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09년 06일 수요일
오늘은 어제 지원하지 않았던 곳에 지원을 하고, 공고를 뒤지다 괜찮아 보이는 다른 한 곳에도 지원을 넣었다. 그리고 금액은 아주 소액이지만 외주를 받아 작업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게다가 대규모로 사람을 뽑는 일종의 아카데미(?)에도 뽑혀서 기분이 아주 좋다. 원래 하려고 목표했던 것(이력서 넣기)도 뜻하지 않은 소식도 있었으니 좋은 일이 연달아 발생한 날이다.
언제부턴가 내 마음속 어딘가엔 사라지지 않는 불안감이 함께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는 그 불안함 주변을 물로 둘러싼 것처럼 불안하면서도 편안하다. 뭔가를 해 보려고 하면 불안함을 둘러싼 물막이 해제된다. 이제 그 불안은 제 존재를 과시하며 내 마음이란 공간 안에 제멋대로 기운을 방사한다. 두근, 두근, 두근. 그 기운에 동조하듯 내 심장도 조금은 더 빨리 뛰는 것 같다. 심장이 빨리 뛸 때면 다른 생각은 사라지고 나는 그 두근거림에 주목하게 된다.
불규칙한 박동에만 신경을 집중하는 고요하면서도 시끄러운 상태가 만들어지면 이제 내면의 소리가 물음을 던질 때다. 아카데미면 수업도 꾸준히 들어야 하고, 끝에 가선 완결된 작품을 내야 하는데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만일 주중에 수업을 받다가 덜컥 취업이 되어버리면 어떻게 하지? 지금 고민하고 있는 외주 작업 말이야, 원래 해 본 분야도 아니라 시간도 많이 들 것 같은데 같은 이유로 잘할 자신도 없잖아, 돈도 안 되고.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는 것이 바로 이럴 때를 상정하는 말인가? 어째서 내 마음은 이토록 궁금한 게 많은지 모르겠다. 아니, 이게 진짜 질문인지도.
이런 질문들은 그야말로 기우(杞憂)다. 상황이 달라지면 그때 가서 내게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하고 그것을 선택하면 된다. 운이 좋으면 둘 다를 계속할 수도 있고. 외주도 마찬가지다. 잘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잘 못하더라도 좋은 경험 했다 치면 된다. 이렇게 답은 단순하다. 복집 한 것은 내 생각일 뿐이다. 불안정한 것을 하나도 용인하지 않으려는 마음가짐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모든 세상살이엔 불안정함이 있기 때문이다.
생각만 하지 말고 글로 써라. 누가 말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좋은 말이다. 오랜 시간 꾸준히 들어온 말이기도 하다. 생각은 나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변화무쌍하다. 모호하다. 그리고 그 모호함은 때론 불안함을 낳기도 하고 그냥 순간의 힘에 휩쓸려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놈의 생각을 글로 쓰려면 뭉게구름처럼 내 안에 퍼져있는 모호한 것들은 붙잡아야 한다. 어떻게라도 정렬해야 한다. 뇌에서 휘몰아치던 것들이 손가락의 움직임을 통해 모니터속 글자로 변화하는 순간, 생각은 내 몸과 마음에서 한걸음 떨어져 육체 바깥에 있는 것이 된다. 이 과정을 통해 내 속에서 산발적으로 존재했던 그 생각들이 무엇이었는지를, 무엇을 향하고 있었는지를, 나와는 분리된 상태로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유난히 말 많은 사람이 있다. 유난히 생각이 많은 사람도 있다. 후자가 바로 나다. 생각에 부피가 있다면 내 몸은 빵 터져버렸을지도 모른다. 부피가 없는 지금도 나는 너무 많은 생각으로 인한 가상의 압력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내게 글쓰기란 질긴 막으로 덮여 한계까지 부풀어 오른 내 몸에 바늘 하나를 콕 찌르는 일일지도 모른다. 타이핑이란 미세한 구멍 사이로 생각이란 바람이 빠져나가는 것. 그 행위를 통해 오늘도 다행히 내 안의 압력을 조절했다. 응급처치 성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