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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게 Feb 17. 2024

탄생보단 삶을 축하하며,

특별한 생일의 의미


언젠가부터 생일에 큰 의미를 두지 않게 되었다. 

다만 때때로 세상에 태어나 숨 쉴 수 있음에 기쁘고 벅차오른다. 숫자보다 나에겐 그런 마음이 더 의미있고 애틋하다. 



학생 때는 생일이 방학이라는 것이 왠지 불공평하게 느껴졌었다. 학기 중에 생일인 친구들은 축하도, 선물도 많이 받는데 비해 내 생일은 조용한 편이었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 학기 중에 생일인 친구들이 시험 공부 하느라 제대로 놀지 못하는 것을 보며, 생일이 방학이라 마음껏 놀 수 있음에 감사했다. 친한 친구들에게 축하를 받고 생일에 여유있게 여행도 떠날 수 있어 행복했다. 



이십대 중반이 된 지금. 나는 메신저의 생일 알림을 꺼 두었다. 

이제는 친한 친구들이 내 생일을 기억하지 못하고 그냥 넘어가도 서운하지 않다. 

작년 생일엔 하고 싶은 일에 몰두하느라 제대로 놀지도 못했으나 별로 아쉽지가 않았다.

그 이후로는 일년에 딱 한번 오는 그 단 하루보다 내가 정말 의미있게, 행복하게 보낸 아무 날도 아닌 날이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물론 생일을 빌미삼아 축하의 메세지를 보내주고 안부도 주고받는 그 시간은 따뜻하다.

서로가 서로에게 끊임없이 필요한 존재가 아니더라도, 그저 너의 삶이 평온하기를, 행복하기를 바래주는 마음이 고맙다. 



그럼에도 나에게만 특별한 생일이 누군가에게는 축하 메세지를 보낼지 말지, 선물을 무엇을 해야할지, 그런 고민들로 바쁜 일상에 짐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나의 취향을 잘 모르지만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돈을 쓰고, 나는 쌓여있는 택배박스를 뜯으며 사용하지 않을 것 같은 물건들에 괜한 걱정만 쌓이고 .. 그런 과정들이 이제는 불필요하게 느껴진다. 마음은 고맙지만, 처분하지 못할 물건엔 한숨이 나오는 순간이 상대방에게도 너무 미안하다.



편지와 선물이 좋은 이유는 그 사람이 온전히 나를 생각하며, 내가 행복해할 모습을 상상하며 썼을 문장과 물건에서 사랑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너무 무겁지 않은 말과 소소한 선물로 이런 마음들을 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 모든게 'give and take' 의 원리로 돌아가는 이 세상에서, 아직은 낭만을 잃지 않고 살아가고 싶다. 



탄생을 축하하기보다 우리 인연이 그저 스치지 않고 계속되는 지금에 감사한다. 그렇게 탄생보단 삶을 축하하며, 응원할 수 있는 사이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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