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잘 모르겠다고, 그런 말을 들은 적 있다.
무엇을 '아직' 잘 모르겠다고 한 것인지,
왜 아직 잘 모른다는 것인지 그 때도 몰랐지만 지금은 더 아득하다.
몇 수십 번을 입맞추어야 입속에서 맴도는 말의 향기를 이해할 수 있는지,
몇 수천 번을 눈맞추어야 눈동자 속에 떠도는 빛들을 헤아릴 수 있는지 나는 그 때도 몰랐고 지금도 여전히 모른다.
끝내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헤어졌다. 그 사이 이름자만 겨우 기억하는 사람이 되었다.
돌아서 걸었던 그 때 발끝에 걸린 게 돌부리 같은 게 아니라 서걱거리던 마음이었다는 것도 까맣게 잊고 지냈다.
내가 무엇을 더 기억할 수 있을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영영 그렇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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