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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알람 Sep 03. 2023

오랜만에 읽으니 소설이 재밌다

2023년 9월 2일 토요일


오늘은 한 달에 한 번 있는 보드게임 모임날이다. 우리 집에서 꽤 먼 거리에 있는 보드게임 모임 장소에 가는 데는 대중교통으로 약 1시간에서 1시간 10분이 걸린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대중교통을 타는 동안 나는 무엇을 할까? 평소에는 웹소설을 본다. 영상은 내 짧은 인내심엔 너무 기니까. 나는 근 2년 동안은 장르소설 특유의 화끈함에 매혹돼서 웹소설이 아닌 일반 소설은 손에 잡히지 않았는데, 그마저도 요즘엔 재미있다는 생각이 잘 들지 않았다. 지금 읽고 있는 작품이 내 취향에 맞지 않아서인가? 고민이 되어 작품을 바꿔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최근에 지인들을 만나 읽은 책을 이야기하면서 내가 친구들에게 추천할 수 있는 책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근 1년 전에는 일반 소설은 안 읽더라도 출퇵근하며 자기 계발서라도 읽었는데, 종이책에 익숙한 지인들에게 웹소설을 추천할 수도 없어 그냥 얘기를 듣고만 있었다. 그 이후 왠지 위기감이 들어 도서관에 갔고, 대화 중에 언급되었던 소설 <유원>과 거기에 더해서 필명이 익숙한 구병모 작가의 <네 이웃의 식탁>을 함께 빌렸다. 그리고 자괴감에 다시 읽기 시작한 일반 소설은 너무 재미있었다. 마치 웹소설을 처음 접했을 때처럼 말이다. 


웹소설에 흥미를 느낀 것은 그 속에선 모든 것이 명확했기 때문이다. 우리 편, 남의 편. 갈등은 수도 없이 많지만 명확히 봉합된다. 삶이 그렇지 않으니 명쾌함을 쫓고 싶었다. 재미도 있으니 일석 이조다. 그야말로 사이다! 대리 만족이다.  일반 소설은 현실의 거울과 닮아서 읽을수록 가슴 한구석이 답답해지는 경우가 많다. 오늘 읽은 <네 이웃의 식탁>도 그랬다. '왜 소설들은 끝이 다 이렇게 답답한 거야?' 어느 순간 그 느낌이 싫어서 일반 소설을 꺼리게 되었는데, 우연한 계기로 다시 일반 소설을 읽으니 그 갑갑한 것이 매력으로 느껴졌다. 일반 소설을 읽다 처음 웹소설을 읽었을 때의 카타르시스를, 이번에는 일반 소설을 읽으며 느낀 것이다. 


어째서 나는 보드게임 모임이 끝난 저녁, 지하철 안에서 소설책을 후루룩 보며 오랜만에 '활자 읽기가 아주 새롭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흔히 독서란 '마음의 양식'이라고 한다. 한 인간의 삶은 한정적이기에 경험이 제한되지만, 대신 책을 통해 경험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책은 사람에게 '내가 하지 않았던 색다른 경험'을 시켜주는 창구인 것인데 한 장르, 한 분야의 책만 읽다 보면 결국 그 종류의 간접경험이 주는 색다름도 내게는 익숙해진 것이 되어 버린다. 여기까지 생각하고 나니 내가 요즘 웹소설에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이유는 웹소설 특유의 작법이 내게는 너무 익숙해져 버렸기 때문이 아니었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종이책이 흥미롭게 느껴지는 지금 일반 소설을 많이 읽어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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