문이 가끔씩 들기도 한다.


그 방법이 너무 복잡하고 다양하여서 우리처럼 지방 소도시에 살고있느라 정보력이 부족한 - 물론 이것, 또한 핑계일 수는 있다. 원한다면 서울이고 어디고 달려가 정보를 얻을 방법도 있겠고, 정보의 홍수, 인터넷의 오만가지 방대한 자료를 잘 추려내어 볼 수는 있겠지만, 나처럼 자녀의 교육을 위해 일상생활을 모두 포기하고 한 자녀의 교육에만 매달리지 않는 평범한 지방의 다자녀 가정에서는 해마다 빠르게 변화하는 전인적인 입시제도를 따라가기가 버겨운 것은 사실이다. 

특히나 멀게만 느껴지는 서울에 있는 대학들은 더더욱 그렇다. 이러한 다소 개인적 씁쓸한 마음에도 미래지향적인 전인교육을 역행할 수도 없고, 또 불평불만으로 내 아이의 입시를 망치는 멍청한 학부모는 아니기에 내가 할수있는 선에서 최대한의 정보를 얻어 최선을 다해보기로 다시금 다짐한다.




첫째가 고3이 되던 올해 초에 남편과 심각하게 쓰앵님을( 쓰앵님 : 입시전략전문가... 입시컨설팅 전문가.. 쯤으로 해두자. 그냥 우리는 쓰앵님으로 부른다. ) 섭외해야하나 말아야하나를 고민하며 남편의 지인으로부터 유능한 쓰앵님을 한 분 추천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 복잡한 모든 입시전형은 결국은 내 아이가 직접해야만 할 일이고, 또한 내 아이가 준비해온 지난 2년간의 고등학교 생활을 돌이켜보면, 정체불명의 쓰앵님보다 열심히 스스로 자기 앞가림을 하고있는 내 아이를 믿기로 했다. 사실, 나도 사교육업자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돼지분들 카더라통신으로 추천받은 여러 사교육업자의 정체를 나는 불신하는 편이다. 

 포함, 제 아무리 유능한 사교육업자하더라도 나라에서 정식으로 교육자로 교육을 받고 어려운 고시를 통과한 공교육의 교사보다 신뢰는 가지 않는다. 교육학을 전공하지 않고 어쩌다보니 사교육업자가 된 나 또한 마찬가지라서 늘 학생들에게 사교육업자 을 진지하게 듣는 것을 경계시키고, 너네 학교선생님말씀을 더 깊이 새겨 들으라고 강조하는 편이다.

 

첫째는 다행히 성실하게 학교에서 제공하는 모든 활동을 적극적으로 참여해온지라, 대부분의 나의 입시정보는 오히려 이 아이에게서 얻어내는 편이었고 더 자세히 알아보다보면 이 아이의 정보가 정확했다. 지난 주말에 고려대 입학설명회에서도 내신 3등급으로 입학한 사례를 듣고서는

"야, 3등급도 들어갔대. 희망적이야~ " 했더니,

"아, 그거는 대치동, 특목고 얘기고, 우리같은 일반고 3등급이 무슨 수로 고대를 가냐?"로 응수하는 딸에게 나의 무지함만 들키서는 말문이 막혀버렸었다.


1학년, 2학년에도 토요일마다 학교를 가기에 토요일은 좀 쉬라고 하면 아이는 생기부에 들어가는 활동들을 하러 간다했고 생기부에 기재되는 교내의 모든 활동에 참여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했다.


또한, 내신을 관리하기위해 정기고사도 열심히 치루었지만, 그 외에도 성적우수자에게 따로 주어지는 다양한 혜택 - 자소서쓰기연습, 면접연습, 생기부관리 노하우, 타학교 입시담당자와의 입시상담, 등등의 혜택을 받기 위해서 내신에 들어가지 않는 모의고사 성적도 관리하던 아이였다.

작년이었나, 하루는 멋직이려고 뚫은 피어싱이 귓 속에 박히는 바람에 귀에 피고름이 질질 나오는데도 기어이 모의고사를 다 치루고 병원을 다녀오며 찍어 보낸 붕대투혼 사진에, 입시파트너가 아닌 단지 엄마로써, 을 쓰는 이 아이가 쨘해서 눈물이 날 뻔한 적도 있었다.


지난 겨울방학에는 봉사활동시간을 200시간을 채우겠노라 다짐하며 도서관 봉사를 어떻게 알아냈는지 열심히 다니

"도서관 봉사나랑 참 잘 맞아. 책정리하는 것도 좋고 한가할 때 짬짬이 책도 보고 열람실로 배정받으면 할 거 빨리 끝내놓고 공부도 할 수 있어. 완전 꿀이야~ 자 해야겠어." 하며 수시로 도서관홈피에 봉사신청을 하는 것이 긴 겨울방학의 취미생활이 되기도 했다.


그런 아이를 지켜보며 신뢰성이 떨어지는 소도시의 입시전문가의 전략 대신에 내 아이와 공교육을 믿어보기로 했다. 과감하게 쓰앵님을 고용하지 않기로 했다. 

사실 생기부든 내신은 거의 1, 2학년때 70% 이상은 완성이 되어 있어서 3학년에 와서야 입시전문가를 섭외하는 것은 이미 늦기도 했다.

그저 우리가 할 역할은 아이가 필요하다는 것은 무어라도 지원을 해주는 것으로 우리 부부는 학기초에 결심했다.


행여나 쓰앵님의 손을 잡지않아 아이가 원하는 대학입학에 실패하게 된다면 우리의 이런 선택이  미련했었다며 아이의 미래 무지한 우리때문에 한참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내내 격하게 후회를 하게 될런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불쑥불쑥 들어서 불안하기는 하다.

그래도 돌아가더라도 언젠가는 야 할 길인 것을 알기에, 우리는 대입에서는 실패를 하더라도 아이가 자신을 믿고 만들어간 도전과 또 우리가 아이를 믿기로 한 우리의 선택 자체는 실패가 아닐 것이라 믿는다.

이러한 선택은 행여나 실패를 하더라도 아이가 스스로 만들어낸 결과에 후회나 미련보다는 더 값진 놀라운 성장을 가져올 것이라 믿어보며  입시설명회 나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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