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매일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알람 Sep 07. 2023

언제부턴가 함께 했던 내 속의 불안감

2023년 09년 06일 수요일

오늘은 어제 지원하지 않았던 곳에 지원을 하고, 공고를 뒤지다 괜찮아 보이는 다른 한 곳에도 지원을 넣었다. 그리고 금액은 아주 소액이지만 외주를 받아 작업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게다가 대규모로 사람을 뽑는 일종의 아카데미(?)에도 뽑혀서 기분이 아주 좋다. 원래 하려고 목표했던 것(이력서 넣기)도 뜻하지 않은 소식도 있었으니 좋은 일이 연달아 발생한 날이다.




오랜 시간 멈췄다 꿈틀거릴 때의 불안감

언제부턴가 내 마음속 어딘가엔 사라지지 않는 불안감이 함께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는 그 불안함 주변을 물로 둘러싼 것처럼 불안하면서도 편안하다. 뭔가를 해 보려고 하면 불안함을 둘러싼 물막이 해제된다. 이제 그 불안은 제 존재를 과시하며 내 마음이란 공간 안에 제멋대로 기운을 방사한다. 두근, 두근, 두근. 그 기운에 동조하듯 내 심장도 조금은 더 빨리 뛰는 것 같다. 심장이 빨리 뛸 때면 다른 생각은 사라지고 나는 그 두근거림에 주목하게 된다. 


불규칙한 박동에만 신경을 집중하는 고요하면서도 시끄러운 상태가 만들어지면 이제 내면의 소리가 물음을 던질 때다. 아카데미면 수업도 꾸준히 들어야 하고, 끝에 가선 완결된 작품을 내야 하는데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만일 주중에 수업을 받다가 덜컥 취업이 되어버리면 어떻게 하지? 지금 고민하고 있는 외주 작업 말이야, 원래 해 본 분야도 아니라 시간도 많이 들 것 같은데 같은 이유로 잘할 자신도 없잖아, 돈도 안 되고.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는 것이 바로 이럴 때를 상정하는 말인가? 어째서 내 마음은 이토록 궁금한 게 많은지 모르겠다. 아니, 이게 진짜 질문인지도.


이런 질문들은 그야말로 기우(杞憂)다. 상황이 달라지면 그때 가서 내게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하고 그것을 선택하면 된다. 운이 좋으면 둘 다를 계속할 수도 있고. 외주도 마찬가지다. 잘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잘 못하더라도 좋은 경험 했다 치면 된다. 이렇게 답은 단순하다. 복집 한 것은 내 생각일 뿐이다. 불안정한 것을 하나도 용인하지 않으려는 마음가짐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모든 세상살이엔 불안정함이 있기 때문이다.


글쓰기를 장려하는 이유

생각만 하지 말고 글로 써라. 누가 말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좋은 말이다. 오랜 시간 꾸준히 들어온 말이기도 하다. 생각은 나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변화무쌍하다. 모호하다. 그리고 그 모호함은 때론 불안함을 낳기도 하고 그냥 순간의 힘에 휩쓸려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놈의 생각을 글로 쓰려면 뭉게구름처럼 내 안에 퍼져있는 모호한 것들은 붙잡아야 한다. 어떻게라도 정렬해야 한다. 뇌에서 휘몰아치던 것들이 손가락의 움직임을 통해 모니터속 글자로 변화하는 순간, 생각은 내 몸과 마음에서 한걸음 떨어져 육체 바깥에 있는 것이 된다. 이 과정을 통해 내 속에서 산발적으로 존재했던 그 생각들이 무엇이었는지를, 무엇을 향하고 있었는지를, 나와는 분리된 상태로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유난히 말 많은 사람이 있다. 유난히 생각이 많은 사람도 있다. 후자가 바로 나다. 생각에 부피가 있다면 내 몸은 빵 터져버렸을지도 모른다. 부피가 없는 지금도 나는 너무 많은 생각으로 인한 가상의 압력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내게 글쓰기란 질긴 막으로 덮여 한계까지 부풀어 오른 내 몸에 바늘 하나를 콕 찌르는 일일지도 모른다. 타이핑이란 미세한 구멍 사이로 생각이란 바람이 빠져나가는 것. 그 행위를 통해 오늘도 다행히 내 안의 압력을 조절했다. 응급처치 성공.


매거진의 이전글 생각이 너무 많다는 생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